기억안에는 특별히 애정이 있는 추억이 있다.
좋은사람과의 인연도 그럴것이고
행복했던 순간들이 모아져 커다란 추억이되어
새록새록 떠오르고
계절이 바뀔때에나
회색하늘이 낮게 내려앉는 그런날에는
내안의 추억은 이렇게 다시 피어나길 원하듯
나를 간지럽히고 있다.
내게 덴버는 그런곳이다.
무얼하고 있어도,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러도
결코 작아지지않고 지워지지않고
오히려 더 추억안에서 자잘하게 피어나는
그런곳이다.
일주일에 두번 골프연습을 하던곳이다.
한국에서 골프라면 여유있는사람들이나 하던 스포츠인데
이곳에선 동네사람누구나 가볍게 운동으로
골프를 즐겨하기에
그리하여 나도 동네골프를 시작하게되었다.
전혀 럭셔리하지도 않고 정말 편안한 복장으로
누군가를 의식하지도 않고
한국에서처럼 잘차려입지않아도
부담되지않았다. 그져 즐길수있다는것에
행복했을 뿐이다.
오전의 조용하고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기위해
곧잘 찾아가던 엔틱샵이다.
그곳에 가면 18세기와 19세기가 서로 공존하여
고스란히 살아있는 느낌이 전해진다.
엔틱샵주인할머니와도 친해져서
엔틱에 대한 설명도 들을수있고
무엇보다 샵에 들어섰을때 매쾌한듯 오래된 향이
커피향보다좋다는 느낌을 받곤하였기 때문이다.
커피향보다 좋은향...
정말 나는 18세기로 거슬로올라간듯
오래된 할머니의 할머니가 만들었을듯한 소품들에
열광하기도 했다.
녹슨 양철그릇과 촛불모양의 램프나
오래된 페브릭에서 나는 그 향기를 정말 사랑했다.
집집마다 구조가 조금씩 다른 아파트
출입구와 계단이며 집안의 배치도 조금씩 다른 모양이
무척이나 새롭게 느껴졌었다.
획일적인 셋트장같은 우리나라아파트와는
정말 달랐던 구조에서 나는 이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에
마냥 놀라웠다.
계절이 바뀔때마다 현관문을 데코레이트하는일이
나는 신이났었다.
봄이면 하얀안개꽃을 닮은 조화를 달아놓고
웰컴팻말을 붙히고 지나는사람들을
모두 불러들여도 나는 행복했다.
그들과 나누는 달콤한 쿠키와 커피한잔으로
봄을 즐기고싶었고,
가을이면 낙엽을 매달고, 할로윈 장식을 하고
겨울이면 하얀눈이 내리기전에
크리스마스장식을 하기에 바빴다.
빨간리본을 매달고, 산타's here이라는
팻말로 그렇게 겨울을 즐기곤했다.
내집을 찾는이들에겐 언제나 반갑게맞이한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것..
넉넉하게 내어주어도 흐믓한것...
아마도 해볼수록 더 마음이 깊어지는것같아서
내어주면서도 나는 더 뿌듯해지곤했으니까.
Abby...아들의 같은반친구이며
바로 우리옆집아이...
마음착한 엄마를 닮아서인지 우리집을 참 좋아했다.
학교가 끝나면 스쿨버스를 타고와서
곧바로 우리집으로 들어오곤했다.
백팩은 팽기치고 곧바로 이층으로 올라가
신나게 논다고 했던아이...
저녁을 먹은뒤에는 엄마가 갓난아기를 데리고
우리집으로 마실을 오곤했다.
간호사일을 하고있었던 그녀는 나를 위해 천천히 말해주었고
신기하게 그녀의 말은 잘 들렸다.
서로 집을 오가며 정을 만들었던 가족
마음을 주면 낯선곳에서도 좋은 친구를 사귈수있다는걸
알게해준 친구다.
내아이 생일날...
나는 발런티어를 자청하고 하루종일 아이와 함께 있었다.
하룻동안 아이는 교실에서
'왕'이였다.
캔들파티를 하고있는 아이에게
온통 칭찬과 응원이 가득하다.
학기초에는 동양아이에게 냉대했던 선생님도
아이의 리딩실력이라 매쓰실력에 조금씩 따뜻한말도 하곤했지만
학기초에는 상처를 받는일이 제법있었다.
아이가 상처받는다면 어느엄마도 용감해지지않을수없겠지.
나또한 수도없이 편지를 써가면서
나의 애정을 보이려고 애썼다.
아이를 위해 마음으로 선생님께 다가갔다.
시간이 흘러 학기가 끝났을때 나는 그녀에게 꽃을 선물했다.
한해동안 정말 감사하다고...
선생님은 눈물을 흘렸다.
아무에게도 받지못했던 꽃다발이 그녀를 감동시켰던것이다.
아픔보다는 노력으로 사람의 향기를 알게해주었던
나의 추억담속의 하나이다.
가을이 깊은 어느날
집에서 한시간거리의 예쁜하우스가 많았던 동네로
가을산책을 다니곤했다.
낯선동네에서 향긋한 가을햇살과 융단같은 낙엽길을
바스락걸어다니면서 혼자행복을 느끼곤했다.
한국사람들끼리 무리지어있다보면
속속들이 가정사를 알게되고, 이런저런 소문에피해를
보게되어 난 가급적 혼자 덴버의 곳곳을
탐색하는 재미에 더 빠져있었다.
사색하기좋은 멋진거리와 잘 다듬어진 정원을 구경하는
재미까지 느낄수있는 주택가나들이는
나에게 색다른아이디어가 솟아나게하는 일이되었었다.
해마다 12월이되면
지역소식지를 가득메우는 크리스마스장식세일소식
그안에서 어렵게 찾아낸 수제샵이였다.
집주인친구들이 한해동안 직접 만들었던
양초,러그,테이블장식소품,산타인형을
고스란히 집에 장식해놓고 찾아오는이에게 판매를 하는곳이였다.
마켓에서 사는 느낌과는 전혀다른 집안을 둘러보며
자잘한 소품들사이에 애정과도 이야기할수있었던 곳..
혼자 산책다니길 좋아하던 나만이 찾아낸 곳이라는
뿌듯함에 나는 보물을 찾은듯 기뻤었다.
그 누구에게도 알려주지않은채 혼자만 알고싶었었다.
혼자있어도 허허롭지않은 이유는
아마도 이런 소소한 이야기거리들이 가득하기때문아닐까
비가오거나, 눈이많이 내리는날에는
외출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그런날에는
집안곳곳의 가구배치와 소품을 옮겨보며 나름의
감각을 살려서 어렌지하는것을 좋아했다.
여행중에 사온 인디언풍러그와 할인점에서 2달러에 구입한
자잘한꽃조화, 유명가구창고매장에서 건져올린
브라운원목체어와 테이블,
엔틱샵에서 하나둘 모아놓았던 컨츄리액자까지
내가좋아하고 아끼던 소품들을 이리저리 그날 기분에
따라 옮기고나면 새로운 내 카페를 만들어논 기분까지 들곤했다.
미국 50개주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주를 말하라면
뉴멕시코를 단연 처음으로 꼽을수있다.
황토빛어도비건물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와
산타페곳곳에서 만났던 멕시코풍의 화려한 컬러와
내 눈시울까지 적시는 눈물나는 블루...
산타페를 다녀온후 그렸던 소품..
이 그림을 보면 다시 산타페거리를 쏘아다니고싶다.
우리아파트 현관앞에 이튼알렌차가 도착했던 날..
전날밤 딜리버리맨과의 통화를 마친후부터 얼마나 설레이며
기다렸던지...
트럭을 보고 너무 반가워 눈물까지 났던기억...
카우치를 갖고싶어서 2주동안 매일 출근하듯이
이튼알렌매장으로 달려가 그날그날에 따라
눈에들어오는 쇼파디자인을 찾기에 바빴다.
카달로그만으로 디자인을 정할수없었기에
나는 직접 여러디자인의 수없이 많은 패브릭을
시뮬레이션해가면서
정말 오랜시간 공을 들여 오더를 했다.
디자인정하는데 한주
패브릭을 정하는데도 한주가 걸렸다.
괜찮은 패브릭을 최종3종류로 걸러서 미리 샘플원단을
집에 가져와서 내소품들과 분위기를 맞춰보면서
결정했던 패브릭..
다행히도 내 담당디렉터가
한번도 찡그리지않고 다 받아주어서 얼마나 감사했던지.
귀찮을수있는것에 최선을 다해주었던 그녀에게서
카우치가 도착한뒤 다시 편지가 왔었다.
미국에서의 경험들은
내가 살아가는 동안 아마도 다시 누군가에게
내가받았던 친절과 체계적인 관리를
표현하지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