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이 뜬 사막의 저녁..쏟아져 내릴 듯 별이 총총한 하늘을 기다렸다.

저녁 식사 준비에 여념없는 이분은 낙타몰이 소년들의 큰 형님(?)....

(쬐금) 부실했던 점심식사를 보상하려는 듯 푸짐한 저녁을 만들고 있었다.

낙타몰이 큰 형님의 이어지는  요리강좌:

맛있는 커리를 만들려면...일단 매운 고추와 양파를 넉넉한 기름에 튀기듯 볶아 주시고~~

마살라(양념들)와 고춧가루를 섞은 물을 부어서

보글 보글 끓이다가~~

감자, 토마토, 양배추를 넣어 주는데..

참고로 값이 싼 양배추가 많이 든 커리는 맛이 엄써요~~

소년시절부터 낙타몰이를 해온 뒤 이제는 자신의 사파리투어를 하는 사장님 쯤이니 꽤 성공한 케이스.

요리중에도 끊임없이 통화중인데..이 사막 한 가운데서도 핸드폰 빵빵 터지는 인도는 진정 IT 강국이다.

근데...이 분,  50대쯤으로 봤는데...나이가 30대 초,중반..이었나?

씁쓸하게 웃으며, 아마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면 우리처럼 하얀 피부에

나이보다 덜 늙어 보였을거라고 말해서 마음이 짠~해졌다.

야채 넣고 보글 보글 끓이면 끄읏~~ 매콤하고 진한 향이 식욕을 돋운다.

커리에 들어가는 분말 양념들과 짜이 만드는 가루우유

저녁을 먹은 후.. 모아 모아 온 나뭇가지들로 불을 지피고 모여 앉았다.

큰 형님이 준비해 온 살얼음 맥주를 녹여가며 마시는데..

내 낙타를 끌어주던 자말이 노래를 불러주겠단다..

낮에 낙타위에서 "노래불러줄래?" 라고 물었을때..

무뚝뚝한 태도로 시큰둥해서 설마 진짜로 노래를 불러줄 줄은 몰랐다..

그런데...이 아이...노래를 정말 잘 했다.

스텐 접시를 탬버린처럼 두드리며 구성진 민요같은 노래가락을 맛깔나게 부르는 통에 깜짝 놀랐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쌤이 말했다. 볼 때마다 말수가 없는 아이였는데..웃는 모습도..노래 부르는 모습도 처음 봤단다.

질긴 나뭇가시와 날카로운 덤불 사이를 맨발로, 맨 다리로 아무렇지도 않게 걷는 모습에 맘이 아팠던 아이들..

노래를 부르고, 음료수 한병에 즐거워하고, 함께 웃는 아이들을 보니 약간의 위안이 되는 것도 같았다.

사막 모래위의 밤..전갈도 있고..정체를 알 수 없는 벌레들도 여기저기 기어다니고..

슬프게도... 쏟아져 내리는 별 헤는 밤 대신..피곤에 지쳐 금방 잠들었다.

침낭 사이로 스며든 한기와 습기에 놀라 눈을 뜬 아침.

사방으로 화장실 찾아 다니기 바쁘다.. ㅠ

삶은 계란과 토스트&잼 그리고 차이가 아침이었다.

아침 먹은 뒤...쓰레기들 말끔이 모아 태우고, 소년들이 아주 귀중하게 여기는 담요들도 깨끗이 정리하고..

누군가 실수로 담요 위에 차이를 쏟았는데, 그 담요 주인이었던 아이가 거의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이었다.

손으로 얼기 설기 꿰메 만든 그 담요가 여기선 아주 비싼 재산목록이란다.

나중에 단체로 팁을 주면서, 그 아이에겐 따로 더 챙겨준 기억이 난다.

사막에서 자라는 키큰 관목에 보라색 꽃들이 피어있었다.

다시 돌아오는 길..다행히 돌아오는 길은 하루종일 낙타를 타지 않고 중간 쯤에서 짚차를 탈 수 있었다.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다시 돌아온 자이살메르

 다시 돌아온 도시~~~~ 

이 건조한 풍경조차 다시 보니 반갑다. ^____^

저녁은 또 다시 타이타닉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어둠 속에서 하나 둘 씩 켜지는 전등빛을 내려다보며 보낸...

자이살메르에서의 마지막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