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여행을 하며 빼먹지 말고 가야지 했던 것은 후쿠오카 타워였다. 블로그 이웃인 케이취님이 앞서 다녀오신 곳으로 일본에서 제일 높은 해변타워로 사랑 받고 있는 전망대 중의 전망대라는 극찬 덕분이었다. 하지만 막상 가겠다고 해놓고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찾아가게 된 곳이기도 했다. 사전 준비가 철저했다면 12월 크리스마스 야경으로 빛났을 후쿠오카 타워의 조명을 놓치진 않았으리라.

후쿠오카 타워를 찾아가는 길은 기온역에서 시작되었다. 구시다 신사에서 100엔 순환버스가 다니는 시기가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가까운 역을 찾자니 기온 역밖에 없어 달리 정할 곳도 없었다. 기온역에서 니시진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15분 정도. 니시진역 1번 출구로 나오니 수제햄버거인 프레쉬니스버거가 눈에 들어온다. 짙은 파란톤의 간판과 문, 하얀 기둥이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겨 얼결에 그쪽으로 걸음을 해버렸다.

무엇을 먹어야 좋을지 몰라 메뉴판을 보다 가장 기본인 것 같은 클래식 치즈버거와 스프라이트 한 잔을 주문했다. 패스트푸드점에 맥주를 판매하는 게 신기해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싶었지만 차마 벌건 대낮에 마시는 일은 할 수 없어 입맛만 다시며 자리에 앉았다. 번호판을 받아놓고 얼마 기다리지 않아 햄버거 나왔다. 신선한 채소와 페티, 치즈가 곁들여진 햄버거는 제법 맛이 있었다. 다만 당연히 패스트푸드점은 금연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흡연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사이에서 먹으려니 조금 괴롭긴 했다.

프레쉬니스버거를 나서 주욱 길을 따라 내려갔다. 니시진 역에서 후쿠오카 타워까지는 약 10분 정도 걸리고 그냥 길을 따라 내려가면 된다고 쓰여있어 헷갈릴 일은 없으려니 했지만 눈에 보였다가 사라졌다 하는 타워를 보자 조금 혹 잘못 찾으면 어쩌나 약간 긴장을 했다. 그러나 기우였는지 사거리에서 TNC 방송국을 지나자 곧 후쿠오카 타워가 보였다. 입구가 어디인지 몰라 잠시 헤매며 목을 90도 가까이 꺾어 꼭대기를 찾는데 쉽게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후쿠오카 타워는 총 높이가 234미터나 되고, 외벽의 유리가 무려 8,000 장이나 되는 초대항 전망대이다. 이 화려한 유리 덕분에 미러 세일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데 무엇보다 지상부와 지하부의 무게 대칭으로 안정성을 중시 했다는 것이 이 후쿠오카 타워의 자랑이다. 지상부의 무게는 3500톤, 지하의 무게는 25,000톤으로 약 7도의 지진까지 견딜 수 있게 지었다고 하니 일본인의 지진 대비가 어느 정도인지도 가늠할 수 있는 건축이다.

타워에 오르기 전에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매하려고 하니 스윽 살피던 직원이 한국인이냐며 외국인 할인을 해주겠다고 친절하게 말해주어 800엔인 입장료를 20% 할인 금액인 640엔에 구매했다.

후쿠오카 타워의 전망대로 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해 대기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문이 열리며 안내원이 내리며 탑승 전에 위를 올려 보라며 손으로 가리켰다. 무엇이 있나 싶어 슬쩍 위를 쳐다보다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로비에서부터 108m 뚫려있는 중공부는 하얀 철골로 만들어진 하나의 예술작품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까지 오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70초. 그 사이 후쿠오카 타워에 대한 설명을 한국어와 일본어로 번갈아 들려주는 안내원 덕분에 후쿠오카 타워에 대한 궁금증을 덜어냈다.

설명이 끝나자마자 엘리베이터가 마침내 전망대에 멈추어서고 천천히 즐겁게 감상하시라는 말과 함께 내려섰다. 느긋한 걸음으로 걸어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곳에는 푸른 바다인 하카타만과 멀찍이 우미노나키미치카이힌 공원, 그리고 시카노시마가 어렴풋이 보이고 바로 아래로 마리존의 서양식 건축이 눈에 뜨였다.

반시계방향으로 전망대를 걷는다. 마치 천상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은 기분은 가히 나쁘지 않다.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거닐 수 있다는 것만큼 매력적인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후쿠오카를 360도 볼 수 있는 전망대에서는 차례로 무로미가와강을 거슬러 오르고 아타고야먀의 능선과 후쿠오카의 시가지와 종합도서관, 후쿠오카시 박물관과 야후 재팬의 건축까지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만화경과 같은 곳이었다. 이왕 구석구석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니 오호리 공원까지 얼마나 걸릴까 싶어 둘러보았지만 빌딩 숲 사이의 공원을 알 수 없어 포기한 게 좀 아쉽긴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역시 땅이 아닌 공중에서 걷는 산책은 더할 나위 없이 즐겁다.

후쿠오카 타워를 내려와 길을 건너 마리존으로 향했다. 전망대 아레에서 내려다 보는 마리존은 꽤나 이국적이고 아름다워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니 손님이 없어 스산함 마저 느껴졌다. 결국 흘깃 둘러만 보고 대신 마리존과 이웃한 모모치 해변에서 맑고 푸른 하카타만의 바다만 바라보았다. 이 바다를 좀 더 멀리멀리 확장하면 어느새인가 부산의 앞바다와 만날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륙은 떨어져 있으되 바다는 전세계 어디를 가든 끊어진 곳이 없어 언젠가 헤엄쳐서 세계일주를 하겠다고 호기롭게 외치던 청년도 생각이 났다. 언젠가 부산과 후쿠오카 사이에 멋들어진 해저터널이 생겨 도버해협처럼 건널 수 있을 날도 올까? 그런 쓸데 없는 엉뚱한 생각을 늘어놓다 오소소 돋는 소름에 냉큼 등을 돌렸다. 역시 12월의 바닷바람은 좀 차다.

여행정보

+ 프레시니스버거 : 니시진역 1번 출구 올라가자 마자 바로 보여요.

+ 후쿠오카 타워

    - 영업시간 : 09:30~22:00(10~3월 21:00) / 휴무 6월 마지막주 월, 화요일
    - 입장료 : 일반 800엔 / 초중고 500엔 / 유아 200엔 / 웰컴카드&외국인 20% 할인 

    - 찾아가기 : 니시진역 1번 출구 → 프리시니스버거쪽 도로로 직진 → 사거리 두 개 통과 → TNC 방송국 아래 버스종점 통과

    - 후쿠오카타워 팜플렛 : http://www.fukuokatower.co.jp/images/language/k-01.jpg

    - 홈페이지 : http://www.fukuokatower.co.jp/korean/index.html#business(한국어)

+ 참고자료

   - 후쿠오카 타워 홈페이지 : http://www.fukuokatower.co.jp/images/language/k-01.jpg

   - 케이취님 블로그 : http://bbomiss.blog.me/100117230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