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라를 돌아본다.

아침부터 돌아봐도 하루종일 이라기에 서둘렀다.

6시쯤 이른 아침을 먹고는 호텔을 나서

점심겸 간식으로 빵을 사들고는 슬슬 걸어내려갔다.

입장시간인 7시가 안되어서인지 여행객이 별로 없고 한적하다.입장료는 당일권이 50jd, 2일권이 55jd...

80,000원을 지불하고 볼만큼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다마는....

입장권을 내고 들어가니 길게 펼쳐진 입구가 나온다.

밥 아스- 시크, 즉 시크로 향하는 길이라는 뜻이란다.

왼쪽은 말이 다니는 길이고 오른쪽 넓은길이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다.

가다가 처음 만난 것은 4가지 형태의 돌무덤 같은 것으로 된 진 블록.

그 중 똥 모양의 것을 찾으려 애썼지만 

측면에서 보아 비슷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뿐...

가다보니 왼쪽으로 보이는 유적.
오벨리스크 무덤과 압 아스- 시크 트리크리나움은 상하단으로 붙어있는데

위족의 오벨리스크 조각 4개가 선명하다. 
아래있는 압 아스- 시크 트리크리나움의 내부에는 3개의 방이 있는데

죽은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매년 향연을 벌이던 곳이라고.

800m의 시크 입구를 걷는데도 꽤 오래 걸린다.

그래도 아름다운 협곡 사이를 걷는 것은 신비하고 경이롭다.

더구나 붉은 바위가 빚어내는 색감은 황홀하게 아름답고

이따금 여행객을 태운 마차가 지나갈때면 중세로 돌아간듯 시간을 잊게하고...

좁아지고 어두워지는 시크를 지나니 어느순간

화려하고 섬세한 조각의 알-카즈네(보물창고)가 나타난다.

우아하고 부드러운 곡선과 조각들이 오전의 햇살을받아 붉은 빛으로 눈부시게 빛난다.

그 곳을 지나가자니 이번엔 500여개가 된다는 무덤군이 나타난다.

무덤에는 번호가 매겨져 있는데 몇개를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계단을 한참 올라가서 나오는 무덤은 벽면과 천장의 무늬가 너무 아름다웠다.

자연적인 사암 암벽을 파서 만든 것인데

섬세하게 드러나는 무늬의 형태가 흡사 자개를 박아놓은듯 화려하다.

 

지친 여행자의 휴식이 아름다운 곳...

그 곳에서

내내 걷느라 지친 잠시 다리를 쉬었다.

동굴 사이로 보이는 노천극장의 모습이 선명하다.

점심때가 되지는 않았지만 계속 걸어서인지 배도 고파 준비해 간 빵과 치즈로 허기를 채웠다.

멀리 펼쳐진 유적지와 유난히도 푸르른 하늘을 즐기고 내려오니

호객을 위한 낙타도 여유롭다.

하루 3000명의 관광객이 들어온다는 이 곳 페트라...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과하게 올린 입장료 때문이 아닌가 싶다.

솔직히 비싸다는 인식때문에 카페에 앉아 티 한잔을 즐길 여유도 없는 곳이랄까...

내려오며 돌아보고 또 돌아봐도

암벽에 만들어진 다양한 무덤군에 감탄이 절로 난다.

페트라시티는 석주 기둥길로 이어져 있다.

이 끝의 테메노스문은 페트라의 상업지역과 성스러운 구역으로 구별하던 곳이라는데

이 곳을 지나야 수도원으로 갈 수 있었다.

사자신전을 지나 수도원으로 올라가는 길은

이런 바위틈새의 계단부터 시작되는 바위산 등정이었다.

중간중간 숨을 고르며 돌아보고 또 올라가고...

밑에서 당나귀를 타고 오르는 사람들이 조금은 부러웠던 시간이엇다.

그래도 가다 돌아보면 들어오는, 순간순간 바뀌는 페트라의 모습이 지침을 상쇄해준다.

가는 곳곳 베드윈들이 작은 소품을 늘어놓고 장사하는 곳들이 눈에 띄는데

젖먹이부터 부부까지 모두 앉아 호객하지만 사는 사람이 별로 없어

저들이 어찌 끼니를 때울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올라갔던 나귀를 타고 내려오는 어린 소년의 표정에도

삶의 고단함이 묻어있는듯 해 마음이 짠하고....

다리가 천근만근이 되었을때 쯤에 눈에 드러나는 것....

그게 바로 수도원이었다.

생각보다 단순해 약간 어이없기는 했지만

자연과 어우러져 깊숙히 자리한 모습이

저절로 수도가 되었을듯 싶다.

다리는 무겁지만 거기가 끝이 아니었다.

200m정도 더가면 있다는 전망대 안내 표지..

안갈 수 없어 올라가니 사방이 탁 트인 것이 정말 아름답다.

햇살도 좋아 시야도 넓고 다양한 바위산이 발 아래 보이는 모습이라니.......

이래서 사람들은 힘겨움에도 꼭대기로 꼭대기로 오르는 것이리라....

내려와 수도원 앞의 카페에서 차이 한잔을 마시니

피로가 언제였나 싶게 몸과 마음이 편해진다.

내려오는 길도 만만치는 않지만 오르는 것에 비하면야....

되돌아나오는 길에는 이미 넘어가는 햇살로 

또 다른 빛깔의 산을 만들고 있었다.

걸어나오다 보니 서서히 어둠이 내린다.

밥아스- 시크를 지날때는 주변이 거의 어두워져 인적없는 길이 약간 스산하기도 하고...

워낙 느린 발걸음이라 그런가?

남들은 후다닥 오르는 그 길이 내게는 왜 그리 멀었을까.....

6시부터 움직여 어둠이 깔릴 때까지

하루를 온전히 페트라에 바쳐서인지 별 아쉬움은 없다.

그나저나 입구에서 만난 한국 패키지팀은 두시간정도 지나 내려오던데 어디까지 갔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