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할 때는 잘 일어나지도 못하지만 이상하게도 경주로 가는 날이면 새벽에 눈이 떠진다. 너무 자주 가는 곳이라 설레여서 그런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기차를 타고 도착한 경주에는 비가 내렸다. 예전 같았으면 비 오는 날은 출발하지도 않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이번에는 항상 다니는 대릉원을 지나는 것이 아닌 작은 굴다리를 지나 분황사로 향했다.
그냥 이 날은 왠지 분황사와 넓은 황룡사지가 만나고 싶어서였다.
하필이면 들고 나온 우산이 작아 가방까지 메고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었다.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
국보 제30호
높이 9.3m. 국보 제30호. 돌을 벽돌 모양으로 다듬어 쌓은 모전석탑으로서, 634년(선덕여왕 3) 분황사의 창건과 동시에 건립되었다고 생각되나 뒤에 몇 차례 보수되어 어느 정도까지 원형이 남아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분황사는 자주 들리는 곳이라 자세한 설명을 다음에 하려고 했지만 이번 기회에 간단히 소개하면......
분황사를 찾으면 가장 먼저 카메라에 담는 것이 석탑 기단 위 돌사자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화강암으로 조각된 이 조각들은 동해를 바라보는 곳은 물개, 내륙으로 향한 곳에는 돌사자가 조각되었다고 한다.
분황사 석정은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우물로서 많은 전설을 가지고 있으며, 남아 있는 신라 우물 가운데에서도 가장 크고 우수하다고 한다.
만지지 못하게 울타리를 쳐 놓은 것을 보면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물 옆에 초라하게 남아 있는 비대좌는 고려 숙종(1101년) 때 원효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비이다. 현재는 비신을 받쳤던 비대좌가 남아있는데 비대좌 위에는 추사 김정희가 쓴 '차신라화쟁국사지비적'이라는 글씨만 희미하게 남아 있다.
이 날은 비까지 내려 희미한 글씨조차도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예전 답사 때 찍은 사진은 아래에 올려본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요즘 실감하고 있다.
처음 분황사를 찾았을 때는 그냥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사찰에 벽돌로 쌓은 석탑이 있다는 것만 알았지만 이제는 이렇게 하나하나 보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너무 깊게는 들어가지 않으리......
문화유산답사는 즐겁게, 재미있게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