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은 아름다운 것이다.
나라와 나라의 공존도 아름답고,
사람과 자연과의 공존도 권장할 만하다.
그중에서도 사람과 사람의 공존은 또 어떤가!
오늘은,
사람과 사람이 공존하는 현장으로 달려간다.
그런데 그 중의 일부는 애석하게도 이미 수천년 전의 사람이다.
살아있는 지금의 "우리"가,
수천 년 전을 살다가 그 모습 그대로
그때의 "형상"으로 누워있는 "그들"을 만난다.
너무나 뜨거운 하늘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모처럼 실내로 가는 여정!
실내로 들어가기 전에
한번 꾸욱~!
여행을 다니다보면
여행 코스에 "박물관"이 꼭 들어 있는데,
그 지역에 대해 압축 요약 해서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라,
박물관 견학도 재미있는 여정에 속한다.
우루무치에 있는 신강 박물관은 입장시 가방은 물론 물도 반입금지!!
공항도 아니고, 박물관에 오면서 누가 액체 반입금지를 생각했을까.
그것도 한낮의 온도가 40도를 오르내리는 이 무더위에...
그러다보니 입구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내려 놓고 간 물병 & 음료수 병들이 수두룩~
박물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기는 건 신강성의 모형 지도!
중국대륙의 가장 서쪽 끝인 신강 위구르 자치구!
여기, 우루무치는 신강성의 주도(主都)인 셈이다.
그런데 이곳 신강성(新疆省)의 한자 중
강(疆) 자에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疆
왼쪽 활궁(弓)자의 일곱획 (맨 아래 삐침을 한 획으로 포함)은
신강성과 인접해 있는 7개 나라를 의미한다.
몽골, 러시아, 인도, 카자흐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키르기스탄!
그리고 오른편에 있는 세개의 한 일(一)자와 두개의 밭전(田)자는
맨 위부터 차례로
(一)우랄 알타이 산맥
(田) 중갈분지
(一) 천산산맥
(田) 타림분지 (타클라마칸 사막)
(一) 골룬산맥
을 의미한다고!!!
그리고 활궁자의 아랫부분에 있는 흙토(土)자는 빼앗겼던 영토를 잊지 말자는 뜻을 담고 있다.
1955년, 신강이 처음 개방했는데,
중국이 4년간 다스리게 되면서
완전히 중국 땅이 되어버린 것이다.
끊임없이 독립을 요구하고 있지만,
철광석, 석탄, 석유 등 신강성의 풍부한 자원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중국 정부로서는이곳을 독립시켜줄 리가 만무하다.
그렇게 신강성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듣고,
2층으로 올라갔는데,
2층 전시관에는 엄청난 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신강박물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고대 능에서 발굴한 고대인의 유체!
일명 자연산 '미이라'!!
그 중 3200년이나 되었다는 누란(樓蘭)왕국의 여인 미이라는 아주 유명하다.
이름하여,
"누란 공주"
누란왕국은 실크로드 지역에 실제로 존재했던 옛 나라이다.
누란왕국에 대한 최후의 기록은 한문 목간에 기재된 건흥18년, 즉 기원330년때이다.
기원 전 2세기부터 역사 기록에 나타나기 시작한 누란은 4세기에 들어서 사라지고 말았다.
어떻게 멸망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는 희대의 미스터리로 남은채...
이 여인만은 그 이유를 알고 있다는듯 살포시 웃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그래서 "죽음의 모나리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고.
그녀는 상상이나 했을까.
3000년도 넘는 먼 훗날,
동쪽 끝에서 온 이방인들 앞에
이렇듯 교묘한 자태로 유리관 속에 누워있게 될지...
어쩜 이리도 얼굴 형태가 그대로 남아있는지.
심지어 머리카락까지도.
이는 이 지역의 건조한 기후 덕분이라고 하는데...
2
이집트의 미라가 화학처리를 통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이곳 미라는 자연 건조된 것이다.
건조한 기후 때문에 땅에 묻으면 자연히 수분이 증발되어
그대로 미이라가 된다고!
특별할 것도 없이 배 모양의 나무 관에 담겨 있는게 전부인데,
사막에 가면 조금만 파도 이런 관 안에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미이라들이 수시로 나온다고 한다.
간혹 이렇게 동물의 털을 덮어놓은 경우들이 있는데,
덕분에 관 내부의 온도가 주변 기후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고.
모래 밑으로 2~3m만 파 내려가도 시신이 보관되기에 적정한 온도가 유지된다고 하니...
이곳 땅과 모래의 위력이 놀랍기만 하다.
출토된 미이라의 사진을 보면 이게 과연 죽은지 몇 천년 된 사람들의 모습이 맞나 싶다.
어린 아기 미이라는 바라보는 마음이 좀 찡하다.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섬유로 감싼 형태 그대로,
모자와 신발까지도 그 모양 그대로 지금까지 유지되었다니
몇 천년 전 사람의 모습이라고 받아들이기엔 큰 충격이 따른다.
미이라가 많이 출토된 곳은
이렇게 나무들이 많이 세워져 있다고 하는데,
이 나무 하나당 미이라 하나라고 보면 된다고...
실제로 미이라가 출토된 사막의 사진이다.
발톱까지 그대로 남아있는 미이라!
이는 초나라 장수 "장웅" 장군이라고 한다.
장웅은 절영지회(絶纓之會)라는 고사에 나오는 장수이다.
초나라에 장왕이라는 명군이 있었다.
장왕이 밤에 신하들과 연회를 베풀며 놀다가 촛불이 꺼졌는데,
어떤 신하가 그 틈을 타 장왕이 총애하는 여인을 끌어안고 희롱하였다.
여인은 그 신하의 갓끈을 끊은 다음 왕에게 촛불을 밝혀 그 사람을 색출해 벌할 것을 청했는데...
장왕은 그 말을 듣지 않고 모든 신하들에게 갓끈을 끊게 한 후 불을 밝히라고 해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도록 하였다.
세월이 흘러 3년 후,
진나라에 패한 왕이 위급한 상황에 빠졌을 때 한 장수가 목숨을 걸고 장왕을 구했는데,
그가 바로 지난 날, 왕의 여인을 희롱했으나 왕으로부터 구원을 받은 그 사람이었다.
그의 이름이 바로 장웅!
이 곳에 있는 미이라의 주인공인 것이다.
2000년도 더 된 역사 속에 실존했던 인물을
직접 대면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비록 죽은 자의 모습으로나마이렇게 마주하고 있다는 것이 기묘한 느낌을 준다.
아랫 층에는 위구르 자치구에 거주하는 12개 소수 민족의
생활, 종교, 역사가 전시되어 있다.
위구르족, 회족, 카자흐 족 등은 오래전부터 이곳에 자리 잡고
찬란한 고대 서역 문명을 창조했다.
여기는 동양과 서양의 다리 역할을 했던 실크로드의 요충지였던 것이다.
그들이 거주했던 집들,
키웠던 가축들!
모두 그 모습 그대로 우리 앞에 펼쳐진다.
여기서 가이드가 퀴즈를 하나 내는데,
"Q. 여기 있는 다섯마리의 양들 중 양고기로 먹었을 때 제일 맛있는 양은?"
...
정답은 바로 왼쪽에서 두번째!
가장 작은 양이라고...
양고기는 생후 9개월의 어린 양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동물을 보고 고기맛을 제일 먼저 생각하다니!!
야만인 같으니라고!!!
1층, 신강의 12개 민족의 전시관에는
전시관 입구마다 남녀 마네킹이 민족의 특색을 보여준다.
씨름 장면이나,
결혼할 때 신랑이 신부의 얼굴을 보는 모습 등
이들만의 풍습도 엿볼 수 있다.
전통의상과 특산품들!
화려하면서도 규칙적인 문양들,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했는데,
(아래 사진) 틀로 문양을 찍어낸 것이라고!
오호~ 그런 방법이!!
이것은 추운 지방 사람들의 방한 용품들!
겨울엔 얼마나 추운지 감히 짐작할 수 있다.
민족 특유의 다양한 악기들까지...
이곳 박물관에서 모두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곳 민족들이 특히 사랑하는 과일들!
살구, 석류, 메론!
그 중 하미과 (아래사진) 는 세계최고의 당도를 자랑하는 과일이라니,
어떻게든 꼭 먹어보리라~
박물관을 나와 저녁 식사를 하러 가는 길!
가만히 도로를 관촬해보니 우루무치 도로엔 신호등이 의미가 없다.
횡단보도의 빨간불 신호에도 마구 건너는 사람들!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켜졌는데도 멈추지 않고 마구 달리는 차들!
우회전 좌회전은 마음 가는대로!
차도 굉장히 많은 편인데,
석유가 나는 지역이니 기름 값이 싸서 그런가?? 했더니,
그건 아니란다,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300원 정도!
물론 우리 보다는 싸지만,
이들의 한달 평균 월급이 100만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결코 싼 것이 아니다.
게다가 우루무치는 중국에서 물가 비싼 도시 BEST 4 에 들어간다고 한다.
물가의 기준은 보통 그 지역의 택시 요금이 기준이 된다고 하는데,
상해, 심천, 북경에 이어 우루무치가 4위!
도로의 한 차선이 뻥 뚫려 있는데,
그 차선은 주황색 버스만 달리고 있다.
이 버스의 정체는 BRT!
우리나라의 전철과 같은 교통수단이라고!
즉, 우루무치의 전철!
재미있는 것은 이 전철의 요금이 1위안이라고 한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80원!
이곳에선 버스 요금도 1위안!
물가가 비싼 도시 치고는 버스나 지하철 요금은 상당히 싼 편이다.
중국 정부에서 인민을 위해 지원하고 있는 까닭이다.
우루무치 시내의 가로수는 도로보다 조금 낮게 식재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물을 주기 편하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물이 귀한 곳인 만큼, 가로수에 일일이 물을 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저 위에서 물을 흘러보내면 물이 약간의 경사로를 따라 흐르게 되어 있다고.
주어진 환경이 다르다보니, 도로의 구조마저 특별함이 있다.
중국와서 처음으로 마주한 저녁상!
특별한 요리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낮에 먹었던 반찬들과 별반 다를 게 없음에 살짝 실망~!!
그나마 특별 요리로 생선찜이 나왔다.
지리적으로 동서남북 그 어디로도 2000km 이내에는 바다가 없는데,
어디서 공수해온 생선인지?
주변에 양식장이라도 있는건가?
게다가 상추 쌈까지 곁들여졌다.
쌈과 쌈장을 보니 확실히 입맛이 돈다.
미이라를 두 손으로 가리며 봤던 사람들은
언제 미이라를 봤냐는듯
왕성한 식욕을 앞세우며 열심히 먹는다.
어쩌면 밤에도 계속 달려야 하는 오늘 밤 여정 때문에
많이 먹어둬야 한다는 사명감이었을지도...
그런 것이다.
이미 오래 전에 세상을 등진 자들은
지금도 박물관의 한쪽 구석진 곳에서,
혹은 여전히 그 때 그 무렵의 흙을 덮고
수천 년의 잠을 잘 것이고,
살아 있는 우리들은
내일의 또 다른 태양을 만나기 위해
이렇듯 부지런히 매일의 자양분을 모아야 하는 것이다.
3000년까지는 너무 멀다!
100년쯤 뒤,
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이 지구별에 남아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