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를 신시가지 쪽으로 잡은터라 통영향교(統營鄕校)가 지척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느 지역을 여행하든 그 지역의 향교는 반드시 들려보는 편입니다.

향교 저에게 왠지 모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끌림을 가지게 합니다.

큰 길에서 골목으로 빠지니 홍살문이 나타납니다.

홍살문은 보통 입구를 상징하며 옛날에는 이 앞에 하마비(下馬碑)가 있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말에서 내려 걸어가야 했습니다.

지금은 아무리 둘러보아도 하마비가 없네요.

통영향교의 정문인 풍화루(風化樓)입니다.

'바람이 되다' 참 멋진 말이네요.

그래서 포스팅의 제목을 '바람이 되어 통영향교를 가다'로 정해 봤습니다.

원래는 교육으로 풍습을 교화한다는 의미가 있다네요.

풍화루는 팔작지붕 형태로 주심포 양식에 이익공을 사용하여 지어진 것으로 보여집니다.

특이한 것은 추녀 끝에 기둥이 서 있는데 이런 보조기둥을 활주라고 합니다.

다른 사진에서도 보시겠지만 통영 향교 주요 건물에 활주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아마도 바닷가에 위치한지라 바람에 의한 피해를 막으려 했다는 추측을 조심스레 해봅니다.

풍화문 옆에 있는 권선회창립(勸善會創立紀念碑)입니다.

권선회는 선을 권한다라는 뜻의 유학 관련 모임으로 생각됩니다.

유형문화재 218호의 통영향교 안내판입니다.

통영향교의 특징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1900년(고종 광무 4년)에 당시 통영이 속해있던 진남군이 고성현에서 분리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1901년(고종 광무 5년)에 고성향교에서 분리하여 현재의 위치에 새로이 향교를 새웠다네요.

해안에 자리 잡은 경상남도 유일의 향교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봅니다.

안내판에서 본 설명과 같이 대각선 형태로 건물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바다를 감상하기 위해 수직적 구조가 아닌 수평적 구조를 선택했다고 하는데 약간 부산의 동래 향교와 유사한 형태입니다.

오른쪽 건물은 동재(東齋)이고 맞은편에는 서재(西齋)가 있습니다.

동재와 서재는 유생들이 기거했던 곳으로 현재의 기숙사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가장 정면으로 보이는 것이 명륜당(明倫堂)입니다.

명륜당은 유학을 강의하는 학습 공간인데요.

이 학습 공간과 공자의 위패를 모시는 대성전(大成殿)의 순서에 따라 공간 배치 형식이 달라집니다.

명륜당이 앞에 있으면 전학후묘(前學後廟) 반대이면 전묘후학(前廟後學)이라 이름 붙입니다.

따라서 통영향교는 전학후묘 양식을 따른다고 할 수 있겠네요.

명륜당은 팔작지붕에 공포가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옥 건축에서 공포의 역할은 서까래가 꺾이는 것을 방지해줍니다.

그런데 명륜당은 공포가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활주를 설치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활주의 역할이 해안가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었죠.

하지만 틀린 추측은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명륜당을 제외하고 풍화문이나 대성전의 경우 공포를 사용하고 있는데도 활주를 설치했기 때문입니다.

멀리서 명륜당을 담고 있는 제 모습입니다.

왼쪽으로는 서재가 보입니다.
과거 향교는 동재에는 양반의 자제가 서무에는 평민의 자제가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합니다.

친구 녀석이 재미있는 사진을 찍어 놨네요.

그리고 사진 맨 오른쪽을 보시면 명륜당 옆에 작은 돌이 하나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 돌의 이름은 정료대(庭燎臺), 노반지주(露盤之柱), 화광대(火光臺), 노주석(爐柱石)으로 불렸는데 우리말로 불우리라 한답니다.

솔가지나 기름을 태워 밤에 불을 밝히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처음에는 아닌 것 같았는데 위치상 맞는 것 같습니다.(물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명륜당의 편액 모습입니다.

편액 왼쪽에 보면 공기이오오사계미(孔紀二五五四癸未)라고 씌여 있습니다.

공기는 서기(西紀)나 불기(佛紀)처럼 공자의 탄생으로 기준으로 연도를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공기는 서기에 551년을 더하면 됩니다.

따라서 공기2554년이면 서기로는 2003년이 되겠습니다.

뒤의 계미는 2003년이 계미년이기 때문에 표기한 것입니다.

즉 공기2554년이자 서기 2003년 계미년에 이 편액을 만들었다는 말이 되지요.

처마에는 분합문을 들어올려 걸 수 있는 분합 들쇠(걸쇠)가 있습니다.

저 모양이 박쥐 모양이라고 하는데 박쥐 같으신가요?

분합문은 대청마루 앞으로 한 칸에 네 짝씩 드리는 긴 창살문입니다.

여름에는 들어올려 통풍을 용이하게 해주고 겨울에는 내려서 창의 역할을 해줍니다.

위의 사진을 찍는 모습을 친구 녀석이 카메라에 담아 주었네요.

제 광각 렌즈를 빌려 찍으니 제법 제 키가 크게 나왔습니다.

향교 명륜당은 보수 공사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는 듯 하네요.

단청이 칠해지지 않은 부분이 눈에 띱니다.

신기하게도 개구리 녀석 한마리가 마치 돌맹이인양 숨어서 제가 사진 찍는 모습을 지켜 보고 있었네요.

대성전으로 가기 전 바다가 보이는지 바라봅니다만 구름 잔뜩 낀 하늘이 눈을 가립니다.

향교 지역은 쾌청인데 바로 앞은 먹구름이라니 신기합니다.

하늘과 단청 그리고 산을 함께 담아 보았습니다.

명륜당을 돌아 들어가면 내삼문(內三門)이 위치해 있습니다.

솟을 대문 형태인 내삼문은 다포식에 초익공식을 더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겹지붕까지 합쳐지니 상당히 화려한 느낌입니다.

내삼문을 지나면 제사 공간인 대성전이 위치해 있습니다.

대성전은 맞배지붕으로 양 옆에 방풍판을 달았고 익공을 사용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역시나 특징적으로 활주가 서 있는 모습은 인상적입니다.

대성전 편액이 지붕의 단청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대성전은 특히나 단청이 너무 예뻤습니다.

대성전은 제사 공간이다 보니 대성전 앞 마당의 양쪽으로 동무(東廡)와 서무(西廡)가 존재합니다.

동무와 서무의 역할은 위패를 모시는 사당입니다.

대성전이 공자를 위한 공간이라면 동무와 서무는 소성전 정도가 되는 것이지요.

사진은 동무의 모습인데 동무는 유현, 즉 학문의 깊이가 깊었던 선인들의 위패를 모시는 곳입니다.

이곳은 동무 맞은편의 서무입니다.

여기는 공자의 뛰어난 열 명의 제자인 십철(十哲)을 제외한 72제자와 우리나라와 중국의 현인을 모시고 배향하는 곳이랍니다.

동무의 방풍판을 찍어 보았습니다.

하늘 빛과 약간은 칠이 벗겨진 방풍판이 오묘한 조화가 있는 듯 보입니다.

여기까지 향교를 둘러보고 다음 만남을 기약합니다.

아기 자기한 조용함과 경건함이 있는 곳, 통영향교 꼭 한 번 들러 보세요.

2012. 8. 12.

Canon EOS 600D / Canon EOS 20D / NIKON D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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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F-S 18-55mm F3.5-5.6 / Tokina 12-24mm F4 AT-X 124 PRO DX

Sigma 24-70mm F2.8 EX DG MACRO / Sigma APO 70-200mm F2.8 EX DG HSM

Photo By 이모텝 / Hero킴 / 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