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여행의 그 시작은 국보 305호 세병관(洗兵館)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세병관의 뜻은 '은하수로 피 뭍은 병장기를 씻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 의미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말씀 드리고 일단 세병관 안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유난히 무더웠던 8월, 세병관은 공사중이었습니다.

세병관은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 안에 있는 건물입니다.

통영이라는 이름도 삼도수군통제영에서 한 글자씩 따와서 만들어진 것이구요.

현재는 세병관 밖에 남아있지 않아서 위의 모습처럼 통제영을 복원하고 있는 것이랍니다.

다시 통영을 찾았을 때 복원된 통제영을 꼭 보고 싶네요.

통제영의 역사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놓은 안내판입니다.

위에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그리고 보시는 바와 같이 최초의 통제영은 한산도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이 때 초대 통제사가 바로 충무공 이순신(忠武公 李舜臣) 장군입니다.

당시 우리 수군의 지휘는 각 도의 수군절도사(水軍節度使)가 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임진왜란이 발발했지만 당시 충청, 전라, 경상도에 수군들은 제대로 전투를 치를 수가 없었습니다.

이에 효율적인 수군 운용을 위해 1592년(선조 25년) 삼도의 수군을 총괄하는 삼도수군통제사(三道水軍統制使)라는 직책을 만듭니다.

이 때 당시 전라좌수사였던 충무공이 혁혁한 공을 세우자 이 소임을 최초로 부여하게 된 것이지요.

임시직이나 다름이 없었던 직책이 209년 동안 제208대 통제사까지 이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입니다.

현재의 통제영은 1604년(선조 37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충무공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는 등 여러 가지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통제영지는 위의 복원도에서 보는 것처럼 100여동의 건물이 있었던 지금의 해군 본부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말씀드릴 것은 공식적으로는 제208대 통제사까지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 다른 주장이 있습니다.

통제사가 제209대까지 존재한다는 것인데요.

한산신문에 보도된 내용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http://www.hansa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4654

입장료(200원)가 있다고 들었는데 공사중이라 무료 관람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입구에서 우리를 반겨준 것은 망일루(望日樓)였습니다.

망일이라는 이름은 그대로 해석하면 해를 바라본다는 의미인데 조선의 찬란한 비상을 꿈꾸었던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망일루는 1611년(광해군 3년) 통제사 우치적(禹致績)이 종루로 세웠다 전해집니다.

세병관의 정문 역할을 하여 세병문(洗兵門)이라고도 불렸다 하네요.

편액은 1748년(영조 24년) 통제사 장태소(張泰紹)가 썼는데 안타깝게도 이듬해 화재로 전소되었습니다.

1769년(영조 45년) 통제사 이국현(李國賢)에 의해 재건되었으나 일제강점기 민족 말살 정책으로 다시 소실되는 아픔을 겪습니다.

지금 보는 망일루는 2000년에 재건된 것입니다.

다사다난했던 역사를 가진 망일루에 올라봅니다.

재건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지 단청의 색도 또렷하고 시원스레 통영 시내가 내려다 보입니다.

신기한 것은 왼쪽 끝과 1/3지점의 푸른색 줄무늬의 굴뚝 보이시나요?

바로 목욕탕의 굴뚝입니다.

옛날에 목욕탕에는 저런 굴뚝들이 많았는데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옛날에 보던 것을 통영에 와서 다시 보게 되니 추억이 되살아 납니다.

더욱이 왼쪽에서 두 번째 굴뚝 있는 곳이 통제영의 남문인 청남루 자리라고 합니다.

그리고 왼쪽 끝에 보이는 굴뚝 있는 곳이 아래에서 설명드릴 옛 수항루 자리입니다.

오른쪽 알록달록한 지붕이 있는 곳이 서피랑 마을이구요.

통영성과 관련된 우리 역사의 발자취는 아래의 카페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통영길문화연대 http://cafe.daum.net/tytrekking

이 곳에 올려진 글을 읽으며 반성도 하고 그냥 여행으로 스쳐지나가는 제 자신이 조금 밉기도 했습니다.

옆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봅니다.

두룡포 기사비(頭龍浦 記事碑)가 서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과거 통제영지는 한산도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이것을 제6대와 제9대 통제사를 지낸 이경준(李慶濬)이 현재의 위치로 옮겨온 것입니다.

이경준 통제사의 업적을 기리고자 제19대와 제25대 통제사를 지낸 구인후(具仁垕)가 만든 것이 바로 두룡포 기사비입니다.

1974년 경상남도 유형문화제 112호로 지정되었고 비각과 비받침돌은 1996년 세웠습니다.

옆에는 두룡포 기사비에 대한 비문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두룡포 기사비는 과거 통제영 남문 밖 바닷가 큰 길에 세워져 있었다고 합니다.

이것을 1904년(고종 8년)에 이학재(李鶴在), 이승주(李承周)가 현재의 위치로 옮겨 세웠다 전해집니다.

처음에 비문는 아랫 부분이 땅에 뭍혀 있던터라 글을 쓴 사람을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1934년 발행된 <통영군지(統營郡誌)>와 <관포선생문집(灌圃先生文集)>및 비문채록을 토대로 복원하였다 합니다.

비문을 쓴 사람은 당시 창원대도호부사(昌原大都護府使) 박홍미(朴弘美)입니다.

1999년 경상대학교 한문학과 이상필 교수와 동 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최중호 교수가 노력한 결과라 합니다.

비문의 내용은 비를 세우게 된 경위, 이경준 통제사의 가문과 인간됨, 통제영의 두룡포 이전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두룡포 기사비 옆쪽으로는 수항루(受降樓)가 위치해 있습니다.

수항루는 이름 그대로 항복을 받은 누각입니다.

임진왜란 당시 왜나라에게 항복 문서를 받은 곳이라 하네요.

수항루에 대한 역사를 기록한 비석입니다.

통영시향토역사관 김일룡 관장님에 따르면 수항루 복원의 뒷이야기가 있다 합니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독립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했는데 안에 수항루 사진을 보고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네요.

수항루에 대한 역사를 보고하자 당장 복원 지시가 내려졌는데 일방적으로 망일루 옆으로 복원 장소를 정했답니다.

이유는 위의 사진에서 보셨던 옛 한일은행(현 우리은행) 건물이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었다죠.

당시의 역사 의식을 볼 수 있는 일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재산이 29만원밖에 없으신 분은 지시만 하셨지 내용은 안살피실 정도로 바쁘셨나 봅니다.

서설이 길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세병관으로 향합니다.

세병관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지과문(止戈門)을 지나야 합니다.

지과문은 솟을대문 형식으로 세병관의 내삼문(內三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과문은 '창을 내려 놓음'이라는 뜻으로 해석되어 평화를 바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향토사학자 김일룡 관장님의 의견은 조금 다릅니다.

지(止)와 과(戈)를 무(武)의 파자(破字)로 해석하여 무장하다라는 호국 정신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제가 보기에도 김관장님의 의견이 맞는 듯 합니다.

흔히 군대에서 무기를 거둔다는 것은 무장해제의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뜬금없이 공사 현장 사진을 보여드리는 이유가 궁금하실 것입니다.

8월 말 경 언론에 아래와 같은 기사가 나왔습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2/08/27/0200000000AKR20120827203600052.HTML?did=1179m

바로 파란 포장재로 씌워진 것이 조선시대 석축입니다.

웃긴 것이 반대편 석축은 일제강점기 일본식으로 개축하여 놓았다는 것입니다.

방문 당시 계단 양쪽의 축대 모양이 달라 이상하다 싶어 한 장 찍어 놓았는데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이어 열린 복원공사 자문회의에서 다행스럽게도 조선 전통식으로 왼쪽을 복원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http://www.hansa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5113

지과문을 지나 세병관을 만나러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엄청난 크기의 편액에 일단 놀랐습니다.

이 편액은 제136대 통제사였던 서유대(徐有大)가 쓴 것입니다.

세병(洗兵)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두보의 시 '세병마(洗兵馬)'의 끝 구절에서 따온 것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안득장사만천하(安得壯士挽天河) 정세갑병장불용(淨洗甲兵長不用)"

"어찌하면 장사를 구해 은하수를 끌어다가 갑옷과 무기를 씻어 영원히 쓰게 하지 않을소냐."

역시나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갈망하는 내용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의 지과문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김관장님은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답니다.

http://cafe.daum.net/tyhtslove/6lve/8

'세병마(洗兵馬)' 이전에 '세병우(洗兵雨)'라는 고사에서 그 유래를 찾고 있는데 지과문과 마찬가지로 김관장님의 해석에 동의합니다.

군대가 존재하는 목적이 위국헌신 군인본분(衛國獻身 軍人本分)이라면 세병우에 의한 해석이 맞다고 봅니다.

제가 처음에 세병관의 의미에 대해 아래에서 말씀 드린다고 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세병관의 모습을 드디어 공개합니다.

가로로는 9칸이고 세로로는 5칸의 구조를 가지고 있고 겹처마 팔작지붕에 민흘림 기둥을 써서 웅장함과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민흘림 기둥은 기둥 아래로 갈수록 직경이 커지는 기둥으로 안정감을 주는 특징이 있답니다.

건축 기법은 주심포식(柱心包式)과 다포식(多包式)이 혼용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쉽사리 판단되지는 않네요.

세병관을 보는 순간 탄성이 흘러 나왔답니다.

크기에서 놀라고 그 개방감에 모든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왜 세병관을 조선시대 3대 목조 건물로 꼽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조선시대 3대 목조 건물 : 경복궁 경회루, 여수 진남관, 통영 세병관)

안으로 들어왔는데 정말 대단하네요.

무엇인가 표현을 하고 싶은데 어떤 단어를 써야할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라던 올해 여름 더위에도 시원한 바람을 선사하는 청량감과 개방감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더욱이 연등 천장으로 구조를 아기자기 하게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웅장함을 배가시켜 줍니다.

연등 천장은 서까래가 드러나도록 천장을 개방해서 만든 것을 의미합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는 빛바랜 단청은 보기 흉하지 않고 오히려 역사를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참, 겨울에는 추워서 어쩌냐고요?

사진에 보시면 동, 서, 북쪽에 분합문을 설치해 놓은 것이 보이실겁니다.

세병관의 바닥이 보이시는지요?

일단 색이 고즈넉함이 철철 넘쳐 흐릅니다.

더욱이 요즘은 길고 가는 나무 판자를 이어붙인 장마루가 많지만 우리의 전통 방식인 우물 마루를 쓰고 있습니다.

우물 마루는 작은 판자가 들어갈 뼈대를 만들고 뼈대와 90도 각도로 판자를 끼워 넣은 마루를 의미합니다.

우물 마루는 나무가 변형되었을 때 마루 전체를 들어내지 않아도 되고 미관상으로도 다양성을 부여해주는 장점이 있답니다.

그리고 가운데 특이하게 단이 올라와 있는 것이 보이실 겁니다.

이것은 궐패(闕牌)를 모셨던 단입니다.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 대궐을 향하여 예를 올렸다고 하네요.

제 친구가 여기에 걸터 앉았다가 관리자분께 혼쭐이 났습니다.

궐패는 조선시대 대궐에 위패(位牌)와 같이 모셔 두었던 '궐'(闕)자를 새긴 나무패입니다.

궐패단의 특징을 살펴 보겠습니다.

양 측면은 홍살로 만들었고 북쪽은 판재로 막았으며 분합문을 따로 설치해 놓았네요.

역시 궐패를 모시는 곳이니만큼 신경을 쓴 흔적이 보입니다.

이것은 궐패단 위의 소란(小欄) 천장입니다.

소란 반자라고도 하는데 반자는 천장과 같은 말이죠.

아까 우물 천장이라고 말씀드렸던 것도 천장 모양의 한 종류랍니다.

소란 형태는 격자로 틀을 짜고 그 사이 문양을 넣어 만든 천장을 말합니다.

천장 중에 가장 화려하다고 이야기하지요.

세병관이 좋았던 또 하나의 이유는 누구나 자유롭게 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국보이니 보물이니 하는 것들은 우리가 보는 것에 만족했던 것이 일반적이지요.

하지만 세병관은 동네 뒷산에 놀러 온 것처럼 눕기도 하고 단잠을 청하기도 하고 이야기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내려다 보이는 통영의 모습은 가히 아름답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영화 '하하하'에 나왔던 그 장면 속에 내가 있다는 즐거움도 함께.

Canon EOS 600D / Canon EOS 20D / NIKON D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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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F-S 18-55mm F3.5-5.6 / Tokina 12-24mm F4 AT-X 124 PRO DX

Sigma 24-70mm F2.8 EX DG MACRO / Sigma APO 70-200mm F2.8 EX DG HSM

Photo By 이모텝 / Hero킴 / 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