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도 추웠던지 자꾸만 제 옷깃 속 따스함을 찾아 파고드네요.

그래도 화창한 날씨를 믿고 오후 느즈막히 심곡서원(深谷書院)에 도착을 했습니다.

심곡서원은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203-2에 위치해 있습니다.

입구에 해당하는 홍살문이 먼저 반겨주고 있네요.

심곡서원 안내도입니다.

심곡서원은 조선 중종 때의 문신인 정암(靜庵) 조광조(趙光祖) 선생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서원입니다.

조광조 선생은 사림 세력의 대표로 중종반정 이후로 정계에 진출하여 훈구파의 실정을 개혁하는 선두주자로 활약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의 정책은 매우 급진적이고 이상적이어서 공신세력과 반목을 하게 되고 결국 기묘사화를 겪으며 결국 죽음에 이릅니다.

정암 선생은 세대를 너무 앞서갔던 불운의 개혁가가 아니었다 생각되네요.

심곡서원에 대한 안내문입니다.

일찍부터 정암 선생에 대한 서원 건립을 추진하였으나 재정 문제로 포은 정몽주 선생의 충렬서원에 먼저 입향되게 됩니다.

선조 38년인 1605년에서야 그의 위패를 옮겨오고 효종 원년인 1650년에 지금의 서원을 건립해 정암 선생을 모셨다 하네요.

심곡(深谷)이라는 말은 효종의 사액입니다.

정암 선생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네이버 케스트를 참고하시기 바랄게요.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2928

그럼 지금부터 심곡서원을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홍살문을 지나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것은 외삼문입니다.

외삼문(外三門)은 바깥 담에 세운 세 칸의 문을 말합니다.

향교나 서원은 주로 입구를 세 칸으로 만든답니다.

가운데가 높지요?

이런 문의 형식을 솟을 대문이라고 합니다.

입문(入門)과 출문(出門)이 따로 정해진 곳도 있는데 보통은 오른쪽문이 입문이 됩니다.

외삼문 옆으로는 심곡서원의 휴식처인 연못이 위치해 있습니다.

연못 가운데는 소나무를 심어 놓아 운치를 더해주고 있네요.

연못 옆에는 서원 건립 당시 심었다는 수령 500년의 느티나무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1982년에 보호수로 지정되었다네요.

보통 서원이나 향교는 두 가지의 공간으로 구성됩니다.

사당(사묘) 공간과 학습(강학) 공간입니다.

사당 공간은 위패를 모시는 곳이고 학습 공간은 공부를 위해 지어진 곳이라 생각하시면 쉬울 것 같네요.

이 두 공간을 배치하는 형태에 따라서 크게 전학후묘(前學後廟)와 전묘후학(前廟後學)의 형태로 나뉩니다.

전학후묘란 강학 공간을 앞에 두고 사당을 뒷쪽에 두는 방식이고 전묘후학은 그 반대이지요.

서원은 주로 전학후묘의 형식이고 향교는 더욱 다양한 형태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전묘후학 말고도 좌묘우학, 좌학우묘 등도 있다네요.

말씀드린 김에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전학후묘에도 두 종류가 있습니다.

서원이나 향교에는 유생들의 기숙사라 할 수 있는 동재(東齋)와 서재(西齋)가 존재합니다.

이것들이 강학 공간 앞에 있으면 전재후당(前齋後堂)이고 그 반대의 경우는 전당후재(前堂後齋)라 부릅니다.

심곡서원은 전학후묘의 형식에 전재후당의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외삼문을 통해 안쪽으로 들어가 봅니다.

안쪽에서 저를 처음 맞이해준 것은 일소당(日紹堂)입니다.

일소당이라는 이름은 조광조가 사약을 받고 죽기 전 지은 시에서 한 글자씩 따온 것이라 합니다.

"愛君如愛父 憂國如憂家 白日臨下土 昭昭照丹衷"

임금을 섬겨 사랑하기를 어버이 섬겨 사랑하듯 하였노라.

백성 걱정 돌보기를 식구 걱정 돌보듯 하였노라.

밝은 태양 대지를 환히 밝혀주니

내 정성어린 속마음 거울처럼 비춰지네.

이 시는 심곡서원 옆 조광조 선생의 묘소 앞에서 시비로 세워져 있습니다.

서재의 모습입니다.

이곳은 서재의 반대편에 동재입니다.

일소당 뒷편으로 왔습니다.

이제 시묘 공간이 나오겠지요?

일소당 뒷편에는 책을 보관하는 장서각(藏書閣)이 위치해 있습니다.

맞배지붕임을 볼 수 있네요.

이제 시묘 공간으로 가봅니다.

문이 잠겨져 있어 들어가보지는 못했습니다.

이곳은 시묘 공간의 입구인 내삼문(內三門)입니다.

내삼문은 바깥채 안쪽에 세우는 세 칸의 문을 일컫는 말입니다.

내삼문은 형식이 여러 가지인데 심곡서원의 것은 솟을 대문 형식이네요.

이곳은 치사제(治事齊)이고 옆쪽으로 협문이 나 있습니다.

뒷쪽에서 본 협문입니다.

옆쪽으로도 밖과 통하는 문이 있습니다.

이것은 동재쪽의 사주문(四柱門)인데 사주문은 기둥의 형식에서 따온 말입니다.

사주문은 일반적인 대문으로 많이 사용되는데 나란한 기둥을 앞뒤로 세워 기둥이 총 네 개인데서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사주문 말고 사찰 등에서 많이 사용되는 일주문(一柱門)이 있는데 이것은 기둥을 나란히 두 개만 세우는 형태랍니다.

서재쪽의 사주문입니다.

치사제 바로 옆으로 위치해 있습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드디어 사당의 모습입니다.

사당으로 들어가는 내삼문이 잠겨 있어서 담장너머로 그 모습을 담아봅니다.

맞배지붕 형식임을 볼 수 있네요.

맞배지붕은 옆쪽 추녀가 없고 용마루까지의 측벽이 삼각형을 이루는 지붕을 말합니다.

이 맞배지붕은 구조는 간단하나 약점이 많은 형태이기 때문에 측면에 방풍판을 다는 것이 일반적이라 하네요.

뒷쪽에서 사당, 내삼문, 일소당을 함께 담아봅니다.

사당 뒤로는 또 한 그루의 나무가 있습니다.

수령은 약 400년이고 높이 19m, 둘레 18m의 웅장한 느티나무입니다.

지금은 겨울이라 그 풍성함이 덜하지만 날씨가 좋아지면 심곡서원의 분위기를 한층 더 살려줄 것 같네요.

비운의 개혁가 조광조 선생의 숨결을 느끼며 묘역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2012. 1. 24.

Canon EOS 600D + Tamron SP AF 17-50mm F/2.8 XR Di II V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