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995년 개봉되었던 러브레터의 촬영지 오타루(小樽)로 향합니다.

1500엔을 지불하고 JR 삿포로역 관광 안내소에서 오타루 웰컴 패스를 구입했습니다.

오타루 웰컴 패스는 지정일에 삿포로와 오타루 주변의 JR을 무한정 이용할 수 있는 티켓과 지하철 1일권이 주어진답니다.

그럼 왜 오타루 웰컴 패스를 구입하느냐?

삿포로와 오타루 간 JR 운임은 편도 620엔이므로 왕복 1,240엔이고 지하철 1일권은 800엔입니다.

그럼 540엔이 이득이죠.

지하철 1일권은 아무날이나 쓸 수 있으므로 알맞은 날 요긴하게 쓰시면 좋아요.

실제로 저는 20일날 오타루를 갔다가 다음날 프리 패스로 지하철만 10번 넘게 이용했습니다.

지하철 기본 운임이 200엔이니 저는 거의 공짜로 지하철 이용을 한 셈이 되는겁니다.

일본을 방문하는 단기 여행자만이 구입할 수 있으니 꼭 여권을 가져가셔야 해요.

저는 9시 13분에 출발하는 로컬 JR을 탔습니다.

선택한 것은 아니고 그냥 제일 빠른 시간으로 탔네요.

홋카이도의 JR은 크게 Local, Rapid, Express급으로 나뉜다고 합니다.

삿포로- 오타루 구간은 Local, Semi Rapid, Rapid가 운행하고 있습니다.

Rapid가 30분 정도 걸리고 Lacal은 역마다 정차하기 때문에 50분 정도 걸린답니다.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어제 비에이를 다녀온 여독이 풀리지 않았는지 의자에 앉자마자 기억상실 모드!ㅠㅠ

그렇게 피로라는 천연 수면제를 먹은 약쟁이가 되어 눈을 떠보니 어느덧 오타루에 도착을 했습니다.

안녕? 오타루!

오타루역 안으로 들어오면 벽 전체를 가스등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오타루가 유리 공예 도시임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라는 가이드북님의 친절한 설명중에도 저는 헤롱헤롱~

역 밖으로 나왔는데 이게 왠 폭탄이란 말입니까!!!!!

홋카이도에서 눈구경은 정말 징하게 하고 갑니다.

오타루역 정면의 모습입니다.

저 눈발이 보이십니까?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한 10분 삿포로로 돌아갈까 고민했습니다.

여행 막바지가 되면 '피곤한데 그냥 숙소에 들어가서 쉬어~'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자리하곤 합니다.

그 악마를 물리치는 단 한 가지 방법!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너 돈이 삼손의 이건더기 회장님 정도로 많아서 다음에 또 여기 올거야?'

그래요. 전 가난한 여행자입니다.

눈도 오고 피곤하고, 하여 선택한 작은 사치가 오타루 시내버스 1일 승차권.

750엔이면 오타루의 모든 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기본 요금이 200엔이므로 4번을 타면 본전을 뽑는 것이지요.

전 6번을 이용했습니다.ㅋㅋㅋ

코스가 네 개가 있는데 A 낭만코스와 ㅊ 슈쿠쓰 코스는 시즌 운행이니 날짜를 잘 참고하세요.

1일 승차권은 복권을 긁는 것처럼 동전으로 날짜를 긁어서 줍니다.

이것은 덤으로 관관 안내소에서 받은 오타루 간편 지도입니다.
생각보다 특징들을 잘 설명해 놓고 있습니다.

자, 서설이 너무 길었죠?

이 포스팅의 주제이자 오타루를 찾은 목적인 러브레터 촬영지 순례로 바로 들어갑니다.

우체부가 열심히 오토바이크를 타고 언덕을 오르는 장면 기억나시죠?

이곳은 오타루역 바로 옆에 있는 후나미자카(船見坂)라는 곳입니다.
坂는 언덕이라는 의미로 후나미 언덕쯤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가는 방법은 오타루역에서 운하방향을 보고 왼쪽으로 갑니다.

만나게 되는 첫번째 길이 후나미자카입니다.

너무 어려웠나요?ㅋㅋㅋ

船見坂라고 보기 쉽게 씌여 있으니 찾으시기는 쉬울 듯 하네요.

올라가 봅니다.

방수 바지에 방수 신발 안신었으면 거의 한국에 못돌아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홋카이도를 겨울가시려면 꼭 방수옷과 신발 챙겨가세요.

올라가다 보면 JR 오타루역이 보입니다.

사방 천지가 눈이네요.ㅜㅜ

내려다보면 대략 이 정도 됩니다.

막상 와보니 좀 허무하네요.

다들 눈치우는데 저만 이러고 있으니.ㅋㅋㅋ

주오버스(中央バス)를 타고 데미야(手宮)로 이동합니다.

버스나 전차를 타면 항상 기사님들이 안내 방송을 해주시는 모습이 특이하답니다.

데미야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 한참을 올라갑니다.

목적지는 바로 데미야코엔(手宮公園)입니다.

시즌 버스가 운행하면 이 위까지 버스로 올 수 있는데 아쉽게도 시즌 버스가 운행하는 기간이 아니었습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습니다.

지붕 위에서 눈을 치우시고 계시는 동네 주민분들이 보이네요.

저는 올라가느라 땀을, 저 분들은 눈치우느라 땀을 흘립니다.

겨울에 도대체 땀이 뭐야~ㅠㅠ

저 앞에 입구가 보입니다라고 하고 싶지만 아니에요.

눈이 하도 많이 오니 기계가 있어요.

시원하게 눈줄기(?)를 발사중이십니다.

드디어 도착!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입구 앞에는 신사가 자리하고 있네요.

아놔~ 이 놈의 눈이 여럿 고생시킵니다.

지도가 보여야 장소를 찾는데 말이죠.

그냥 찍어가 가보기로 합니다.

찾으려는 장소는 후지이가 후지이에게 자전거를 타며 종이 봉투를 씌워주었던 곳입니다.

 

후지이가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는 장면도 여기서 촬영되었죠.

찍었는데 한 번에 찾았습니다.

눈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저 밑에 길이 있습니다.

후지이가 달리기를 했던 운동장입니다.

나중에 여자 후지이가 히로코에게 보내줄 사진을 찍기 위해 찾은 장소이기도 하지요.

아까 데이야 공원 입구에 신사 윗쪽으로 더 가시면 바로 나옵니다.

영화 스냅샷으로는 앞의 흰 건물이 오타루 시립 중학교이고 오른쪽의 야구장이 촬영장소 같습니다.

근데 조금 헷갈립니다.

여기서 달리기를 할 수 있는가?

왼쪽에는 축구장도 있는데 여기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곳이 오타루 시립 중학교입니다.

학교에 수업이 있을지도 몰라서 들어가보지는 않았습니다.

저 착하죠?ㅋㅋㅋ

데미야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오지를 않아서 걸어서 내려왔습니다.

현재의 사진 순서는 다니시기 좋은 순서대로 표시한 것입니다.

사진은 히로코가 일하던 도서관이지요.

이곳은 저에게 엄청난 시련을 준 곳입니다.

자세한 것은 아래에서 말씀 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영화에서는 도서관으로 연출되었지만 이곳은 구 일본 우선(주) 오타루 지점(旧 日本郵船(株) 小樽支店) 건물입니다.

이 건물은 1906년 2층 규모의 석조식으로 건립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일본 우선(주)의 오타루 지점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코부 대학 1기 졸업생인 사다치 시치지로(佐立七次郎)에 의해 설계된, 당시로서는 최신 서양식 석조 건축물이었다고 하네요.
2층 회의실과 귀빈실에서 러일 전쟁 후 평화 정착을 위한 국경 설정 회의가 열리기도 했었답니다.

1955년에 오타루시 재산으로 귀속되었고, 1984년까지는 오타루 시립 박물관으로 사용되기도 했구요.

1987까지 복원되었는데 이 때 사무실, 회의실 및 귀빈실 등이 원래의 상태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입장료는 300엔이었습니다만 들어가보지는 않았습니다. 

여기가 히로코가 앉았던 자리입니다.

현재는 반대편 문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일본 우선 오타루 지점 잔하창고입니다.

일본 우선 오타루 지점과 함께 건설되었답니다.

망사드 지붕과 돌로 쌓은 벽의 사양은 지점 건물의 형식을 닮아 있네요.

망사드(Mansard) 지붕은 돔형식이지만 네 개의 지붕 면에서 두 개의 면과 다른 두 개의 면이 서로 다른 각도를 가지는 형태입니다.

2002년에 개보수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운하쪽으로 내려옵니다.

내려오다보면 좌측에 크레이지 스파이시라는 카레집이 있는데 나름 저렴하니 괜찮은 곳이라고 하네요.

교차로에 다다르면 왠 일본 전통 가옥에 술 주(酒)자가 크게 써져있는 곳이 보입니다.

이곳이 바로 다나카 주조 본점(田中酒造 本店)입니다.

1927년 지어진 목조 건물로 지금까지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곳이네요.

이 세상의 모든 술을 혐오하기에 우리 아이들을 위해 미리 마셔 없애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이모텝에게는 필수 코스가 아닐런지요.ㅎㅎㅎ

이 건물은 쇼와 초기에 볼 수 있는 건축 양식을 잘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인 세가이 구조인데 건물 외관을 중후하게 보일 목적으로 처마밑 가로대가 돌출되어 있답니다.

원래는 여기에서 전통주를 한 병 구입해 맛볼 요량이었습니다.

그런데... 아! 그런데...

한 블로거께서 일본 우선 오타루 지점 건물이 이 옆에 있다고 지도에 표시를 해 놓으셨더라구요.

더욱이 현재 오타루 도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고까지 적어 놓으셨네요.

그래서 저는 이 주변에서 두 시간을 눈을 맞으며 돌고 또 돌았답니다.

더욱이 저는 도서관이라는 말을 철썩 같이 믿고 사람들에게 도서관이 어디에 있냐고 물었지요.

그러니 왠 미친놈이 눈 맞으면서 이상한 것 물어본다고 했을 겁니다.

다행이 밑에 나올 오타루 운하 공예관에 들렀다가 거기서 도움을 주셔서 찾았던 것입니다.ㅠㅠ

운하쪽으로 내려오면 오타루 시립 박물관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위의 장면에서 나왔던 장소입니다.

여기입니다.

사진이 좀 밝지만 오른쪽에 눈 쌓인 것 보이시지요?ㅠㅠ

여기는 오타루 운하 공예관입니다.

아니 지금부터는 이렇게 부르면 안될 것 같습니다.

안으로 들어갔더니 if PONTE라는 기념품 가게만 남고 문을 닫았다고 하네요.ㅠㅠ

하지만 위에서 말씀 드렸듯이 여기서 일본 우선 오타루 지점 건물의 위치를 알아내는 소득이 있었습니다.

구 공예관 위에는 운하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데 저기를 못 올라가게 되었네요.

아쉽습니다.

또 공예관에서 사진과 같은 유리 공예 체험도 해볼 수 있었는데 말이죠.

아쉬운 마음에 지나가다 눈에 띄어 허락도 없이 사진을 담아왔습니다.

검은 비니를 쓰신 남자분이 사장님인 것 같았습니다.

이곳은 오타루시 지정 역사적 건축물인 구 오야 창고입니다.

이시카와현 출신의 해산물 상인이었던 오이에 시치헤이가 지은 건물이라네요.

창고 2층 가운데에 山七(야마시치)을 의미하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아픈 히로코를 삼촌과 어머니가 억지로 병원에 데려다 주었지요.

이곳은 현재 오타루 시청으로 사용되고 있는 곳입니다.

이 건물은 1933년 건축되었답니다.

오타루의 실업가였던 도히 타키치가 10만엔을 기부한 것이 계기가 되어 신축되었습니다.

설계는 나이타 코우이치로가 이끄는 시의 건축과에서 맡았다고 하네요.

외벽은 타일로 붙이고 정면의 입구는 이바라키현에서 공수한 하강암으로 만들었습니다.

순례의 마지막은 후지이와 히로코가 유일하게 만나는 장면이 촬영되었던 곳입니다.

이곳은 북국의 월가라고 불리는 오타루의 과거 금융 중심지입니다.

월 스트리트에서 이름을 따온 것인데 많이 초라합니다.ㅠㅠ

일본 사람들 이름 가져다 붙이는데는 선수들이라는 생각이네요.ㅋㅋ

북국의 월가에 있는 건물들을 살펴 보겠습니다.

이곳은 1912년 지어진 일본 은행 오타루 지점입니다.

이 건물은 일본 은행 본점과 붉은 벽돌 도쿄역을 담당했던 킨코 타수노가 설계했습니다.

돔의 곡선과 무던한 외관의 조화가 뛰어나 매우 엄숙한 분위기가 나는 중세 양식의 건물로 평가 받고 있답니다.

현재는 금융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고 모의 1엑엔짜리 자루를 들어보는 체험이 인기를 얻고 있다네요.

이곳은 구 홋카이도 은행 본점 건물입니다.

현재는 주오버스 본사 건물로 활용되고 있고 1층에서는 와이너리가 있는데 한정판 와인이 인기랍니다.

나가노 우헤이지가 설계했고 중후한 멋이 특징입니다.

현관과 창 주위의 석조 배치가 아름답고 코너와 창의 간격 변화 등이 포인트!

큰 지도에서 러브레터의 숨결을 찾아서 보기

이것으로 러브레터 촬영지를 살펴봤습니다.

근데 이상한 점이 있지 않으신지요?

오겡끼데스까를 외쳤던 곳은?

그곳은 도쿄입니다.

또 이번 순례에서 첫 장면에 나오는 넓은 눈밭과 고베로 설정된 후지이의 집은 가보지 못했습니다.

눈밭은 덴구야마(天狗山)에 있고 여기서는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가 오타루 전경을 볼 수 있어요.

후지이의 집은 북국의 월가와 가깝습니다.

둘 다 시간과 폭설로 가보지 못해 아쉽네요.

무작정 관광지를 둘러보는 똑같은 여행보다 이렇게 테마가 있는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만 마치겠습니다.^^ 

2013.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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