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주인공은 꽃이다.
매화축제, 산수유축제, 벚꽃축제...
'날보러 와요~' 하며 전국에서 날아드는 꽃들의 초대장은
그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그 꽃들을 보러 광양으로, 구례로, 진해로 달려가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 모든 꽃 축제를 하나도 즐기지 못하고, 무르익는 봄을 탓할 때쯤,
지하철을 타고도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꽃의 향기가 느껴진다.
고양 꽃박람회!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정발산' 역에 내리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일산 호수공원에서 펼쳐지는 꽃잔치다.
기분 좋은 건, 지하철을 타고 온 사람들에게 입장료를 할인해주기까지 한다는 사실!
10000원의 입장권을 9000원에 사기? 어렵지 않아요~
매표소 직원이 "지하철 타고 오셨어요?" 라고 물어보면
큰 소리로 당당하게 "네~!" 하고 외치면 돼요~
지하철을 안 타고 왔으면서도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귀신같이 알아내니
1000원에 양심 파는 행동은 하면 안 돼요~
꽃박람회장에 들어서면,
그때부터는 별천지가 시작된다.
땅을 화려하게 수놓은 꽃들!
그리고 그 꽃들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온 사람들!
이곳 꽃박람회장에선 절대 해서는 안 될 게 있다.
꽃들의 자연미 찾기!!
일일이 사람의 손이 동원됐을 꽃 정원의 아름다움을
그냥 즐기면 된다.
그래서 다른 꽃 속에 섞여 미운오리새끼가 되어버린 꽃들,
너희들은 죄가 없다!!
그리고 이게 다 몇송이야! 하고 꽃들을 세어보려 덤벼서도 안된다.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모두 한송이씩 주고도 남을만큼 많은 꽃들이 있음에
살짝 감탄만 하면 된다.
그리고 즐겨야 할 세가지 즐거움이 있으니,
눈으로 확인하는 화려한 꽃세상,
취해서 쓰러질 것 같은 달콤한 꽃내음,
꽃과 함께 밝아지는 마음!
이 세가지를 최선을 다해 즐겨보기로 한다.
야외에 꾸며져 있는 테마정원!
갸냘픈 몸매를 가진 올리브~
올리브의 허리보다 두꺼운 팔뚝을 가진 뽀빠이~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할아버지가
이곳에서는 꽃상어를 낚으셨다.
화가나면 괴물로 변하는 헐크!
징그럽다고 생각했던 헐크의 피부가
싱그럽게 느껴지게 만드는 것도 꽃박람회의 힘이다.
한송이만으로도 풍성함을 주는 튤립이 오색찬란함으로 유혹한다.
튤립의 유혹을 뿌리치고 그냥 지나칠 수 있다면 그건 진짜 강심장이다.
살짝 코를 갖다대어 보면 저절로 터지는 감탄사!
탐스러우면서도 우아한 그녀의 외모에 살짝 질투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수십가지의 꽃이 한데 모여 일제히 인사를 건네는데...
그 중 키가 제일 큰 녀석은 당현종의 왕비였던 이의 아름다움에 비길만큼 아름다운 꽃,
양귀비!
그외에도 형형색색의 꽃들이 가장 고운 자태로 인사를 건넨다.
그 중 가장 예뻤던 꽃은 '매발톱'!
야생화인 매발톱이 이렇게 예쁜 꽃이었나?
한참을 서서 그들과 눈을 맞추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예쁜 꽃이라 해도 "동심꽃"에는 비길바가 못 된다.
엄마가 들고 있는 사진기 앞에서
세상에서 가장 예쁜 포즈를 취하는 아이!
그 모습은 이곳에 있는 모든 꽃들의 화려함을 압도했다.
꽃전시장인 실내로 들어가도 볼거리가 풍성했는데,
이건 2012년을 상징한다는 용?
가만히 보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선인장으로 만들어졌다.
온몸을 선인장의 가시로 둔갑하고 있어서일까?
더 위엄있어보인다.
꽃박람회의 마스코트인 코코!
이것도 선인장?
아주 조그만 선인장으로 만든 우리나라 지도!
멀리서보면 모자이크 작품 같다.
한곳에선 생화를 눌러서 활용하는 '압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스치듯 보면 그저 화려한 장에 지나지 않는데,
오! 놀라워라~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짜 꽃이다.
폭포수가에 피어있는 꽃들도 진짜 꽃!
비록 액자에 담겨 있긴 하지만...
요즘은 꽃을 활용해 작품으로 만드는 방식이 다양해진 듯 하다.
어떤 소품과도 잘 어울리는 꽃!
쉽게 시들어버리는 단점을 보완해
생화이면서도 몇년동안 시들지 않는 꽃이
요즘 플라워 아트의 한 분야로 등장했다고 하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꽃으로 하는 예술의 원조는 꽃꽂이!!
저마다의 특징을 살려, 가장 돋보이는 모습으로 전시해놓은
꽃꽂이 작품들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작은 화분속에서도 생명력을 보여주는 식물들!
그나저나 화분으로 버섯까지 키우다니...
애교 섞인 경고문이 없었다면,
이 버섯은 진짜야, 가짜야, 하며 나도 저 버섯과의 스킨십을 시도했을 게다.
오호~ 모자를 화분으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했을까?
공기도 잘 통하고, 물빠짐도 잘 될 것 같고,
나도 한번쯤 벤치마킹하고픈 아이디어!
삶은 달걀을 반 잘라놓은 것 같은 이 꽃은 이름이 뭘까?
설마 계란꽃이나 달걀꽃 같은 이름을 갖고 있는 건 아니겠지?
간혹 듣도 보도 못한 어려운 학명을 가진 꽃들도 보지만,
꽃의 생김새와 이름이 절묘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꽃들도 있다.
이 꽃이 그랬다.
원래 이름은 '온시디움' 이라고 하는데,
노란 드레스를 입고 춤추는 여인의 모습을 닮아서
'댄싱걸' 이라고도 불린다고...
정말 노란 드레스를 입고, 두 팔 벌려 춤추는 여인의 모습을 꼭 닮았다.
집에서 키울 수 있는 채소 재배기도 선보이고 있었는데,
눈이 아닌 배가 더 먼저 반응한다. 꼬로록~
이럴 줄 알았으면 공기밥에 쌈장을 준비해올 걸 그랬나? ㅋㅋㅋ
배고픔에, 매점으로 달려가서 샀다는 것이 맥주와 안주!!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해서,
두가지를 동시에 해결하려다보니, 이렇게 됐다.
휴식 공간인 파라솔 아래에서는
저마다 준비해온 도시락과 간식들의 냄새가 이곳 호수공원의 꽃향기를 압도한지 오래다.
점심식사 후엔 야외에 있는 화원들을 둘러봤는데,
이미 꽃들에 심취되어서일까,
이 화분도 사고 싶고, 저 화분도 키우고 싶고...큰일이다.
날마다 꽃을 보며 살 수 있다면,
메마른 삶에 영양제가 되어줄 것 같은...
꽃 하나에 빨간꽃과 하얀꽃이 함께 피기도 하는 이 꽃은 이름이 '일월성'이란다.
꽃이 만개한 이 애기사과는 얼마나 많은 열매를 맺을까...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면, 그 애기사과의 맛은 얼마나 달콤할까...
잠시 환상에 빠져본다.
전시되어 있는 식물중 재미있었던 것은 벌레를 잡아먹는 식물들이었는데,
잎 끝에 있는 포충낭으로 거의 모든 벌레를 잡아먹는 '네펜데스'다.
특히 개미에게 강해서 '개미헌터' 라는 별명도 있다는데,
대형종의 경우는 새나 쥐까지도 먹어치운다니 대단하다.
포충낭 입구에 있는 꿀샘으로 벌레를 유인하고,
벌레가 포충낭에 빠지면 소화액을 분비해 벌레를 녹여서 먹는다고...
포충낭의 생김새와 색깔은 달라도,
벌레를 잡는다는 그 역할은 같다.
이렇게 길~다란 포충낭을 가진 식물도 있는데,
파리가 빠지면 일단 낭떠러지를 경험해야 할듯!
그대로 땅에 묻어줄 것 같은 구조이기도 하고...
암튼 재미있다.
똑같이 곤충을 잡는 식물이어도 이 '파리지옥'은 곤충을 잡는 방법이 다르다.
일명 덮치기식!
곤충이 포충낭 속의 감각모를 건드리면 0.2초 이내에 트랩을 닫을 정도로
정교하게 진화했는데,
찰스 다윈이 최고의 식물이라고 극찬한 식물이기도 하다.
생김새가 눈썹을 닮아 '비너스의 눈썹' 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는데,
눈썹 속에 갇혀 이미 전사한 모기가 보인다.
호피 무늬를 하고 있는 이 꽃은 가운데 부분도 호랑이 얼굴을 닮았다.
이건 허리 잘록한 우아한 여인네의 모습!
세상에는 참으로 희귀하고 별난 꽃들이 많다.
그런 별난 꽃들을 만나보는 것이 이 꽃박람회의 가장 큰 재미가 아닐까 싶다.
하트 모양의 금낭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꽃!
그런데 이 꽃에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
옛날 효성 지극한 며느리가 시어머니께 드릴 밥을 짓고 있다가
뜸이 잘 들었나 확인하려고 솥에서 밥알을 꺼내 먹어보았는데
고약한 시어머니가 이 광경을 보고 며느리를 때려서 죽였다는...
그래서 그 며느리가 묻힌 자리에서 피는 꽃은
끝에 흰 밥알을 물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피었는데
그래서 이 꽃을 '며느리 밥풀꽃' 이라고도 부른다.
예쁘기만 했던 꽃이 전설을 알고 보니 애처롭기 그지 없다.
세계 각국에서 온 희귀한 꽃들도 구경할 수 있는데,
용의 비늘처럼 생긴 꽃잎이 열리면
그 안에는 솜을 말아놓은 것 같은 꽃심이 있다.
이 꽃들은 그 나라에서 어떤 전설을 갖고 있는 꽃일까...
이 꽃도 그 사연을 알고 보면 훨씬 다르게 보이리라.
장미도 이번 축제를 위해 화려한 드레스를 준비했나보다.
알록 달록, 푸른 색에 보라색까지,
심지어 금빛 드레스를 입은 장미도 있다.
어쨌거나 이곳 꽃박람회장에서의 꽃의 변신은 무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지만,
이곳에선 꽃들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딱 하루 시간을 내어 꽃밭을 거닐었을 뿐인데,
이 봄을 온전히 즐긴 것 같은 충만함을 선물받은 곳!
고양꽃박람회는 역시 금메달감의 축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