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픽추로 가는 가장 편한 방법은 기차를 타고 쿠스코에서 마추픽추 입구에 있는 작은 마을 아구아스 깔리에떼스까지 가는 방법이다. 물론 가장 편하기 때문에 가장 비싼것도 사실이다.
새벽 5시...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그 시간 어두컴컴한 호스텔을 서둘러 나섰다. 나, 은진, 권이 이렇게 세명은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가기 위해 새벽같이 아르마스 광장에 모였다. 우리가 선택한 루트는
쿠스코(약 6시간 버스이동) – 산타 마리아(약 1시간 버스이동) – 산타 테레사(약30분 버스이동) - 이드로 일렉트리카(도보이동) – 아구아스 깔리엔떼스 도착
이었다.
터미널까지 4솔을 부르는 기사에게 3솔을 외치고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6시를 갓 넘긴 시간....근데, 아니 이럴 수가!! 7시 버스는 없고 8시에나 출발한단다. 한 시간 더 잘 수 있었는데...
15솔인 버스표를 깎아 14솔로 하고 터미널 이용권을 산후 시간 때울 겸 해서 팔찌를 만들다 보니 어느새 버스 시간이 되었다. 여행자들은 거의 없고 현지인들이 타는 버스다 보니 확실히 낡은 것이었다. 조금 불안했지만 일단 믿고 버스에 올랐다. 쿠스코 시내를 벗어나 한참을 달리던 버스는 꼬불꼬불 산길을 달렸고 엉덩이에 슬슬 마비가 올때쯤 뒤쪽에서 뭔가 작게 ‘펑’하는 소리가 났다. 워낙 순식간에 난 소리라 내가 잘못들은 건가 싶어서 그냥 넘겼는데, 잠시 후 길 한쪽에 있는 어느 간이 식당 앞에서 선 버스는 사람들이 식사를 다 마치고서도 한참 동안 출발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팔찌 제작중...>
마침 어제 Gato마트에서 만난 한국인을 또 만났던 또 다른 한국인도 우리가 탄 버스를 탔는데 같이 동행한 콜롬비아 사람에게 물어보니 뒷 바퀴가 터져서 움직일 수 없다는 얘기였다. 헉...그렇다면 아까전에 들었던 그 소리가 바퀴 옆구리 터지던 소리?..그럼 그러고도 한참을 그냥 달렸단 얘기?? 천지신명이 보우하사 내가 이렇게 목숨을 보존하는구나...
암튼 그렇게 달릴 수는 없는 노릇, 뭔가 대책이 있는건지 없는건지...한참을 그 자리에서 웅성웅성 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쯤 구세주처럼 등장하는 어느 트럭...인줄 알았으나 그냥 지나가버리고 우리끼리 엄청 욕하던 와중에 진짜 구세주 등장. 한 버스가 우리 버스를 보더니 세우고서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스페어 타이어를 하나 내어주는게 아닌가!!!
타이어를 시크하게 주더니 다시 쿨하게 가는 버스에게 감사의 손을 흔들었다. 근데 문제는...기사 아저씨랑 사람들이 타이어를 끼우는데...이럴수가. 주고간 스페어 타이어가 우리 버스 타이어보다 작다...ㅜㅜ
다행히 이 버스는 바퀴 한쪽에 타이어를 두개 끼우는 그런 버스였는데 터진 타이어는 하나...그렇게해서 바꿔낀 타이어는 원래 타이어보다 작아서 땅에 닿지 않는 상황. 이게 뭐야~~
더 웃긴건 그런 타이어를 끼우고 나자 사람들이 다시 우르르...버스 안에 올라타고 불안한 마음을 안고 다시 출발. 우리 셋은 간이 콩알만해졌는데...간큰 놈들...우리...제발 무사히 도착하게 해주세요~~네?
원래 6시간이면 도착한다고 했는데 우리는 몇 시간 지체된 시간에 산타마리아에 도착할 수 있었고 다행인지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한 삐끼가 다가와 바로 이드로 일렉트리카까지 10솔에 간다는 것이 아닌가.
이건 뭐 흥정할 사이도 없이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죄 우르르 몰려가 덩달아 그곳에 합류...일단 뭐 까짓것 산타테레사 안들리고 가는거니깐 가보자고~(나중에 알아보니 산타마리아 – 산타테레사 6~7솔, 산타테레사 – 이드로 일렉트리카 3솔 정도로...10솔이 정확한 금액!)
작은 봉고에 사람들을 가득 채우고 산길을 달렸다. 계속되는 오르막 길에 무거운 봉고차가 쓱~잘도 올라가는 게 웬만한 운전의 고수가 아니면 힘들 것 같았다. 게다가 장농면허 소유자인 내 상황에서는...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이드로. 이제 이곳에서부터는 기찻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는 일만 남았다. 우리도 채비를 하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나와 권이가 사진을 정신없이 찍어댄 탓에 어느새 우리와 함께 미니 버스를 탔던 외국 친구들은 보이지 않았고 우리 셋은 열심히 걸었다. 물론 여자가 둘이나 끼어있는 상황이라 걸음 속도 자체가 다른 여행자들에 비해 쳐질 수밖에 없었던 탓이기도 했다.
처음 그렇게 출발은 매우 순조로웠다. 천천히 마치 강원도 산길을 산책하는 마음으로 걸으면서 페루의 자연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저 멀리 우리쪽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보여 대충 이곳에서부터 아구아스 깔리엔테스까지 얼마나 걸리느냐 물어보았더니 약 1시간 반정도면 된다고 대답해주었다. 뭔가 희망이 보이는 듯, 다시 으샤으샤 힘을 내서 걷기 시작했고 그렇게 한시간 넘게 걸을 때쯤 또 걸어오는 사람들...이제 30분쯤 남았겠지 하고 물어보니 이곳에서 다시 한시간을 더 가야 하다는 대답...
읭?
30분쯤 더 간 후 만난 사람은 다시 45분쯤...이건 뭐 걸으면 걸을 수록 더 멀어지는 느낌...아구아스 깔리엔떼스가 이사를 하고 있나...
날은 점점 저물고 빨리 도착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겠다 싶은 마음에 걸음을 서둘렀지만 뒤에 진 짐이 점점 더 무겁게 느껴졌다. 그나마 전날 마트에서 사온 초코바가 있어 장시간 걸어가는 우리에게 힘을 보태주었다. 이미 해는 다 졌고 다행히 은진이와 권이에게 후레쉬가 있어 어두운 길을 그나마 수월하게 걸어갈 수 있었고 아구아스 깔리엔떼스가 거의 도착했을 것 같다고 생각될 때쯤 저 앞에 한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누군가 기다리는 듯 보였다. 대략 길을 물어보기 위해 다가가보니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한 소년. 우리가 아구아 깔리엔떼스가 어디냐고 물어보니 자신을 따라오란다. 한 숙소에서 나온 삐끼 역할을 하는 소년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온다는 걸 미리 알고 기다린걸까?...ㅋ
일단, 길도 모르고 기댈 곳이라곤 그 소년뿐...숙소가 머냐는 나의 질문에 멀지 않다며 자신의 숙소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15분이면 간다는 꼬마의 말과는 달리 동네 어귀까지 가는데만 그 정도 걸렸고 수많은 호스텔을 뒤로하고 꼬마의 호스텔로 가야 한다는게 은근히 짜증이 났다. 너무 힘들어하는 날 대신해 꼬마가 내 짐을 들어주었는데 여행하며 절대 남에게 여행짐을 의지해 본적 없는 나였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체력이 바닥난 상태였다. 꼬마의 안내를 받아 간 호스텔을 3번째 다리를 건너서 골목으로 살짝 들어간 곳에 있었다. 방 상태는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고 사실 더 이상 움직일 기력도 남지 않아 그냥 그곳에 짐을 풀기로 했다.
오는 내내 다른 호스텔은 없나 두리번 거리는 내 눈빛을 감지했는지 연신 내 눈치를 살피던 꼬마애에게 엄청 미안해졌다. 간단한 샤워 후 부엌을 이용해도 좋다는 주인 아주머니의 허락으로 라면을 끓여먹기로 했다.
라면 물을 끓이는 사이 주인 아줌마의 어린 딸이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너무나 예쁘게 생긴 아이였는데 말은 어쩜 그리도 조근조근 예쁘게 하는지...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 말투 속에서 어떤 뉘앙스인지는 알것 같았다.
"제가요~~오늘은~~이렇게 했는데요~~~너무 즐거웠어요~~"알아 들을 수는 없었지만 이런 뭐 내용 아니었을까...
"그랬어~?"하고 한국어로 받아치는 나에게 본인이 먹던 계란 음식을 내밀었다. 괜찮다는 우리에게 연신 건네주며 먹으란다. 예의상 한입 먹었는데 굉장히 맛있었다. 그래도 모자랐는지 계속 먹으라며 주었지만 어린 아가의 식사를 빼앗아 먹는 것 같아서 겨우 아이를 달랬다. 어쩜 그리도 붙임성이 좋은지...무엇인가 주고 싶다는 생각에 나스카에서 만들었던 팔찌를 손에 채워주었다.
"너 가져....I give you."
스페인어로 선물이 뭐더라...give가 뭐더라 미리 공부 좀 해 둘걸....후회가 막심한 가운데 아이는 못알아 들었는지 내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Tu muy bonita, porque yo quiero....give tu.."(너 예쁘니깐…내가 이거 줄께...라는 뜻에서 말했으나...알아들을리 만무.)
말도 안되는 스페인어를 지껄여 보았지만 역시나 못알아 듣는 눈치다.
"Gift...내가 너 준다고....Tu bonita...asi yo give tu."
요리하시던 주인 아주머니가 내가 말하는 걸 보더니 이내 눈치를 채시곤 아이에게 가서 속삭여 주었다.
"Gracias"순간이었다. 엄마의 말을 듣고서야 이해한 아이가 한 바로 그말에 우린 그저 한순간 녹아내렸다.
"아이고~~예뻐라..너 왜이렇게 이쁘니??Tu muy bonita."
<귀여운 호스텔 꼬마^^>
잠시 후 아줌마에게 계란을 사고 함께 끊인 라면의 맛은 천상의 맛 그 자체였다. 이제 슬슬 내일 마추픽추 표를 사러 가야 하는데....
우리를 안내해준 꼬마에게 물어보니 지도로 설명해 주었다. 지도를 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함께 가준다며 길을 나섰다. 아까 신경질 낸것이 너무 미안해서 사과하고 이름을 물으니 '하이메'라고 했다. 예전 천사들의 합창에 나왔던 어느 꼬마의 이름도 하이메였는데...
<마추픽추 티켓 사무실>
계속 미안한 마음에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그랬지만 여전히 미안한 마음을 지울 길이 없다.
이건 뭐..나이가 들어도 항상 철이 없음을 느낀다. 낼 모레 서른인데....
Plaza de armas에 있는 티켓 오피스에서 티켓을 살 수 있었다. 학생 할인으로 63솔이었는데 본인 것은 잃어버리고 다른 사람이 준 국제학생증을 가진 권이도 다행히 여권 검사를 하지 않아서 무사히 학생 티켓을 살 수 있었다.
깜빡하고 기차 e-ticket을 안갖고 온 권이를 따라 다시 하이메의 안내로 마추픽추 기차역으로 갔다. 시스템이 다운되어 당장 확인은 안되고 잠시 후 오라는 직원에게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와서 받으면 안되냐고 했지만 꼭 잠시 후 오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다시 갔을땐 내일 저녁에 와도 괜찮다면서...주인아주머니께 미리 큰 짐을 맡기고 필요한 가벼운 짐만 챙기고 일찍 잠이 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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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 2
초코바 : 18 (3인)
음료 : 2.83
교통비 버스터미널(쿠스코)택시 : 3 (3인)
버스 (산타마리아) : 14
버스터미널 이용비 : 0.5
산타마리아 - 이드로 : 10
마추픽추 입장료 (학생할인) :1박 : 아구아깔리엔떼 63.00
1박(아구아깔리엔떼) : 15.00
Total : 114.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