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달린 버스 안에서 눈을 뜨니 이미 구름이 내 발 아래 있는 어메이징한 장관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물론, 세미까마 가장 앞 좌석에 앉은 덕분에 거의 눈앞에서 서라운드 화면으로 즐길 수 있었다.  게다가 전날 원래 내 옆 좌석도 판매가 되었다고 구입할 때 본 것 같은데 아무도 타지 않아 그야말로 두 자리를 모두 차지하고 누워 잘 수 있었다. 까마 그 이상의 감동!!

역시...세미까마의 가장 앞자리는 까마 그 이상이다. (까마를 타본적도 없지만...ㅋ)

앞서 소개한 바 있지만 남미의 버스는 대략 3종류로 나누어지는데 일반 좌석버스, 세미까마, 까마 이렇게 나눌 수 있다. 일반 좌석 버스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좌석이고 세미까마는 약 100~120도정도로 젖혀지는 좌석에 앞쪽에 다리를 얹어 놓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어 있고 까마는 세미까마보다 훨씬 더 많이 젖힐 수 있어서 거의 누워서 이동할 수 있는 좌석이다.

또한, 여행 중에 몸집이 작아 불편한 점도 있지만 이렇게 이동할 때 몸집이 작다는 건 상당히 몸을 편하게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호주에서 기차를 탔을 때도 키 큰 외국인들은 다리를 접어서 잠을 자야 했지만 베낭을 좌석 밑에 깔고 거의 180도로 잠을 잘 수 있었던 것도, 유난히 앞뒤 좌석이 좁은 남미의 후진 버스에서도 무릎이 끼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리를 왔다 갔다 거릴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렇게 우연히 옆 좌석이 비어있을 때 비행기에서든 버스에서든 옆으로 누워 편하게 잘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해발고도 588m인 나스카에서 3,400m인 쿠스코를 간다는 것은 엄청난 산길을 계속 올라간다는 얘기이기도 하며 또한 쿠스코에 도착해서 고산증세를 위해 하루정도는 고산에 적응하는 기간을 가져야 함을 의미했다. 특히 리마에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사람이라면 일단 하루정도는 휴식을 취하는 편이 좋다. 하지만 나는 예외...콜롬비아에서부터 이곳까지 꾸준히 평균 3,000미터의 고지대에서 오랫동안 머물러오며 이미 고산에 대한 적응을 마친 상태였기 때문이다.

버스는 산을 몇바퀴씩 돌며 이 산너머 저 산으로 저 산너머 쿠스코를 향해 달렸고 드디어 쿠스코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또다시 우연히 바뇨스에서 같이 버기도 탔던 동생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나스카에서 같이 버스에 오른 한 남자도 한국인인 것을 알게 되었다. 이로서 우리일행 5명...버스에 내리자마자 역시나 삐끼들은 달려들었고 일단 쿠스코 시내까지 택시로 이동해야 하는데, 한 삐끼 아줌마가 안내하는 숙소에 가면 택시를 공짜로 이용하게 해주겠다는 말에 한번 가보자며 공짜로 택시를 타고 쿠스코 시내로 이동했다. 삐끼 아줌마가 안내해준  그곳은 정말...별로였다.

솔직히 그닥 내키지 않아 다른 곳을 알아볼 생각으로 일단 그곳에 몇명을 남겨놓고 전에 알아놓은 다른 숙소를 찾아 헤메었다. 숙소를 나서는 순간, 이까에서 헤어졌던 은진이와 에르난도를 만나게 된 것이다. 역시 인연이 되려면 이렇게도 되겠구나 싶어 언제 왔냐고 물어보니 은진이 역시 오늘 도착했고 이전에 내가 말해준 쿠스코 숙소는 만원이라 이 호스텔에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일단 숙소를 찾기 위해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지만 왠일인지 자리가 없거나 혹은 너무 비싼 방들 뿐이었다. 그 와중에 언덕 위쪽에 있는 Walkon inn이란 곳에 마침 몇 자리가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다. 아까 숙소보다는 조금 비쌌지만 분위기 면에서 훨씬 그곳이 괜찮아 보였는데, 좀더 저렴한 방을 원했던 은진이와 아까 만나게 된 권이는 처음 찾아갔던 그 숙소에서 머물겠다고 했다.

베낭을 메고 천천히 Walkon inn으로 향했다. 안그래도 언덕 위에 위치한 호스텔인데다 이곳은 3,400m의 고산지대. 거의 숨이 턱까지 찬것을 넘어서 뇌 까지 차올랐다. 게다가 무려 내 몸무게 반만한 짐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이동하고 있으려니 거의 죽을 맛이었다. 피를 토하는 느낌으로 겨우 숙소에 도착해 자리를 잡고 다시 우리 일행과 은진과 권이 그리고 에르난도까지 모두 아르마스 광장으로 향했다. 쿠스코 역시 대표적인 콜로니얼 도시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쿠스코는 옛 잉카시대의 중심도시였는데 스페인이 페루에 침략해 들어오며 그 모든 것을 파괴하고 신전이 있던 자리에 성당을 건설하고 대표적 콜로니얼 도시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역사는 그러하고 이 아르마스 광장에 나가면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이동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아르마스 광장이 그렇게 거대해서가 아니다. 바로, 그곳에 놀러 온 현지 사람들이 우리에게 달려들어 사진을 찍자고 난리가 나기 때문이다. 처음에 한두명과 1:1 독사진을 찍어주다보니 어느새 몰려든 수십명의 사람들...이건 뭐 거의 연예인이 된 기분이다. 

앞으로 연예인 만나면 최대한 사진 찍자는 얘기 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 물론 연예인 만나도 그런 얘기 아예 안하지만...- 하도 시간이 오래 걸려서 다같이 모여라 내가 너네 카메라로 다 찍어주겠다고 해서 내 손안에 10개가 넘는 카메라를 들고 불쌍한 나의 일행들을 임시 연예인화 시켜서 수십장을 찍어주기도 했다.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1:1로 찍어달라고 요청하는 얘들은 뭐니... 단체로 다같이  잘 찍었음 된 거잖아~~우리도 여행자라 바쁘다고!!!

그 이후 아르마스 광장을 지나갈 때마다 보게 되는 외국인 여행자들이 그렇게 잡혀있는 것을 보면...살짝 옆으로 지나가며 명복을 빌어주기도 했다.

다음으로 가게 된 Museo Inka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사진을 남길 수 없었지만 그 안에는 수 백년 전 페루 내 각 지역에 발달한 문명과 유적들을 볼 수 있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한번 둘러봐도 좋을만한 곳인 듯 했다. 

가장 흥미로웠던 곳은 바로 코카(꼬까)대해 전시해놓은 방이었는데, 고산 지대가 대부분인 남미여행을 하다보면 코카잎을 자주 보게 된다. 물론 코카잎에서 마약인 코카인을 추출해 낸다고 하지만 사실 남미에선 이 코카잎을 그냥 씹어 먹거나 코카차로 우려내어 종종 마시면서 고산증세를 완화시키는 쓰고 있다. 

코카잎의 어떠한 성분이 고산 증세를 완화시킨다 해서 이전부터 곳곳에서 코카잎을 팔고 있었고 많은 호스텔에선 코카티 티백까지 마련해 놓고 있음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이 코카잎의 메디칼적인 효능 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의식에도 쓰이는 것을 전시해 놓고 있었다.

그리 많은 곳을 돌아다니지는 않았지만 은진이는 아무래도 고산에 적응을 덜한 탓에 두통을 느끼는 듯 해 보였다. 확실히 고산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리하고 이곳저곳 다니다보면 몸이 많이 상하기 때문에 반드시 쿠스코에 도착한 첫날은 좀 쉬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물론 이미 적응 다 마친 나는 예외...물론 걸을 때면 부족한 산소 덕에 언덕을 오를 때마다 숨이 가쁜 건 마찬가지긴 했다.

아무튼 드디어 남미여행의 절정...마추픽추 그 바로 아래까지 – 잉? 실은 마추픽추의 해발 고도가 쿠스코보다 1,000m가량 더 낮다는 사실..^^ – 도착했다. 기다려라 마추픽추!

<오픈캐스트 구독하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