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대게철이 돌아왔다.
3월 8일부터 3월 12일까지 영덕에서도 대게축제가 열렸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 다녀온 영덕!
대게집들이 즐비해 있는 강구항은 입구에서부터 대게가 반긴다.
대게 찾아오신 손님~ 대게 반갑습니다~
ㅎㅎㅎ
대게 센스있는 사람이 대게 재치있는 표어를 만든듯!
강구항에 수산시장이 열렸다.
오전시간인데도 활기가 넘친다.
한마리에 몇만원씩 하는 귀한 몸들이 산더미처럼 쌓혀 있다.
이건 봉금씨꺼!! 함부로 눈독들이면 안된다.
홍게는 그 빛깔이 유난히 곱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이 있는데,
기왕이면 홍게라는 속담이 없는 건 안타깝다.
그래도 역시 게중의 으뜸은 대게다.
국산 박달대게는 1kg 짜리 한마리가 15만원을 호가한다.
러시안산 대게는 그 반값도 안하는데...
대게도 국산명찰을 달고 있으면 귀족이 된다.
수북히 쌓여 있는 대게들!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어떤집은 수족관에 재미있는 이름을 붙여놨다.
"대게 목욕탕"
특별히 남탕!!
남탕이라고 하니 괜히 슬쩍 더 눈이 간다.
하지만 대게 목욕탕엔 여탕이 없음을 알고 있다.
대게의 번식을 위해 암컷을 잡는 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게를 맛볼 계획으로 강구항 대게마을로 진입했는데,
제철 대게맛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온 차들로 리는 이미 주차장이다.
번잡함 속에서는 대게의 참맛을 느끼기가 힘들 것 같아
중심가를 벗어나 해변가로 나왔다.
바다 옆으로 근사한 바닷길이 펼쳐져 있는데
이름하야 영덕대게로!!
바다 풍경에 심취해 달리다가,
꽤 괜찮은 대게집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바다를 바라보며 대게를 맛볼 수 있으니,
대게가 한맛 더 날 것 같다.
펜션을 겸하고 있으니,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방에서 하루 숙박을 해도 좋을 듯 하다.
식당에 들어갔더니 역시 최고의 전망!!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방석, 바다 방석에 앉은 기분이다.
야외에도 테이블이 있어,
펜션에 하룻밤 묵는다면 바베큐파티장으로도 그만일듯~
풍경에 취해 있을때 주문한 대게찜이 나왔다.
꽤 큰 접시인데도 온전히 담기지 못할만큼 엄청 큰 대게!!
영덕에서 먹으니 영덕 대게라 하고 싶지만,
실제로는 러시아에서 수입한 것이라고 하니 러시아산이 맞다.
하지만 이 러시아산 대게들도 요즘은 북한 나진에서 잡는 것이라고 하니,
더욱 엄밀히 말하면 북한산이라고 하는게 가장 정확할듯!
아무튼 3개의 국적을 갖고 있는 아주 특별한 대게!!
먹기 좋게 자르면서 보니, 속에 살이 정말 꽉~ 찼다!!
놀라운 것 작년에 다소 비싸게 주고 먹었던 국내산 박달대게와 맛의 차이가 거의 없다.
꽉찬 게살 맛이 아주 쫄깃쫄깃하다.
껍질을 먹기 좋게 까서 입안으로 스르르 밀어넣을 때의 그 황홀함.
1박2일에서 보여줬던 이승기식 리액션(눈을 슬며시 감고 황홀하게 미소짓는)이 저절로 나온다.
오동통한 게살 맛에 황홀하게 취해 있을 때쯤
이 황홀함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게딱지에 나오는 볶음밥이었다.
이미 배가 부른데도
게의 육수가 흠뻑 배어든 볶음밥은 너무나 맛있다.
그런데 이 볶음밥엔 복병이 하나 따라 나왔으니...
바로 갓 구워낸 돌김이었다.
이 돌김에 볶음밥을 싸 먹으면 맛이 기가 막히다고 하는데...
게볶음밥을 김에 싸 먹어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어쨌거나 새로운 경험이다.
볶음밥을 김에 싸서 고추장 살짝 얹어 입에 넣었더니...
진짜 새로운 맛의 세계가 펼쳐진다.
남아있는 게살까지 얹어 함께 싸먹으니,
게의 맛을 김이 휘감는 맛이라고나 할까??
정말 끝내준다.
그 때 문득 곁반찬으로 나온 생미역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면 이 생미역에 싸먹으면 어떤 맛일까...
응용모드~
김에 싸먹는 것보다 훨씬 풍부하고 부드러운 맛이다.
대게 한마리를 갖고도 이렇게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니 너무 행복하다.
하지만, 진짜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게를 넣어 끓인 찌개였다.
어렸을 때 엄마가 끓여주셨던 그 게찌개의 맛이다.
대게는 딱지에 밥 넣어서까지 다 먹은 것 같은데, 찌개에 넣을 게 남아있었나?
그런데도 찌개맛은 너무나 훌륭하다.
찌개와 함께 볶음밥은 금방 뚝딱~!!
정말 행복한 만찬이었다!!
식당 2층에 있는 펜션도 꽤 괜찮았다.
넓고, 시설도 좋고,
무엇보다 바다를 품고 있는 전망!!
대개 한마리로 인해 영덕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인다.
대게가 있어 이 봄은 더욱 아름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