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컬럼(여행) - 여성포털이지데이

1.
집에 가려고 지하철을 탔다가 깜빡 졸았던 적이 있다.
너무 졸려서 잠깐 눈을 감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집까지 여섯 정거장 정도 남아 있었다. 아니 눈이 감기기 전에도 여섯 정거장 정도 남았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라는 생각에 시계를 보니 두시간이 지나 있었다. 지하철 2호선...한바퀴를 돈 것이었다.
밤을 새서 술을 먹고 집에 가던, 신입생 시절은 그렇게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한두바퀴 도는건 기본이었다.
내 친구의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술을 먹고, 막차타고 집에 간다고 갓는데...당고개행 열차를 당당히 타고, 정신을 차려보니 차량기지에서 잠을 자고 있더랬다. 그리고 전철에서 나올 때 그의 발에는 신발이 하나 없었고, 한 쪽 발은 진흙 범벅이 되어 있더랜다.

2.
우리나라 기차는 참 관대하다. 기차를 타고 고향 집에 내려가다 보면 가끔 잠이 들 때가 있다. 그러다가 내가 내려야 할 기차역을 지나친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그 다음역에 내려서 역무원에게 말을 하면, 다시 반대편으로 가는 열차를 타고 돌아갈 수 있게 해 준다. 내친구는 중 한명은 너무나도 깊이 잠이 든 나머지, 대구에서 내려야 하는데, 부산까지 갔다 온 적이 있다고도 했다. 그래도 추가요금 안내고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배려해주는게 어디여~

3.
사실, 그리스에 갈 마음이 별로 없었지만, 갑자기 산토리니(Santorini)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계획에도 없던 산토리니에 가기로 했다.
그리스 아테네에 도착한 첫 날, 아침. 야간 열차를 타고 그리스 북부의 테살로니키에서 왔는데, 같은 칸에 탄 사람이 밤새도록 떠들어대서 너무나 피곤했다. 그래서 한시간만 졸아야 겠다 싶어서, 한시간 정도 졸고 나니.... 내 눈앞에 분명히 놓아두었던 배낭이 없어져있엇다...
배낭을 도둑 맞은 것이었다1!!! 헐.............좌절에 좌절에 절망에.....다행히 카메라, 노트북, 여권은 작은 가방에 넣어놔서 괜찮았지만 정말 어이가없었다.
잃어 버린건 잃어버린 거고, 좌절모드였지만,,,,, 산토리니는 가야지 싶어서 배를 타러 갔다. 온종일 아무것도 못 먹고, 배낭을 찾아보겠다가 역 주변 반경 1km(?)내에 있는 휴지통을 다 뒤지고 하느라고 정말 피곤한 하루였다.

산토리니로 가는 배표를 끊고...겨우겨우 배에 올랐다. 정말 내 꼴은 거지꼴이었다...땀냄새가 펄펄 나고,,,배 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니, 정말 살 것 같았다. 그러니 졸음이 솔솔 몰려 나왔다.
승무원한테 몇 시 쯤에 산토리니에 도착하냐고 물어보니까, 새벽에 도착한댄다. 아니 새벽 몇시에 도착하냐고!? 몇 번이나 물었지만 그냥 새벽이랜다. 새벽이면,,,다섯시? 뭐 그쯤? 그러니까 뭐 그럴지도 모르겠단다. 아니...뭔 한두번 가는 것도 아니면서 ETS를 몰라? 나는 그냥 구석에 가서 잠을 청하기로 했다. 어차피, 산토리니에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까, 그때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가면 깰 수 있겠지라는 생각에...

4.
뭔가 이상하 느낌에 눈을 떴다. 눈을 뜨니,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엔진소리가 우렁차게 났다. 설마....스무원한테 가서, 산토리니, 산토리니를 외쳤다. 그러자, 창밖을 가리키면서 산토리니라는 것이었다. 산토리는 점점 나한테서 멀어지고 있었다. 정말 뛰어내리고 싶었다.
그러더니 산토리니 가야된다고 내 표를 보여주면서 내려야 된다고 하니, 갑자기 하는 말이 더 과관이었다. 너는 지금 코스(Kos)섬으로 가는 배를 타고 있으니, 돈을 더 내라는 것이었다. 뭐라고?미쳤냐? 돈없어. 산토리니 못내린 것도 억울한데 돈을 더 내라고? 미쳤냐? 배째라는 식으로 나갔다. 그래도 안먹혔다. 돈을 내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다느니 난리를 피웠다. 어이없었다....
결국, 20유로 인가? 더뜯겼다... 그리고 코스섬에 내렸다. 어차피 그 배는 산토리니로 돌아가니까, 그 배에 계속 타고 있다가 산토리니에 내리겠다고 했더니, 그 배는 더 멀리 까지 갔다가 돌오니까 그러면 60유로(?)를 내라는 것이었다. 에이 미친것들. 침을 뱉으면서 20유로 더 내고, 코스섬에 내렸다.

5.
코스섬은 정말 가족단위 휴양객들이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돈도 없는 본인. 배낭도둑맞고, 자다가 산토리니에 내리지도 못하고 돈만 더 뜯기고, 돈도 없고, 옷도없고, 씻지도 못하고...정말 거지가 따로 없었다. 다시 배가 오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날은 덥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고 정말 비참했다.

6.
오후 6시 무렵, 산토리니로 가는 배가 왔다. 산토리니를 거쳐서 아테네로 가는...내가 타고 왔던 그 배였다. 아 정말 그 배를 타고, 아테네로 가고 싶었다. 그냥 산토리니고 뭐고 다 때려 치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내가 이 고생을 한 게 뭣때문인데? 산토리니...꼭 가서 침이라도 뱉고 오겠다고 생각하고 산토리니로 갔다.
산토리니로 가는 동안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홍콩계 미국인인 애가 나에게 말을 걸어줘서 나름 이것저것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지만, 내 마음은 산토리니에 대한 증오로 넘쳐나고 있었다. 그리고 썩어빠진 그리스 놈들에 대해서도 증오가 일어나고 있었다.

산토리니,,좋았긴 했지만, 정말 그리스는 나랑 안맞는 나라다.

- 아테네 항

- 코스 섬, 해안 도로

- 코스섬에 정박중인 요트들

- 산토리니로 가는 배, 사람이 정말 몇 없었다

- 바이바이, 코스섬

- 산토리니..............폭파시켜버리고싶었다

- 산토리니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