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최고 음식으로 이름을 날려 임금님에게 보내는 진상품로도 유명한 '영광굴비'의 고장은 정확히 어딜까?
바로 영광군의 서쪽 바닷가인 '법성포이다.
육지로 깊이 들어온 법성포의 포구 맞은 편에 위치한 영광cc에 운동하러 갔다가 그 귀한 영광굴비정식을 맛보는 기회를 가졌다.
법성포로 들어서면 길가에 온통 '굴비'라는 이름을 단 가게들로 가득 차 있다.
굴비가 없었다면 법성포가 고향인 사람들 말고는 과연 이 서해안의 작은 포구를 아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몇이나 있을 수 있을까?'
굴비 말고는 다른 업종간판을 단 가게는 찾아보기가 힘든 곳이 영광군의 작은 어촌인 법성포이다.
썰물 때면 넓은 갯벌을 보여주는 서해의 한가로운 어촌마을, 바닷물길이 마을 안쪽으로 깊게 들어와 있다.
작은 마을이지만 백제 때 인도의 고승 '마라난타'가 중국 동진을 거쳐 한반도로 들어와 발을 처음 내디딘 곳으로 백제불교의 최초 도래지로 알려져 있다. 법성포의 '法'은 불교를 뜻하고 '聖'은 고승 마라난타를 가리키는데, 곧 마라난타가 불교를 전하기 위해 찾은 포구라는 지명유래를 가지고 있다.
굴비가게는 많았지만 의외로 식당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거리를 한바퀴 돌아보다 길 모퉁이에 '어부촌 굴비정식'이란 간판이 보여 들어가 보았다.
'굴비정식'은 1인분에 이만원, 점심식사치고는 꽤 비싼 편이지만 밥상은 푸짐하다. 아직 굴비구이가 나오기 전에 차려진 음식들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부터 여름철 보양식으로 유명한 제 철을 맞은 농어회를 먼저 맛본다. 육질이 쫄깃쫄깃 아주 맛있다.
그리고 말린 민어구이와 장대 또한 입을 즐겁게 해준다.
남도의 밥상에 빠지지 않는 삼합,
그리고 홍어찜도 밥상의 한 구석을 차지했다.
장대구이와 민어구이 접시가 치워진 자리에 드디어 노릇노릇 잘 구워진 굴비가 등장했다.
물론 요즘 추석 최고급선물인 10마리 한 두릅에 이백만원(한 마리에 이십만원이다!) 하는 최고 품종의 굴비는 아니지만,
살이 통통 오른 하얀 속살은 부드럽고 감칠맛이 났다.
뚝배기에 나오는 굴비탕 또한 별미이다.
왜 굴비는 영광굴비를 최고로 칠까?
예로부터 영광 앞바다인 칠산바다에서 3월 중순 경 잡히는 참조기를 2년 이상 간수가 빠진 천일염에 간을 하여 법성포 해안 특유의 바람에 말리면 최고의 맛과 영양분을 낼 수 있었다고 한다. 다른 곳의 굴비와 영광굴비의 영양분을 따지면 단백질만 2배반 가까이 차이를 낸다고.
그렇다면 지금 법성포에서 파는 굴비는 다 영광굴비일까? 그건 그렇지 않다고 한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잡히는 참조기를 법성포에서 가공하면 영광굴비가 되고 있다고나 할까, 아뭏든 예로부터 내려온 가공법을 더더욱 발전시키려는 법성포 사람들의 노력이 영광굴비의 명성을 지켜나가는 요인이 되고 있을 것이다.
굴비정식의 메뉴 중 하나인 게장, 굴비가 주가 되어야 하는데 왜 게장이 나오는걸까? 아마 이만원이나 하는 가격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일까?
법성포는 굴비도 유명하지만 꽃게의 산지로 유명하단다.
밥도둑인 굴비와 게장, 그래서 다이어트 중인 내 의지와 관계없이 밥그릇을 깨끗이 비우게 했다.
배부른 식사를 마치고 목적지인 영광컨트리클럽으로 가는 길에 멋진 풍경이 차창 밖으로 펼쳐진다.
갯벌 한가운데 좁은 물길 따라 법성포 포구로 들어가는 어선들.
영광컨트리클럽의 골프장에서 법성포 일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바다가 육지 사이로 깊게 들어와 있는 천혜의 포구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물길 건너 다리 위에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라고 한 글자씩 새겨넣은 표지판을 세워 놓았다. 골프가 끝나면 와서 보고 가라고 세워 놓은 것일까? 법당 위쪽 계단 끝에는 엄청나게 큰 커다란 불상이 서 있는 걸 볼 수 있다. 네 면이 다 다른 불상으로 조각되어 있단다.
눈을 바다 쪽으로 돌리면 아름다운 해안선이 펼쳐진다.
법성포를 지키는 초병처럼 홀로 서 있는 작은 섬, 그리고 그 너머로 아스라이 위도까지 바라다 보인다.
불교에도 관심이 있고 굴비맛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다녀오면 괜찮은 곳이 법성포가 아닐까.
아니 어디든 다니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법성포 또한 꼭 들려볼만한 코스가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