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오름은 경사가 완만해서 오르기에 그리 벅차지는 않지만 나무들이 나즈막해서 그늘이 거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언덕에는 아직도 피고 있는 고사리들이 지천이었는데 그걸 그냥 두고 오르자니 어찌나 아깝던지..
사실 고사리는 내게 산청의 추억을 안고 있어서 더욱 애틋한지도 모른다.
말이 있는 풍경은 어느 새 익숙해져서 바로 곁을 지나칠 때도 스스럼이 없다.
오히려 낯선 개를 만나는 일보다 훨씬 편안하다.
이꽃의 이름을 아직 모르겠다. 곳곳에 지천으로 피어서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었는데..
단지 땡볕만 힘들어했지 인적 드문 것은 그리 염두에 두지도 않았는데 통오름을 다 지나오니
허걱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 다니란다...
나는 아무래도 천하무적 같다.. ^ ^*
부실하게 먹은 아침식사로 슬슬 배도 고프고 지쳐가는데 민가도 안보이고 식당이라곤 더더욱 그림자도 없고 다행히 길가에 지천으로 깔린 산딸기로 배고픔과 갈증을 달래며 걸었다.
내겐 너무나 고마운 산딸기들..
몸은 점점 무거워가고 힘은 빠지지만 되돌아가는 것 보다는 무조건 앞을 향해 가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라 길가에 피어있는 꽃들을 보며 기운을 차린다..
슬슬 꽃들과 대화도 하며 약간 이상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 ㅋㅋ
이 문을 통과할 때마다 내 아이큐가 말보다 좋다는 사실을 확인한다고나 할까??
무더기로 피어 있는 메꽃도 더위에 지쳐있다.
산중에서 본 스프링쿨러가 너무 신기해서 땡볕에 멈춰서서 한컷 찰칵~
잘가꾸어진 귤밭.. 아마도 제철엔 노오란 빛깔이 참 장관을 이룰텐데..
요즘엔 보기 드문 밀밭??
어디서 저런 예술적인 나무들을 구해서 밭 가장자리를 빙 둘러 장식을 해놓았는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마침 지나는 마을 사람에게 물었는데...
그는 마을 주민이 아니라 아마도 우편 배달부.. 그것도 젊은.. 그래서 당연히 잘 모르겠단다.
삼달리 마을에 혹시나 구멍가게라도 있으려나 기대했건만... 그냥 묵묵히 길을 걸어야한다.
요기거리가 있었다면 이곳에서 차분히 쉬며 놀며 했어야하는데...
그저 온통 배고픈 생각에 스쳐지나온 이곳이 너무 아쉽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이곳은 정말 꼼꼼히 살펴보고 싶은 곳이다.
조각이며 들꽃이 조화를 이룬 정원이 참으로 아담하고 정갈하고 좋았는데..
돌틈 사이로 어성초가 수줍게 피어 있다.
보통은 산 속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산수국인데 이렇게 갤러리 마당에 지천으로 피어 있다니..
잠시 내가 걷는 일이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배추밭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인사를 건넸더니 배추를 하나 건네며 가져가라신다..
흑 무우라면 당장 깎아 먹기라도 하지만...
내가 저 배추를 지금 가져다가 어디에 쓸것인가..
아쉽지만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