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추억을 만들기위해 여행길에 오르는지 모른다.
사람들은 자신의 잃어버린 꿈을 찾는다고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다가올 미래를 보기위해 찾는다고한다.
그렇게 수많은 각오로 우리는 길을 떠난다.
오직 길 위에서 그 답을 찾기위해서 말이다.
수많은 사연들이 베낭가득 빼곡히 매달려있는 여행자를 만난다.
베낭의 무게만큼이나 다양한 사연들이 궁금하다.
나의 유럽여행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무엇을 찾기위해서....그렇게
어렵게 길을 떠난 나에게 여행첫날부터 호사를 경험하게한 유학생부부에게
너무 감사한다는 말도 하지못했다.
낯선 암스텔담으로 도버를 건너야하는 부담감에
이제부터 정말 길위에서 부딪쳐야한다는 강박감때문에
정말 감사하다고 조차 말하지못해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영국에서 맞이했던 J와의 추억을 다시 떠올려본다.
잊었다고 무심하다고 생각할지 모르는 J에게....
맞이해준 모든것....너무 고마웠어...정말로
네가 해준 그 콩나물비빔밥을 잊지못할꺼야...
단 한번도 잊은적없어...이제까지....
J...잘 있지?
너의 남편도 아이도 정말 따뜻한 마음을 가졌어.
아마도 너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그늘을 내어주는 숱이많은 나무가될꺼야.
영국의 비올듯 흐린날이 그립다.
작은 너의 주방창에서 바라보는 동네골목길도 그립구나...잘 지내.
남편월급에서 조금씩 떼어내어 몇달을 모았던 내 여행자금
팍팍한 여행자금으로 트랜짓을 하는 타 항공사의 값싼뱅기값과 유레일패스값
그리고 남은돈으로 200유로도 안되는돈으로
한달을 다녀야했기에
하루한끼 맥도널드의 빅맥셋으로 연명했다.
걸을수 있는 거리는 무조건 걸었다.
내 두꺼운 전투화만 믿었다. 버스비도 트램비도 아껴야했다.
아침숙소에서 이렇게 호화식을 만나게되는 날이면 무조건 빵과 달걀을 베낭에 넣어와서
저녁으로 먹곤했다.
점심으로는 무조건 빅맥셋을 먹어야 8시간정도 걸을수있었기에
유일하게 내가 호사를 부릴수있는 시간이였다.
나중에....내 몸이 부어가고있다는걸 알았을때는 여행 한달이 다 되어가서야 알았다.
패스푸드의 부작용이 한달동안 꾸준히 먹어주니 나타났다.
하루에 8시간을 걸어다니는 강행군을 했음에도 한달동안 몸무게가 엄청 불어났다.
유럽여행은 루트가 비슷해서 어딜가도 한국학생들을 만나게되었다.
로마에서 만난 한국학생들에게 받은 고추장으로
느끼함을 조금 위로할수있었다.
슈퍼마켓에서 중국쌀을 사고 참치캔과 달걀2개로 한식을 먹었다.
이것도 정말 진수성찬수준이었다.
이사진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묵은 한인숙소에서 였다.
보름정도되었을까...김치가 먹고싶어서 묵은 한인민박집...그런데 빈에서 고추가루를 구하는게 쉽지않았는지 김치를 담지않았다고하여 잠시 실망했었다.
하지만....한국양념맛이 곳곳에 있는 여러가지요리와 푸짐하게 담긴 밥을 보고 위로한다.
그리고 눈치없이 매끼마다 두그릇씩 먹는 밥많이 먹는 여자가 되었다.
그래도 어쩌랴.....가난한 여행자의 뒷모습이려니 하고 생각해주길 바랄뿐이였다.
여행이 거의 끝날무렵...
함께간 친구의 생일날이였다.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간 미역국과 라면이 내 베낭에서 빛을 보게되었다.
그동안 김치가 먹고싶고 라면이 먹고싶어도 이 날을 위해서 베낭깊숙히 숨겨두었다가
이제야 나오게되었다.
남은쌀로 밥을 짓고 라면에 미역국을 넣어 끓이고
참치와 피클로 눈물나는 생일상을 차렸다. 케익도 없고 촛불도 준비되지않았지만
우리는 파티분위기로 바알갛게 올라있었다.
길위에서 허름한 식탁을 두고 이렇게 행복할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여행의 마법을 체험하는것만 같았다.
한달간 점심으로 나를 든든하게해준 빅맥셋.
유럽곳곳의 모든 빅맥셋을 맛비교까지할수있을만큼...두루 섭렵했던 버거였다.
그래도 이렇게 싸게 한끼를 해결하고 그 힘으로 8시간을 걸을수있게 해준다는건
가난한 여행자에겐 고마운 일이였다.
한달간의 여행동안 이녀석으로 인해 불어났던 내 체중이
몇달간 눈물나는 운동으로 겨우겨우 진정이 될정도였으니
페스푸드의 위력에 대해 직접 체험한 여행이기도 하였다.
어렵게 힘들게 고독하게 한 여행일수록
살면서 나를 지켜줄수있는 버팀목이 된다는걸 알게되었던 나의 여행
행복이 무엇인지 보이지않을때
나는 이렇게 가난하게 보냈던 유럽여행기를 떠올리게된다.
- Lilly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