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일은 기상관측 이후로 역대 최고의 기온을 기록, 그야말로 봄의 한가운데 와 있나 생각될 정도로 따스한 날이 며칠간 계속되더니 21일 아침, 길을 떠날 채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섰더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지난해 남도여행에도 비가 쉼없이 내려 제대로 여행길에 어려움이 많았건만 또 다시 비라니...... 다만 오랜 겨울가뭄을 씻어주는 비이기에, 적셔진 대지를 반가워 할 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위안 삼으며 고속도로로 향하였다.
호남고속도로 서순천 나들목까지 360여km를 달려 고속도로를 빠져나간다. 순천시를 가로질러 여수시내로 들어서 점심식사를 하고 나오니 다행히 비가 멎는다.
공원에서 내려와 향일암 방향으로 약 8km여를 달렸더니 '전라남도 수산종합관'이 길 건너에 보인다. 주차장에 내려서니 '무슬목 관광지구'란 표지판도 보였다. '무슬목'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전승지 중 하나, 육지 안으로 폭이 100m도 안되는 좁게 형성된 지형을 이용해 왜군을 끌어들여 큰 승리를 거두었다고 전한다. 향일암과 더불어 여수의 해맞이 장소로도 유명한 곳이란다. 남해바다는 어디나 이순신 장군의 숨결이 묻어있음을 또한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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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앞에서 바닷가 방향으로 해송숲이 펼쳐져 있다. 숲 너머에는 씨굵은 몽돌이 깔려있고, 남해의 파란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져 있다. 썰물때라 물속에 숨어있다 드러난 해초가 낀 몽돌들도 보게된다. 바다 저 앞쪽엔 고즈넉하게 섬들이 마주보고 있어 정취를 더해준다. 유난히 바다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어느새 물 가까이 다가가 소리를 치며 즐거워한다.
수산종합관 관람시간이 30분밖에 안남았단다. 우리가 오늘의 마지막 관람객인 셈이다.
좀처럼 보기 힘든 최고급 횟감어종인 다금바리, 북바리 등 많은 생선들이 수족관 안에서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고 물고기의 천적들인 별로 반갑지않은 불가사리가 이쁜 장식품처럼 제 모습을 뽐내고 있다. 수족관에 바짝 다가가 바라보는 아이들을 보니 역시 박제된 전시물이나 글로 씌여진 것보다 살아있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클 수밖에 없음을 느끼게 된다.
2층 전시관에는 디오라마관과 3D입체영상관이 있어 더욱 아이들을 흥겹게 해주었다. 아마 바다에 관한 한 우리가 둘러본 곳 중에서 가장 자료가 많은 곳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보고 배울 것이 가득 찬 전시관을 제한된 시간으로 인해 서둘러 나가야 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다시 차에 올라 남쪽으로 약 15분여 달리니 향일암이 자리하고 있는 금오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횟집이 모여 있는 좁은 골목 끝부분에 암자로 오르는 가파른 길이 나왔다. 차는 갈 수 없는 길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오니 바닷바람이 몸을 휘청거리게 할 정도로 세차다. 오르는 건 어쩔 수 없이 포기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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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아지른 듯한 절벽 중턱에 향일암이 어슴프레 바라다보인다. 다음 기회에 기왕이면 일출을 보기 위해 오리라 하고 기약하며 발길을 돌린다.
여수시내로 들어서니 길가에 가로등이 하나 둘 불을 밝힌다. 시간이 늦었지만 오동도로 가보기로 한다.
부둣가에서 오동도까지는 찻길이 이어져 있다. 가보려 했으나 어느새 아이들은 깊은 잠에 빠져있다. 어둠마저 짙게 내려고 있어 오동도 또한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숙박지로 정한 화순온천으로 차를 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