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비무장지대)에 마을이 있었다. 경기도 파주시부터 강원도 고성군까지 휴전선 155마일 주변 비무장 지대. 약 50년간 출입이 통제 됐던 그 곳엔 갈 수 없는 곳으로 알았고 여러 농가 마을이 있다는 사실도 무척이나 생소했다.

서울에서 30여 분이 채 못 되어 임진강이 눈에 들어왔다. 곧이어 버스가 들어 선 곳은 민통선 마을 해마루촌으로 들어가는 길목. 방문객 모두는 군인에게 신원조회를 받아야 했다. 민통선 마을은 실향민 1세대를 위한 정착촌으로 수복농민들이 주를 이뤄 일구고 있는 마을이며 군부대 관할 지역이므로 통행이 자유롭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민간인이 전혀 들어 갈 수 없는 내 나라 땅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귀여운 통제가 국내여행의 신선함을 불어 넣어줬다.

해마루촌은 1998년 12월부터 공사를 착공해 현재의 모습으로 주거단지가 조성 된 마을이다. 이 마을의 집들은 모두 대문이 없는 것이 특징이며 집의 모양도 같은 집이 하나도 없다. 작고 조용한 동화 속 마을의 느낌. 북적대는 도시에서는 절대 형성 될 수 없는 아담한 마을이다.

해마루촌 투어의 또 한 가지 매력은 고구마 캐기, 떡메치기 등의 농촌체험이 가능하다는 것. 이 같은 체험은 해마루촌 주민 스스로가 힘을 모아 내외국인에게 해마루촌을 알리기 위해 직접 고안해 낸 것이라고 한다.

현재도 민간인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고 예전에는 출입이 불가능 하여 청정지역으로 알려져 있는 DMZ. 개발이 되지 않아 흙과 나무들이 청량한 가을 향을 뿜고 있었다. 그 안에서 고구마를 캤다. 어렸을 적 체험학습으로 해 봤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르며 향수까지 느낄 수 있었던 체험. 보라색의 커다란 고구마를 뿌리를 뽑고 호미로 조심스레 흙을 파고 얻어내기까지 쉽지는 않았지만 내 힘으로 뭔가를 획득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 오찬상이 차려진 곳으로 이동 허기진 배로 상에 앉아 젓가락을 어디로 보내야 하나 고민이 앞섰다. 이 지역에서 농사 진 것으로 요리 된 콩전을 비롯한 다반상. 어느 덧 앞에 놓인 밥그릇은 깨끗했다.

맷돌, 키, 지게 등 낯익은 농기구부터 이름부터 생소한 농기구까지 죽 늘어진 체험장에서 떡을 메쳤다. 힘껏 내려친다고 능사가 아니었다. 정확하게 힘껏 ‘찰싹’ 이렇게 메 쳐야 떡이 쫄깃쫄깃하고 맛있다고 했다. 썰어서 콩고물을 듬뿍 묻혀 입으로 쏙~.

DMZ투어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동의보감 허준 선생의 묘는 비무장지대 안에 있었다. 개방이 된 것은 지난 해 5월 발견이 된 것도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 허준 선생의 명성만큼 관리가 잘 되어있지 않지만 명의 허준 선생을 이렇게나마 만나 볼 수 있다는 것이 놀라 울 따름이었다.

곧이어 30여분을 달려 오두산통일전망대에 올랐다. 6.25전쟁을 직접 겪지 않았지만 어렸을 적 수도 없이 들어왔던 분단의 아픔. 그러나 어른이 되어선 점차 무뎌지고 있었는데 통일전망대 방문은 다시금 숙연한 기분이 들게 했다. 간조 때에 강 길을 달려가면 갈 수 있을 것 같은 지척 내 나라 땅. 그러나 망원경으로 희미하게 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외국인과 마주 할 때 가끔 “북한에 가 봤냐”는 질문을 듣곤 한다. 그건 쉽지 않은 일이며 가더라도 북한 주민과 대화가 오고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다는 대답에 전혀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 통일전망대는 그들을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매개체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해마루촌의 농촌체험 뿐 아니라 다양한 DMZ투어는 우리나라 분단 현실을 학생들에게 자각시키고 역사 유적지 탐방을 통한 고대 역사 이해, 통일 염원을 돕는 취지로 교육적으로 중요한 관광 상품이다.

남한이 북한을 침공해서 6.25가 일어났다고 알고 있는 35%의 현대 어린이들. 통일에 대해 관심조차 없어 하는 그 아이들에게 이는 좋은 교육 프로그램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밖에 DMZ 관광 상품]
▲DMZ 철책선 걷기와 병영체험 Tour
▲GP 및 DMZ 철책선 걷기와 자유평화 수호지를 찾아서
▲서부전선 DMZ평화 생명벨트 탐방 1박 2일
▲DMZ & GP 철책선 걷기와 한반도 평화기원 리본달기(외국인 전용)
▲대한민국 기상! 고구려유적과 DMZ 대 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