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것은 우포늪과 화왕산이였다.

그러나 창녕은 그것만 있는것이 아니었다.

유명하다고 꼭 그것이 최고인것만은 아니란걸

이번 창녕을 돌아보면서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창녕에서 가장많이 들은 말은‘메기가 하품만 해도 물이 넘친다’는 말이었다.

이것은 창녕이 낙동강 저지대에 자리해 있어 홍수의 피해가 잦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창녕에서 가장 높은 산인 화왕산에

‘화왕(火旺)’이라는 불기운 왕성한 이름을 지어 붙인 것도

유난스러운 물기운을 다스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 창녕에는 다양한 문화유적과 소중한 문화재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신라진흥왕척경비(新羅眞興王拓境碑)

진흥왕척경비는 그 이름에서 부터 이야기 꺼리가 많았다.

진흥왕순수비와 는 어떻게 다를까?

‘순수(巡狩)’의 기원은 중국의 황제들이 자신의 영토를 둘러보고

그곳에서 천신께 제사를 지내면서 시작되었고

이를 기념하는 비를 처음 세운것은 진나라 시황제(BC.259~210)부터였다.

‘척경비(拓境碑)’는 남의 땅을 점령하여 영토를 넓힌 것을 기념하는 비이며

흔히 순수비로 통칭되나 북한산, 황초령, 마운령에 있는 순수비처럼

순수관경(巡狩管境)이란 말이 없고

다만 왕이 새 점령지를 다스리는 내용과 이에 관련된 사람들을 열거했으므로

이비는 따로 척경비(拓境碑)라 일컫는다고 한다.

신라진흥왕척경비는 국보 제33호이다.

이 비는 신라 진흥왕 22년(서기 561년)에 세운 비로

높이 1.78m, 최대폭 1.75m, 두께 약 0.3m 이다.

원래 화왕산 기슭에 있었는데 일제 강점기때 소풍갔던 학생들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1914년 창녕 국민학교의 일본인 교장에 의해 학계에 처음 보고 되었다고 한다.

그후 1924년 지금의 만옥정 공원으로 옮겨 보존하고 있다.

이 비는 자연 암석을 이용하여 개석(蓋石)이나 대석(臺石)을 사용하지 않은

삼국시대 비문의 일반적인 형식을 갖추고 있으며

한 면을 간 다음 바깥 면 비석의 형상에 따라 음각의 줄을 돌렸는데

오른쪽 상부는 암석이 사면을 이루고 있는 관계로 일행식을 나추어 계단식으로 되어 있다.

서체는 해서체로 글자간격은 4cm라고 하며 앞부분이 마멸되어 자획이 불분명한점이 있다.

안내문에 따르면 전문 642자 가운데 400자 정도가 판독 되었고

이 비석에 새겨진 글씨는 모두 27행인데 대개 한줄에 26자씩 적었고 끝줄은 3자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내 눈에는 희미한 윤곽만이 느껴질 뿐이다...

역시 아는만큼 보이는 것일까?

이 비를 세운 시기를 진흥왕 22년(서기 561년 2월 1일)이라고 못박는 것도 비문에

‘신사년2월1일립'(辛巳年二月一日立)이라는 글씨가 희미하게 새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문의 내용은 순수의 년, 시(신사년 2월), 사적, 수가인물(수행원)의 3부문으로 되어있고

인물의 기록순서는 속부, 인명, 직관, 직위를 표기하고 있어

그 당시 지방행정조직, 신분제, 사회조직을 아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처음 만나는 척경비는 창녕의 또다른 역사를 보여주고 있었다.

왜 창녕을 "제2의 경주" 라고 하는지 이제야 알것 같았다.

비록 크지도 웅장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그 속에 깊은 역사를 간직하고

지금도 여전히 조용하게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창녕...

그래서 창녕은 그 역사의 깊이만큼이나

깊은 울림이 있는 설레임으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