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문학·사랑.... 한여름 밤의 꿈

여유로움과 배려가 몸에 밴 이들은 정갈한 도시 풍과 흡사하다. 천국보다 아름다운 그림동화책을 걷는 기분이다. “불행해하지 말라”, “너무 서두르지 말라”, “예측하지 말라”는 자연의 속삭임을 받아들인 이들은 쭉쭉 뻗은 잣나무와 옆에 놓인 길고도 긴 도로, 그리고 마치 청자 도자기 빛을 띤 피오르드에 산 정상을 뚫고 지나가는 새하얀 구름을 포옹이라도 하듯 초연한 모습이 뭉클하기까지 하다.

올레순의 한국인 가이드 얘기를 들어봤다. “바다사람들의 속성과 옛 조상이라 할 수 있는 바이킹의 철학은 노르웨이인들의 전부라고 보면 됩니다. 일각에서는 노략질을 일삼은 해적으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바이킹은 이들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낭만과 기질 등 삶에 대한 애착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협소하고 메마른 땅에서 비옥한 땅을 얻기 위한 이들의 해외 진출 사는 어쩌면 중세 유럽역사의 커다란 영향을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게이랑에르에서 만난 젊은 여성 가이드는 또 어떤가. “전 세계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을 때면 가슴 한켠이 뭉클합니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부터 젊은 연인들, 그리고 유럽 각지에서부터 시작해서 아시아권까지 지구촌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묶은 관광지의 최고 지점이 노르웨이가 아닌가 싶네요” 일종의 자부심 같은 거는 아닐까. 노르웨이 출신이 아님에도 이곳에 정착해서 가족이 아주 만족스러운 혜택을 누리며 잘 살고 있단다. 바이킹의 흔적이 남은 관광지부터 피오르드에서 실제 사진 모델이 되어주기 까지 한 그녀는.

이들의 관광에 대한 마인드는 또 어떠한가. 현지 관광청 직원부터 가이드까지 한국인에 대한 배려는 대단했다. 오슬로 시내 한복판에서 조금 배회를 해봤다. 베르겐이나 올레순이나 오슬로나 언제나 항구를 끼고 있기에 갈매기는 이들과 가장 잘 매치되는 일부분이 되어 버렸다. 새파란 허공을 가로지르는 갈매기를 따라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 아마도 잊지 못할 아름다운 사진 한 컷으로 남게 될 것이다. 오슬로에서 그 유명한 칼 요한슨 거리. 오슬로 중앙역에서 왕궁까지 이어지는 대략 2km의 이 거리에서는 전 세계 인종을 한눈에 만날 수가 있다.

매일 매일 수많은 인파로 가득한 이 레스토랑 거리에서는 노르웨이뿐 아니라 북유럽 전체의 모든 요리를 맛볼 수가 있기 때문. 야외 카페에서는 노르웨이의 맑은 공기에 쉼 호흡을 하며 훌륭한 요리를 곁들여서 함께 온 일행과 은은하고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면 된다.

따스함과 화려함이 공존하는 노르웨이 전역에서의 하룻밤 혹은 여행 일정은 왜 노르웨이가 전 세계 여행 목적지의 기적(奇績)인지를 알게끔 한다. 한 여름 밤의 꿈과 같은 북구 유럽의 혼을 담은 노르웨이이기에.

-바이킹 정신과 올레순: 바이킹은 계속 밖으로 나갔다고 한다. 장남에게 모든 것을 넘겨주는 전통에 의해 나머지 자식들은 새로운 정착지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밖으로 돌 수 밖에 없었다고. 강인한 의지는 지금도 노르웨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올레순만 보더라도 대화재로 인해 쑥대밭이 된 도시 올레순이 이렇게 아름다운 항구 도시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일종의 모국에 대한 뜨거운 애정에서 비롯된다. 1904년 대형화재로 잿더미가 된 올레순은 3년간의 복구 작업을 거쳐 새로운 도시로 재탄생됐다.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 노르웨이 유학파들이 대거 모국을 위해 넘어와 아르 누보라는 예술 및 건축 양식을 들여오는 계기가 됐다. 아마도 바이킹 정신이 가장 잘 스며든 도시는 올레순일지도 모른다.

-비겔란 조각과 오슬로: 청동의 부조 등을 제작해 상징적 자연주의의 대표자가 된 노르웨이 출신의 조각가 비겔란은 1915년부터 오슬로 교외의 프로그너 공원에 세계 최대의 조각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초인적인 정력과 창작력 ·상상력은 그의 필생의 작업으로서 평가를 더욱 높였다.

비겔란 조각공원 모놀리트는 무게 260톤, 높이 17.3m의 거대한 화강암 기둥에 121명의 남녀노소가 서로 정상을 향해 기어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들이 부조돼 있는 탑이 압권이다.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혹은 보는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 보이는 비겔란 조각은 사실주의적인 가치를 담은 인생의 희노애락이 스며들어 있다. 노르웨이인들의 기치는 그래서 더욱 더 사실적인 건 아닐까. 다른 말로 표현하면 냉철하고 정확하다는 얘기다. 정부 정책 역시 그래서 매우 투명하다. 오슬로를 방문하는 한국관광객은 매년 4만여 명에 육 박 한다. 비겔란 조각공원에서 노르웨이인들이 영유하는 인생의 참 맛은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