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을 이르기를 "정신문화의 수도"라고 한다.

그 정신이란 무엇일까?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사람으로서의 도를 지키는 것이 정신이 아닐까 나혼자 생각해 본다.

안동의 선비들은 대부분 그 정신을 지키고 실천하였으며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묵묵히 그 의미를 전해주고 있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울분에 단식으로 항거하다

순국하신 향산 이만도선생의 옛집을 가보았다.

지금은 안동시 안막동에 위치해 있다.

원래는 도산면 토계동이였으나 안동댐으로 인해 이곳으로 이건 되었다.

그래서 이집은 토계동 향산고택으로 불리워 진다.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9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바로 뒷쪽 솟을 대문이 보이는 집이 치암고택이다.

이만도(李晩燾, 1842~1910) 선생은 명성황후 시해 사건때는 의병을 일으켜

항일의병 운동을 하셨고

1910년 나라가 침탈 당하자 단식하여 24일만에 순국하셨다.

“나는 나라로부터 두터운 은혜를 입었는데 첫 번째 을미년에 죽지 못하였고,

다시 을사년에 죽지 못하고 산으로 들어가

구차하게 목숨을 연장한 것은 혹 쓰임이 있을까 해서였다.

이제 그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없으니 죽지 않고 살아서 무엇을 바라겠는가?

변란(경술국치) 소식을 듣고 여러 날이 지났는데 아직 이렇게 결행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자진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뜻이 정하여졌으니 장차 명동에서 죽고자 한다.”

순국을 결심한 후에 이만도선생이 하신 말씀이라고 한다.

담장을 끼고 돌다가 소박하고 아담한 대문앞에서 고개가 절로 숙여 진다.

조금 이른시간에 나선 걸음이기도 했지만....

왠지 이곳에서는 불쑥 그렇게 들어가기 쉽지 않아

몇번이나 발걸음을 서성이게 된다.

아직 보수가 끝나지 않아 허물어진채인 담장 사이를 통해 집안으로 들어섰다.

앞쪽이 사랑채 건물이고 뒷쪽이 ㄷ자형의 안채이다.

사랑채에 꽂혀 있는 태극기...

문득 오늘이 국기를 달아야 하는날인가?

아닌데~

향산 선생의 정신이 태극기에 실려 펄럭이는듯...

향산의 장자인 이중업(1863~1921)선생과

그의 아내 의성김씨 김락(金洛, 1862~1929)선생 또한 독립운동에 가담하였고

김락선생은 일제의 고문으로 실명 했으며 그의 아들

이동흠(李棟欽, 1881~1967)또한 그의 아우와 함께 독립운동을 하였다.

이렇듯 3대에 걸친 독립운동 가문이 바로 여기인 것이다.

햇살이 문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온다.

향산 선생의 가문은 나라를 찾겠다는 일념이

저 빛처럼 골골이 스며들어 있었던듯 하다.

진성이씨 가문의 행사들이 사진속의 풍경이 되어

사랑채 뒷벽에 걸려 있다.

자부심일 것이다.

그리고 이어받을 정신이기도 할것이다.

안채의 부엌쪽이다.

아침햇살이 집안에 비춰 겨울 바람을 잠시 피해가는듯 하지만...

고택에서 보는 겨울아침이 왜 이리 시린지~~

안채의 마루...

안채의 마루 곁의 건너방...

안채의 건너방 뒷쪽에는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는

정겨운 풍경이 그려진다.

시래기가 가지런히 널려 있다.

아침에 그저 들어와 이리저리 둘러보는것이

미안해 걸음을 살짝 살짝 옮기다가..

이 풍경에 나혼자 반가워 조심함을 잠깐 잊어본다.

들어설때 좁은 마당이 조금 답답하다 여겼는데...

집이 어찌 마당이 넓다고 마음이 탁 트일까?

좁은 마당을 안고도 그 품은 뜻은 조선을 덥고도 남았으니~

그 정신을 어디에 두느냐가 아닐까 싶다.

다소 초라하다 할만한 향산고택이

낯선 방문객의 발길을 잡는 것은 그 정신 때문일 것이다.

안동에 살고 있음이 오늘 더없이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이 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