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다는건 참으로 좋은일이다.
익숙해지다보면 잘하게 되고 잘하게 되면 좋아하게 되는것이거늘~
아무리해봐도 익숙해지기 힘든것이 내게는 등산이다.
어김없이 또 이끌려 나서본다.
처음엔 청량산성이란다.
청량산성은 20분이면 갈수 있다는데~
그정도야~
그러나 나서보면 늘 생각처럼 되지 않는것을...
청량산성은 11월부터 5월 초순까지 입산금지란다.
차가운 바람은 나를 산이 아닌 집으로 가라 등떠미는데
일행들은 청량산으로 걸음을 옮긴다.
멋진 풍경도 추위를 넘어 내게 다가오지 못하리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내눈은 바람속에서 풍경을 잡고 만다~
골짜기 사이에 보이는 파란 하늘이
이 언덕만 넘으면 곧 추위가 사라질듯 유혹한다.
왔으니 또 오른다.
햇살은 겨울속에서도 빛을 내어 놓지만...
그 따뜻함은 살짝 감추었나보다.
햇살도 몸에 파고드는 바람을 어떻게 해주지는 않는다.
응진전이 보이고 잠시 쉬어가려나?
아님 여기서 내려가려나?
여기까지 왔으니 내려가자고 하면 가줄까?
나혼자 뒤에서 이러쿵 저러쿵 궁리가 많아진다.
응진전에서 바라다보이는 저곳이 처음 목적지였는데...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바라보니
더 아련하다.
그러나 일행은 자소봉으로 향하고 만다.
나도 이제 추위를 이기려면 부지런히 걸어야 겠다.
포기가 빠르면 맘이 편한것을~
가을을 품고 아직 버리지 못한 붉은 단풍잎이
따뜻한 집으로를 포기못한 내마음 같다.
정상이다.
드디어 자소봉이다.
나는 겨울산을 올랐다 나혼자 감격하고 있는데
일행은 느긋하기만 하다.
겨울 바람은 어디로 숨겨둔것일까?
아무렇지 않은듯 여유롭게 나를 기다린다.
산은 이렇게 여유만만...
계절없이 평온하다.
나만이 분주히 계절을 따진다.
구름이 손에 잡힐듯 내려와 그림자를 만들고
맑고 깨끗함이 겨울산 또하나의 절경인지도 모르겠다.
청량사가 고요히 겨울산에 안겼다.
마른가지가 갑자기 포근하게 느껴지기까지~
이러다가 다음에 또오는거 아닐까?
내려오는길은 조금 짧은 거리로..
청량정사를 지나간다.
내가 겨울 청량산을 갔다 온 것이다.
온몸을 얼어붙었지만 마음은 녹녹하다.
이래서 산으로 가는걸까?
언제쯤이면 나도 산으로 가는 걸음이 익숙해질까?
겨울 청량한 맑음이 거기에 있었고
오르지 않았으면 알지 못했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