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의 시 '흰구름'을 읽고 흘러가는 한조각 구름같은 삶을 알수 있고 현진건의 '빈처'를 통해 지식인의 고단함과 부부생활의 한 단면을 엿보는 것도 좋지만 여행이 아니고는 진정 그 폭넓은 인생을 체험할 길이 없다. 일상생활을 하나의 생명줄처럼 여기며 사는 것이 우리 모두의 현실아닌가.여행은 그 버거운 삶을 일깨워주고 더러는 잊혀졌던 생각들이 신선한 충격으로 되살아나는데서감격이 인다. 우리들은 나그네처럼 여행이라는 또다른 길을 나서게 된다. 일상의 영광을 위해서.

괌은 아무것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 단지 보여줄 뿐이다. 그것도 숨기면서 보여준다. 때론 여행자들에게 괌의 말걸기 방식은 너무 낯설고 불친절하다. 하지만 이것이 곧 괌의 매력이다. 닫힌 마음을 조금만 열면 여행의 참 의미가 펼쳐지는 세상이 바로 이곳이다. 괌은 우리들에게 흥미롭고 모험적인 여행을 제시한다. 어떤 곳보다 더욱 재미있고 황홀하며 열광적인, 더욱 매력적이며 더 많은 새로운 발견과 통찰로 가득한 곳이기에.

▲마음의 속도...'되도록 느리게'
자연의 원시적인 아름다움과 현대적인 편의시설이 공존하고 있는 괌은 평화롭고 여유로운 휴양지다. 이곳에서는 마음의 속도를 한 템포만 늦춰도 세상은 조금 달라 보인다.

내면의 고요함은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감각을 일깨워주며 삶을 전체로 볼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괌 국제공항에 도착하면 바람에 흩날리는 야자수들이 밝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넨다. "여긴 자유로운 세상이야. 네 맘대로 하렴" 적도 조금 위에 위치한 서태평양의 섬 괌은 '피에스타의 섬'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피에스타(Fiesta)'는 차모로어로 '축제'라는 의미. 각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를 모두 합하면 평균 한달에 두세차례 이상 축제가 열리는 셈이다. 이 모든 축제들은 관광객들에게 괌의 진정한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집 앞 뜰에서 바비큐 파티를 즐기는 마을 사람들과 음식을 나눠먹으며 공동체 의식을 다져보자.

괌의 차모로 문화에 자연스럽게 용해된,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는' 특별한 문화체험이 될 것이다.
푸른 바다를 따라가는 해안 드라이브, 바다와 야자수가 어우러진 공원에서의 여유로운 피크닉,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줄 시원한 해양스포츠, 쇼핑과 즐길거리가 함께 있는 복합 엔터테인먼트 단지 플래져 아일랜드. 거의 완벽하게 서구문화가 뿌리를 내린 이곳 괌에서의 하루는 짧기만 하다.

섬 일주 관광이나 리조트 내에서만 시간을 보내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 괌이 우리나라 허니무너들에게 높은 신뢰를 받는 이유는 풍부하고 다양한 즐길거리와 그림같은 자연경관 외에 음식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데 있다.

아침식사는 호텔 뷔페를 이용하면 되고 점심과 저녁은 괌 현지식, 한식, 중식, 혹은 미국식 가운데 입맛따라 선택하면 된다. 여행 기간에 마을 축제가 열리는 행운이 따른다면 해변에서의 바비큐는 덤이다.

▲자유를 위한 힘찬 비상
도시의 잡답(雜沓)과 분주(奔走)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괌은 동경에 찬 바라봄의 시선과 자신의 삶이 위안받고 이어갈 수 있는 힘을 충전시켜 준다. 서서히 미세한 부분들이 어둠으로부터 피어나 태양의 오렌지색에서 붉게붉게 변하며 조용히 솟아오른다. 그렇게 심연을 흔들어 열고는 이내 푸른하늘을 드러낸다. 괌의 하루는 이렇게 힘차고 생생함으로 자유를 위한 비상을 꿈꾼다.

시처럼 영롱하고 아름다운 괌이 묻는다. "천국은 어디에 있나요?", "당신이 주인공이 되시겠어요?"라고. TV채널을 바꾸는 것만큼이나 쉽게 내 마음의 채널을 '화'에서 '자비'로 바꾸어준다. '무심(無心)'을 한조각 나눠주며 어린시절에 천국은 우리 곁에 있다고 일러준다.

괌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는 성인들을 위한 극장 '샌드캐슬'이다. 저녁식사와 칵테일을 곁들인 쇼가 매일 밤 무대에 오른다. 젊은층이 선호하는 하드락카페나 바, 카페, 노래방들도 많다. 고요했던 괌은 화려한 밤거리를 수놓는다. 즐길거리와 먹거리를 모두 갖춘 투몬 베이의 플래져 아일랜드로 가면 '언더 워터 월드', 'DFS 갤러리'와 흥겨운 쇼들로 가득하다. 실내 테마 파크 '게임웍스'에서는 어른 아이할 것없이 신나는 게임의 세상을 맛볼수가 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를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괌만의 짜릿한 놀이기구가 있다.

샌드캐슬 바로 길 건너편에 최근 선보인 스트링 샷(String Shot)이 그것. 큰 기둥 사이에 고무줄로 엮어진 2인용 원형 모양에 앉으면 하늘로 솟아오른다. 마치 번지점프를 여러 차례 하는 것 같이 위아래로 여러번 오르내리고 그 원형 모양은 360도 회전이 이어진다.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할 듯. 요금은 1인 20불.

면세지역인 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로 쇼핑이다. 쇼핑만을 위해 괌을 찾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더 플라자와 DFS갤러리와 같은 대형 면세점도 꼭 들르자. 괌의 세계는 좁다. 좁은 그만치 깊고 간결하다. 괌은 축축히 젖어있는 감정, 그리고 영혼을 내어주려고 기다린다. 왜냐하면 이 일이 괌이 듣는 천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