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정말 눈이 많이 내리는 해인 듯 싶다. 12월부터 시작된 눈은 그야말로 한 주에 한 번은 꼬박꼬박 흩날려주시니 말이다. 더불어 매섭게 살을 에이는 추위도 함께 하고. 그래서 어딘가로 놀러가기가 참 망설여진다. 온몸을 꽁꽁 싸매도 추위가 다 사그라지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그래도 집에 가만히 있는게 성격이 맞지 않으니 벼르고 벼르다 기어이 밖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추운 어느날의, 경복궁 나들이.

얼마전의 눈덮인 경복궁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던 나를 유유히 유혹해 주시니 아니 가볼 수 없지. 이왕이면 눈이 녹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도 주머니에 하나 넣어두었는데 그런 소망을 들어준 것일까 집을 나서니 함박눈이 펑펑이다. 아, 이렇게 행복할 수가.

출근을 할 때는 불청객에 불과했던 눈이 오늘은 왜인지 반가운 손님이다. 싱글벙글 기분이 좋아 전철에 올라 경복궁역에 내려섰다. 일단 본격적으로 나들이에 들기 전에 작은 갤러리에 들러 사진들부터 감상해 준다.

상설전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세계 각국의 여행사진이 전시되어 있어 제법 눈이 즐겁다.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경복궁을 거닐어 볼까?

밖으로 나서니 서울도 슬슬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입구인 흥례문을 왼쪽에 두고 지나쳐 매표소에 줄을 섰는데 외국인 여행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우리나라 정궁인 경복궁이 저네들에게 좋은 여행지기를 하고 살짝이 기도해본다.

입장권을 사고 흥례문을 사뿐히 통과하려는데 짧은 교대식이 거행되고 있다.

잠시 잠깐 구경해주고 드디어 문을 통과해 경복궁 안으로 들어서니 너른 마당 저 끝에 근정전과 근정문이 눈에 들어온다.

눈 덮이 마당을 콩닥콩닥 뛰어 대각선에서 근정문 한 장을 찍어놓고 안으로 들어서서 긴 회랑을 따라 왼쪽으로 걸었다. 경복궁에 오기 전 잠시 사진을 살펴보다 기이한 구도에서 찍은 사진 하나를 발견해 도전해 봐야지 하고 생각했던 터였다.

근데 아무리 비슷하게 찍으려고 해도 영 마땅치 않다. 역시나 내공의 차이인걸까. 근정전을 벗어나 왼쪽 마당으로 들어서서 경회루가 있는 쪽으로 향한다. 너른 공간엔 온통 하얀 눈의 세상. 그리고 얼어붙은 연못 위의 경회루는 어쩐지 고즈넉하다.

경회루를 따라 반바퀴 돌아 슬렁슬렁 걷는 경복궁 풍경은 눈이 내려서일까 한층 더 단아하고 고풍스러운 멋이 난다. 고슴도치 제 새끼 이뻐하는 말같지만 정말 우리나라 고궁은 사계 어느 계절을 찾아가도 그 멋과 풍이 제각기 달라 매번 사랑에 빠진다고 해야할까.

뜰을 거닐며 경복궁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향원정에 도착했다. 으음, 경복궁에 언제 들렀었더라. 그때는 여기까지 개방이 안되어 있던 거 같은데 처음으로 보는 이곳은 참으로 운치가 깊다.

왕과 왕비가 여유를 즐기기 위해 오는 곳이었다고 해서 그런가? 어쩐지 더 고풍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향원정 뒷배경처럼 보이는 인왕산이나 고궁박물관의 높다란 기와 때문에 더더욱이 그런 기분이 든다. 향원전을 슬렁슬렁 돌아가는데 눈 쌓인 길에 단풍인 하나가 떨어져 있다. 가을은 이미 기색도 없이 흩어졌건만.

제 빛깔 잃지 않은 단풍은 참으로 곱다. 그 아름다움에 빼앗겨 시간 가는 줄도 몰랐던가. 어느새인가 퇴장시간이 임박했다는 방송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쫓기듯 경복궁을 나서는 발걸음이 살짝 아쉬운 건 간만의 나들이이 내가 너무 흠쩍 취해 있어서였을까? 다음번에 또 그리워지면 조용히 다녀와야지.

간단정보   1. 경복궁 찾아가기 - 서울메트로 3호선 경복궁역 하차, 5번출구로 가시면 곧바로 경복궁 정문인 흥례문과 이어집니다.   2. 관람안내 - 관람시간 3월~10월 : 오전 9시 ~ 오후 6시 ( 입장은 오후 5시까지 ) 11월~2월 : 오전 9시 ~ 오후 5시 ( 입장은 오후 4시까지 ) - 입장료 : 어 른 (19세 ~ 64세) : 3,000원 / 2,400원 (20인 이상) 청소년 ( 7세 ~ 18세) : 1,500원 / 1,200원 (10인 이상) - 무료 해설 우리말 안내 월, 목~토요일 : 11:00, 13:00, 14:00, 15:00, 16:00 (동절기 15:30) 일 요 일 : 12:30, 13:30, 14:30 추가 안내 수 요 일 : 11:00, 13:00, 14:00, 15:00, 16:00 (동절기 15:30) 태원전,건청궁,함화당·집경당 안내 (일반안내는 쉽니다.) 외국어 안내 영　어 : 11:00, 13:30, 15:30 일본어 : 10:00, 12:30, 14:30 중국어 : 10:30, 13:00, 15:00 시작하는 곳 : 흥례문 안쪽 경복궁 안내실 앞 소요시간 : 1시간-1시간 30분 건청궁·태원전 일원 안내 한국어 : 11:00, 14:00, 16:00 (외국어안내는 없습니다.) 시작하는 곳 : 건청궁 앞 10~30인 단체는 미리 예약해야 합니다.학생 및 30인 이상 단체는 이동 안내 불가 합니다. (문의 : 02-723-4283, 중국어 예약 전용 : 02-723-4268) 4. 편의시설       사진촬영소 - 경회루 매점 - 흥례문외곽 음료수 자동판매기 - 경회루, 흥례문 외곽 환전 - 흥례문매표소 옆　/　전화번호 : 737-5348 공중전화 - 고궁박물관앞, 수정전 앞 휴대용 음성안내기 - 환전소에서 대여 : 대여료 2,000원 물품보관소 - 흥례문초소 음수대 - 흥례문외곽, 주차장옆, 함화당 옆, 자경전 옆   5. 홈페이지 : http://www.royalpalace.go.kr   * 출처 : 모든 관련자료는 경복궁 홈페이지에서 가지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