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파로호에 내리는 눈은
겨울나들이의 매력을 만들고...
겨울 호수에 빠진 나는
햇살에 내놓은 아이스크림 녹듯 녹아 내리고 있었다.
어느 순간 눈발 사이로 보이는 높은 벽이 눈을 가로막고 선다.
평화의 댐...
갑자기 마음에도 벽이 서고 돌덩이가 얹혀지는듯 하다.
세계평화의 종 공원은 평화의 댐과 마주하고
소리없는 울림으로 평화를 외친다.
평화로운 나날이라 생각하며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잊고 지냈는데
그래 우리는...
머리속은 하얀눈보다 더 빠르게 하얗게 되어 간다.
평화의 댐을 바라보고 서있는 세계평화의 종
세계 각국의 분쟁지역에서 수집된 탄피들을 모아 만든 종이라고 한다.
다같이 한마음으로 종을 친다.
그 울림이 평화를 염원하는 소리가 되어 멀리 펴져 나가길 기원한다.
평화, 생명, 기원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이 종은
비둘기 날개 하나를 따로 떼어 놓았다.
평화통일 되는 그날 비둘기는 날개를 달것이고
세계평화의 종은 완성되게 된다.
종소리의 여운이 아직 다 사라지기도 전에 눈에 들어온 육중한 댐의 모습
많은 사연을 안고 있어서일까?
그 느낌이 더욱 무겁다.
이건 고요가 아니라 침묵이다.
이 모습이 바로 분단의 아픔이고 역사가 아닐까?
저 댐 물이 불어 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다 하여도
내리는 눈처럼, 바람처럼 오가지 못한다면...
우리들 마음속에는 어쩌면~
항상 요동치며 일렁이는
평화라는 간절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비목공원..
꽃다운 나이에 이름없이 쓰러진 젊은 영혼을 기리기 위한
가곡 "비목"의 탄생지이기도 하단다.
한명희 선생께서 젊은장교시절
백암산 계곡에서 무명용사의 녹슨 철모와 돌무덤을 발견하고
"비목"을 지었고, 후에 장일남 선생께서 곡을 붙여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한다.
그때의 모습으로
녹슨 철모와 나무십자가가 돌무덤을 지킨다.
전쟁...분쟁...그리고 평화
전쟁을 알지 못하는 나는 이 순간 만큼은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내게 평화는 어떤 의미일까?
종 공원에 덩그러니 매달린 염원의 종
나무로 만들어진 침묵의 종이다.
이 깊은 염원이 이루어져
종소리 크게 울려 퍼지길~
말캉거리는 마음을 안고 달려왔던 나는
평화의 댐에 나도 조약돌 하나 얹어 놓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 돌조각을 여기에 두지 않고
마음 한 구석에 담아서 돌아오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