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국 사적지에서 홀연히 사라진 왕국을 그려보던 나는
또다른 역사의 계단을 밟듯 탑리 오층석탑에 이르렀다.
여전히 먹구름 가득한 하늘 덕분에 석탑이 더욱 웅장하게 다가온다.
경북 의성군 금성면 탑리리에 있는 의성탑리오층석탑
그 웅장함을 더해주듯 조금 높은 자리를 차지 하고 앉았다.
석탑 주변의 소나무는 석탑을 지켜주는 호위무사처럼 작지만 늠름하다.
석탑은 검은빛으로 살짝 무장을하고
하늘의 빛도 품어낼듯 당당한 아름다움으로 발걸음 딱 멈추게 한다.
통일신라시대의 석탑이라는데
그 세월이 얼마나 깊었는지 어느곳을 살펴야 가늠이 가능할까?
아직도 그 모습 여전한데 나는 시간을 살펴 짐작하기를 일찍 포기했다.
석탑 감실안이 조용하다.
부처님이 계시든 아니 계시든
이 고요는 어쩌면 마찬가지일지도 모르겠다.
안내판에서 잠깐 읽어본 목조건축물 양식이란 말 때문일까?
깎은 모습이 너무 반듯하여 혹시 나무를 매만지듯 하였을것 같아
그 느낌이 어떨까 나도 모르게 슬쩍 손을 얹고 보고 말았다.
생각은 언제나 이렇게 알려주는 것에 금방 물이 들어 버리고 만다.
검은구름은 누가 걷어 낸 것일까?
웅장함만이 내모습이 아니란듯
금새 조금 열린 햇살 사이로 웃음을 머금는다.
차가운 석탑에도 따뜻한 기운이 흐른다는듯
좁은틈 사이에도 생명을 키워낸다.
조금씩 상처난 흔적이 보이긴 하지만
이 정도는 아름다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저 올려다보는 즐거움이 하늘에 까지 눈길 다다르게 만든다.
한바퀴를 돌고...
두바퀴를 돌고...
앞태를 살피고 뒷태를 살피고~
9.6m의 높이가 높다라는 느낌보다는 참으로 반듯하다 느껴지니
그 모습이 안정감이 드는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이런 모습이 탑이 주는 아름다움이란걸 새삼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가 여기에 와서 실감난다.
너른 자리에 우뚝하니 서서는
그 넓이 보다 큰 하늘까지 차지하고
가운데를 지키고 섰으니
내가 중심이다라고 말하는듯
홀로 있어도 외로워 보이지 않는것은 그 당당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것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이길 바라게 되는것은
나뿐이 아닐게다.
세월이 어찌 이곳만 비켜설까?
그러나 그 세월을 여유롭게 받아 안아 이 모습 그대로이길 바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