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사고 얘기를 좀 줄여달란다.

내 책 읽으면 사람들이 무서워 어디 여행 가겠냐고..-_-;;

내 파란만장한 여행을 정리해보았다.

1999년 출국 전

- 출국 1달 전, 발목을 심하게 접질림
(당장 여행자금 모으느라 치료를 못 받았는데, 이후 두고두고 내 여행의 최대 아킬레스건이 됨)

2000년 호주

- 서핑 강습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채 깊은 바다에 들어갔다가 빠져죽을 뻔함.
S.O.S를 부르짖었는데 아무도 듣지 못함. 결국 혼자서 파닥거리다 살아나옴.

- 파도가 3,4미터 치는 망망대해에서 캐스트 어웨이 찍음. 고글과 호스가 망가져 호흡 불가.
바위에 부딪혀 수영복 찢기고 피가 흐름. 물고기들에게 피 빨아먹히며 약 2km에 달하는 거리를
헤엄쳐 육지 도착. 지금 생각해도 살아나온 게 불가사의.
그 후유증으로 숨을 편하게 쉬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포를 느끼는 트라우마를 얻음.

- 처음 스킨스쿠버를 시도했다가 숨을 쉬지 못하고 패닉 상태에 빠짐.
강사가 날 끌고 나오기까지 완전 정신줄 놓았음.

- 여행 최초의 사기 사건. 엄마가 아프신데 한국 갈 돈이 없다는 또래의 여자아이를 돕겠다고
자청하여 가진 돈 다 건네준 21살의 순진함

- 농장에서 일하던 중 달리던 오토바이에서 나가떨어짐, 허리 다쳐 일어나지 못함

- 사막 횡단 중에 라디에이터 고장

2000년 태국

- 짜고 치는 고스톱에 100만원이 넘는 보석 사기 당함

- 말라리아 걸림

2003년 출국 전

- 몇 년간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발목 완치 불가 판정 받음

2003년 호주

- 망망대해 세일링 중 3도 화상 입음, 살가죽이 벗겨지고 피고름이 줄줄.

- 여행자수표, 수영복 도둑맞음(화상으로 인해 옷을 걸칠 수 없던 당시 치명적인 분실이었음)

2003년 뉴질랜드

- 볼거리 걸림

2003년 페루

- 식중독 걸림. 증세가 말라리아와 똑같았는데 영어를 하는 사람을 찾지 못해 힘든 시간을 보냄

- 우울증 증세

- 잉카트레일 도중 고산증으로 쓰러짐. 산소호흡기 쓰고 구조됨

2003년 아르헨티나

- 2인조 택시 강도에게 복대에 있던 모든 돈까지 전부 다 빼앗기고 국제거지 됨

2003년 브라질

- 브라질에서 영국으로 가던 비행기 추락 위기. 이후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까지 비행공포증.

2003년 영국

- 아르헨티나에서 현금 다 뺏기고, 신용카드는 진즉에 정지당하고,
사람들이 국제현금카드 계좌로 보내주던 후원금으로 여행하던 중
그 현금카드를 분실함 (여행 최대의 슬럼프)

2003년 이집트

- 낙타 사기 (피라미드 낙타 사기만큼은 안 당하겠노라 이를 악물었지만 결국 당함)

2003년 시리아

- 환율 사기. 사람들이 니가 글만 올리면 가슴이 덜컹한다고 말하기 시작

2003년 터키

- 발목 접질림

2003년 독일

-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으나 부작용 일어남. 걸을 수가 없게 됨

2005년 스리랑카

- 쓰나미 긴급구호 팀으로 파견 후 병을 얻어옴

2006년 독일

- 해외 출장갔다가 여권, 항공권, DSLR 카메라, 현금 전부, mp3, 핸드폰,
심지어 집열쇠까지 모든 것이 든 가방 도난. (보물 제 1호였던 여권 사라짐)

2007년 미국

- 교통사고 당함 (허리를 다쳤음. 내 생일이었고, 무거운 배낭을 메고 여행 떠나기 이틀 전이었음)

2007년 멕시코

- 여행시작 이틀째 강도 당함.
신용카드에서 한도까지 현금인출 당하고 현금카드에 있는 현금 전부 털림

2007년 과테말라

- 활화산에 등반하고 내려오는 길에 혼수상태로 구급차에 실려감.
다시 한 번 산소호흡기 뒤집어씀.

2007년 콜롬비아

-도착 이틀째 소매치기 당함. 지갑 안에 사람들이 돈을 보내주던 현금카드가 들어있었음.
또 한 번의 큰 슬럼프

출판사의 심정이 충분히 헤아려진다.
이러고도 여행을 계속 하고 싶다는 게 신기한 거지..-_-

여행이 끝났다. 라고 생각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말라리아에 걸렸을 때 그랬고, 아르헨티나에서 사기를 당했을 때 그랬으며,
영국 런던에서 현금카드를 잃어버렸을 때, 콜롬비아에서 나쁜 사람을 만났을 때도 그러했다.
지독한 외로움 또는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도 그랬다.
번번히 그런 생각을 했는데, 단 한 번도 여행이 진짜로 끝났던 적은 없었다.

이것이 내 여행의 미스터리다.
희한하리만치 사고로 점철된 여행도 미스터리고,
그 여행을 지속하게 하는 뿌리도 미스터리다.

나는 이미 답을 찾았지만.
무엇일까..?

한 가지는 말해줄 수 있다.
내게 여행은,
모험으로 사는 인생
을 가장 잘 체험할 수 있는 통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