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땅 백제...
그 안에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지는 익산
천년 전 실낱같은 작은 인연의 끈이 내게도 있었던지
백제의 정기가 흐르는 땅 익산에서 미륵사지를 만나게 되었다.
내가 간절히 보고 싶었던 그곳 익산 미륵사지
가을 저무는 어느날 나는 잔디 마저 숨을 멈춘 그 흔적의 터에 섰다.
바람이 머물러 돌아갈 곳도 없는 휑한 벌판에
연못과 나무 몇 그루가 바람과 비를 맞이한다.
천년 전 그 단단함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중요한 몫을 담당했을 모습들이
지금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비를 맞고 앉았다.
내 있던 곳이 어디라고 말하지 않아도 몸은 잊지 않았을 것이다.
그 자리를 찾지 못하는 우리들만이 속이 답답한 게다.
아무 것도 아무 흔적도 없는 건 아니다.
이곳 곳곳에 옛 미륵사의 숨결이 숨어 있을 것이다.
보이는 것만 보는 내게 보이지 않는 것 마저도 느껴야 하는 시간이다.
동, 서에 두기가 서있는 당간지주는 여전히 우뚝하다.
미륵사의 웅장함을 은연중에 나타내준다.
펄럭이던 깃발의 소리를 추억하는 당간지주는
어쩌면 가끔 지나가는 바람결에 한번씩 느껴볼지도....
어느 한 곳 두드러진 건물하나 남아 있지 않는 미륵사지는
눈길 훑어 한번에 지나갈 듯 하지만~
그것이 아니다.
어느 한 곳 눈길 머물지 않는 곳이 없다.
여기는 서금당지 이렇게 이름있어 말해주지만
내가 그 모습을 상상하지 못하니...
마음속에 더 큰 바람소리 지나가고 만다.
겨우 눈에 걸린 것은 복원된 동탑
홀로 우뚝한 것이 오히려 슬프다.
마주 보게 될 서탑이 복원 중이니 곧 눈맞추어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미륵사지는 동탑과 서탑 가운데 목탑이 있었다 한다.
그곳이 조금 도드라진 모습으로 여기라 일러준다.
옛 백제 석공의 혼이 있어 아름다웠던 석탑...
이제 문명의 손으로 만들어낸 흔적이 어쩌면 더 안쓰럽게 보이는지!!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이야기는 동화처럼 전해지고...
미륵사를 창건한 무왕의 이야기가 현재에 되살아 나고 있다.
1400년을 이어온 이야기가~
서탑은 지금 옛 모습을 찾는 몸살을 앓는 중이다.
그러나 앓고 나서 옛 모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그것은 복원된 다음에야 알 수 있는 일이겠지?
석탑 해체과정에서 1층 4개의 문 한가운데 있던 심주석 상면 중앙에서
사리공(舍利孔)이 발견되었고 사리공 안에는 1400년 동안
고이 자리잡고 있던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가 모습을 드러냈다.
금제사리호(金製舍利壺)와 금제사리봉안기(金製舍利奉安期)
그리고 은제관식(銀製冠飾) 등 수많은 유물이 발견되었다.
금동제사리외호(높이 13cm)와 금제사리내호(높이 5.9cm)의 모습은
사진으로만 볼수 있었다.
금제사리내호안에는 유리제 사리병이 있었음이 확인 되었다 한다.
아름다운 문양이 사진 속에서 환하다.
금제소형판과 금제 족집게 그리고 은제관식
은제관식의 아름다움에 보는 이들이 사진 속으로 들어갈 듯 쳐다보게 만들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시간은 또 그렇게 흐른다.
황량하다는 것은 이제 보는 나의 시각일 뿐~
그 안에는 여전히
1400년전의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