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웠던
할슈타트를 둘러본 뒤
다시 기차를 타고 나와
바트이슐에서 포스트 버스를 갈아 탄 우리는..
싱그러운
녹색이
눈부시게 펼쳐져 있는 길을 따라
장크트 볼프강으로 향했다.
버스 창밖으로 보이던
몽글몽글 떠있는 구름과
새파란 하늘..
작고 귀여운
짙은 갈색의 집들..
흰 백마가 멋지게 뛰어노는 모습을
상상하게 하는
푸른 잔디밭까지..
할슈타트 보고,
200% 만족스럽고
충분히 행복했는데..
또 한번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너무도 멋진 풍경이다.
바트이슐에서 40여분을 달리던 버스는
블루 + 그린 + 화이트의 캔버스 배경에
갈색지붕과 붉은색 꽃들이 장식된 집으로 꾸며진
한폭의 그림 같은
장크트 볼프강에 도착했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여름 피서철을 맞아
많은 관광객들이
북적이는데..
기념품 가게 아저씨와
흥정하는 아주머니의 모습..
상쾌하게 들려오는 음악소리..
이 마을..
들어가는 입구부터 너무 사랑스럽다~^^
1000년 이상 되었다는
장크트 볼프강의 교구 교회.
볼프강의 사진에서
호수와 함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 교회 안엔,
미하엘 파허가 조각한
성모 마리아 상이 있다고 한다.
샤프베르크 산으로 올라가는
등산 열차를 타는 곳으로 걸어가는 길.
사실 짤츠부르크에서 보내는 이틀 동안,
하루는 할슈타트.
하루는 짤츠부르크 시내.
이렇게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둘러볼까도 생각했었는데..
같은 호수지방이지만
할슈타트와는 또 느낌이 다른
장크트 볼프강에 와 보니,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맘에 드는 것은,
한국인 관광객이 거의 없고,
대부분이 외국인 뿐이라..
(물론 요즘은 할슈타트 못지 않게 알려진 곳이라
많은 분들이 찾는 곳이지만..)
'한국인은 나 밖에 없나?'
하는 생각은
묘한 쾌감을 주기도 한다.^^
귀엽고 앙증맞은 간판^^
파란색 하늘 위에
긴 다리를
쭉쭉 뻗으며
말이 달려갈 것만 같다ㅋㅋㅋ
오후 2시가 넘어가자,
날씨가 꽤 많이 더웠지만,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호수마을의 전경은
동화속에서나 보던
그런 눈부신 마을 같다.
등산 열차 정거장 쪽을 향해 가던 길.
이 한적한 마을엔,
쌩쌩 달리는 자동차도 거의 없고
시끄러운 소리 내는 오토바이도 없는데
저기 멀리서
귀여운 버섯 단발머리를 한 여인이
하늘색 자전거를 타고 온다.
하얀 티셔츠에,
하늘색 스트라이프 치마를 나풀거리며 달려오는 그녀.
내 생각엔,
그녀의 이름은 왠지
'마리아' 일 것만 같다.^^
( 꼭 그랬으면 좋겠다.ㅎㅎㅎㅎ)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휴양지 답게..
사람 많은 곳에선
절대 빠지지 않고
여전히 인기몰이 중인
우리의 말 친구들도 보인다.
아스팔트 바닥에 발바닥 뜨겁지 않을까?ㅎ
너희들도 수고가 많구나!!
호수가 보이는 쪽으로 나와보니,
저 멀리 교구 교회와 낮은 산들이 보이고
에메랄드 빛 호수 위에
하얀색 모터보트가 떠 있다.
보트를 렌트해 주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아흑!
이럴때 마다
온몸으로 실감하는
단기 여행자의 한계란...ㅜ.ㅜ
태양빛에 얼굴이 타는것을
전혀 겁을 안내는 유럽 사람들 답게
이 쨍쨍 내리 쬐는 햇볕 아래에서
선글라스 하나만
도도하게 걸치고
한낮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그렇게 마을 입구에서
천천히 걸어 들어오자,
샤프베르크 산으로 올라가는
등산열차를 타는 작은 역이 보였다.
그쪽으로 들어가 보니..
올라가는 기차가 4시.
내려오는 기차는 5시 10분이 마지막 기차라고 한다.
오늘이 주말이라
산악열차도
일찍 퇴근하나 보다-_-
(평일에는 5시가 올라가는 기차
마지막 시간 입니다. ^^)
기차를 타고 가는데
40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산 정상에선
30여분 밖에 머무를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_-
게다가.
왕복 기차 요금이
일인당 26.9 유로.
세사람 합치면
80유로 정도..
환전 할때
유로의 환율이
1620원 이였으니
한국돈으로 하자면 거의
13만원 정도 하는 금액이다.
산 정상 경치를 30분 보고 내려오는데
이 만큼의 돈을 드릴 가치가 있느냐에 대해
우리 셋은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면
어김없이 발휘 되는
우리 여사님의
"이 때가 아니면 언제 다시오리.." 하는
투철한 50대 여행자 정신에 입각하여
(ㅋㅋㅋ)
올라가 보기로 결정!
산으로 올라가는
기차는
크기가 작은
검정. 빨강 색 기차인데
마치 그 모습이
레고를 끼워 맞춘듯 하다.^^
부푼 마음을 안고
기차안으로 들어가
나무로 된 긴 의자에 앉았는데..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기차안이 완전 찜솥이다.-_-
손으로 열심히 부채질 해가며
기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 바로 맞은편에,
엄마. 아빠. 아기. 할머니
네 가족이 들어와 앉는다.
기차 안에서 만난 꼬맹이
기차안이 너무 덥고
빨리 출발할 생각을 하질 않자,
마치 천재 작곡가
베토벤의 표정을 하고 있던 아기.
아일랜드에서 왔다는 이 가족은
이곳 짤츠감머구트 지방에서만
일주일 휴가를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가족 중 할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을 때에도,
베토벤 표정으로 일관하던 꼬맹이.
동글동글한 손톱과,
빨려 들어갈듯한 새파란 눈동자
찡그린 표정도
너무 사랑스럽다~~!
아직 돌도 안되어 보이는 아기에겐,
이런 더운 날씨가 참 고생스러울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나보다 22년이나 먼저
이런 곳에 와보는 네가
난 참 부럽구나!!!ㅋㅋㅋㅋㅋ
우리가 칙칙폭폭 기차를 타고 가는 길을
부릉부릉 스쿠터를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정상까지는 불가능^^)
파란색.
초록색.
빨간색.
초등학교 미술 시간.
하얀 도화지 위에
붓으로 슥슥 발라보던 이런 원색들의 조합이..
실제로도 있구나..
그저 신기하고
경외로울 따름이다.^^
기차가 15분 정도를
정상을 향해 달렸을까..
창 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에메랄드 빛
볼프강 호수와
온통 푸른색의 향연...
스위스를 갔다가
바로 이곳으로 오는 사람들은
"에잇~ 시시해~" 하며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우린 스위스 다녀온지 벌써 1년이나 지났고..
앞서 갔던 곳들은
모두가 도시나 마을이였지,
이런 자연을 만나는 것이
이번 여행 중엔 거의 처음이라
특히, 대 자연 앞에서는
한없이 가녀린 여인이 되어버리는 우리의 여사님께선,
연신 탄성을 지르기에 바쁘다.^^
( 무엇보다,
인터라켄 - 융프라우요흐 구간
앉을 자리도 없이 북적이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없으니..
대자연을 감상하는 느낌은
두배..세배가 된다..)
현재 유랑의 탑스킨으로
사용되고 있기도 한.. 볼프강의 모습.^^
사진에 담긴
내리쬐는 햇살의 느낌은
지금 다시봐도
눈이 부시다.^^
올라가던 기차가
잠시 섰던
Talfahrt 역.
만약 하이킹을 한다면
이 정도 쯤에서 내려서 걸어 올라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기차는 점점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데..
고도가 높아 질수록
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호수는
테두리의 둥근 실루엣을
더 아름답게 드러내고,
바람도
정말 시원하게 불어서
볼프강 마을에 있을 때와는
날씨가 완전 180도 바뀌어 버렸다.^^
휘센의 이영애가
부럽지 않아요~~~~!!!
드디어 산 정상에 도착~!
손을 쭉 뻗으면
잡힐듯한 뭉게 구름들이
내 시선 바로 앞에 마주하고 있다.
30분밖에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열심히 사진찍기에 돌입한 우리 셋.^^
(처음으로 공개하는 긍정맨의 사진^^)
발차기 시킨다고
엄청 귀찮아 하더니
"진짜 잘나왔지?"
"(콧구멍 벌름벌름)
뭐 그냥 좀 나왔네..."
(돌아서며 므흣한 미소를..ㅎㅎ)
이번엔 우리 모녀^^
일명 빨강 파랑 자매.ㅋㅋㅋ
(선글라스 꼈다고, 사진 공개가 너무 많은가?^^)
여행에서 컴백한 지금 돌아봐도
샤프베르크 정상에 올라 찍은 200여장은
흔들리고 망가진 사진은
단 한컷도 없었다.
날씨도 너무 좋았던 데다가,
경치가 이렇게 끝내주니..
어떤 카메라...
어떤 사람이 찍어도..
그림같은 풍경을 사진에 고스란히 담을 수 있는
이곳 샤프베르크.
기차를 내렸던 작은 역에서
오르막길을 따라
정상을 향해
좀 더 걸어 올라가 보자~!
파란 하늘과
하얀 몽실 구름..
발 아래 호수까지 내려다 보며
저런 테라스 카페에서
맛있는 식사를 한다면 얼마나 황홀할까?
그러나
시간이 별로 없는 우리는
테라스에 앉아서 우아하게
썰어먹는
스테이크 대신,
톡 쏘는
스프라이트를 선택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극과 극인가?^^)
이런 대 자연을 바라보며
마시는 스프라이트의 맛.
별것 아닌거에 쉽게 감동하는 나로선..
이런 하찮은 탄산음료도
이곳에서 마시는거면 그저 감동스럽다.^^
넓은 잔디밭에
딱 하나 놓여져 있는 나무 벤치.
담에 남편과 함께 오면
여기서 단 둘이 앉아
삼각대 세워두고
사진 500장을 찍을 테다!!!!!!!!
신혼여행때 올 장소로 또하나 추가~!
(찜해논 장소들 모두 다시 찾아오려면,
난 아무래도 신혼여행을 한 1년쯤 와야되지 싶다..-_-)
어느새 시간은
30분이 훌쩍 지나버리고
오늘 함께
샤프베르크로 등반한
내친구 마리오도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한다.
할슈타트와 마찬가지로
짧게 머물러 아쉬웠던 곳이지만,
그 때문에
샤프베르크가 내게 다가오는 인상은
훨씬 더 강렬하고
두배 더 아름다웠다.
손님들을 태워서 내려가는
오늘의 마지막 기차를 타고
다시 볼프강 마을로
내려왔다.
-------------
샤프베르크에 올라가실 때 작은 tip 하나!
저는 마지막 올라가는 기차에,
마지막 내려오는 기차를 타서 해당사항이 없었지만,
티켓창구에서 왕복표를 끊고 난뒤
정상에 올라가셔서
시간표를 확인 하시고
내려오는 기차를 예약해야 한다고 합니다.
예약을 안해도 되는 줄 알고,
아무 내려가는 기차를 타려다가,
저지 당하고 (-_-)
다음 기차를 기다린다고
추운데 한시간 이상 벌벌 떨고 계셧던 분이
쓰신 후기를 읽었던 적이 있거든요.^^
햇살 가득한 샤프베르크가
추위로 오들오들 떨던 샤프베르크로
기억에 남지 않으려면
신경쓰셔야 할 부분 인것 같아요..^^
참고하세요~
------------------
볼프강 마을로 내려오니
시간은 5시 40분.
바로 짤츠부르크로 돌아갈지..
아니면..
장크트 길겐까지 가볼지..
우리 셋은
또 한번 고민에 빠졌다.
장크트 길겐은
모차르트 어머니의 고향으로..
마을 분위기는 볼프강과
비슷할 듯 싶은데..
유독 위인의 생가. 박물관.
태어난 도시..
이런 것을 좋아하는 우리의 여사께선
"모차르트 같은 세계적인 작곡가를 낳은 어머니는
어떤 곳에서 살았을까?
너희들도 궁금하지 않니??"
아주 초롱초롱한
여고생 눈빛으로 우릴 유혹한다.-_-
원래 예정은
할슈타트와 볼프강. 그리고 샤프베르크 산까지 올라갔다
오는 것이였는데..
비엔나에서 아침부터
서두르는 바람에
예정했던 곳을 다 둘러보고도
시간은 6시가 채 되지 않은데다가
어차피 장크트 길겐은,
볼프강에서 짤츠부르크로 가는 길에 있고
거기서
짤츠부르크 까지 50분 정도면 갈수 있다고 하니..
엄마의 의견을 따라보기로 했다.
장크트 볼프강에서
장크트 길겐 까지 가는
유람선에 오른 우리.
--------------
샤프베르크로 올라가는 티켓이 있으면
이 유람선을 무료로 탈수 있다는 얘길 들었어요.
전 여행 다녀와서 이 사실을 알게 되어,
현지에선 티켓 끊어서 탔답니다.^^ (4유로)
가시는 분들은 유람선 타실때
티켓팅 하는 직원에게
등산열차 티켓을 한번 보여줘 보세요..^^
안된다면 어쩔수 없지만,
밑져야 본전이니 한번 시도해 보시고
티켓이 필요하다면 직원에게 바로 사시면 됩니다^^
-----------------
아까 산에서 봤던
이 아름다웠던 호수위에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또 한번 즐거워 졌다.
호수가에
줄줄이 늘어선
귀여운 집들.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40여분을 호수를 가로지르는 유람선은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 어머니의 생가가 있는
장크트 길겐에 도착했다..
엄마의 초롱초롱한 눈빛에
유혹 당해
( 무슨 이효리도 아니고..-_-)
찾아온 장크트 길겐.
하. 지. 만.
마냥 평화롭고 아늑하고..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짤츠감머구트 호수 여행의 최종 도착지 였던
이곳에서..
이 작고 예쁜 마을을
떠들썩 하게 만든,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우릴 기다리고 있을 줄..
그 때까지만 해도
우리 셋 중 그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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