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서는 걸음에 나는 많은 것을 보기를 소망하지 않는다.
단지 그곳의 느낌이 나의 마음으로 전해져 오길 바랄뿐이다.
제대로 보고 느끼지 못했다면
아직 내 마음의 눈이 그곳이 보여 주고자 하는것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며
또 와보길 소망할 뿐이다.
상주는 나에게 그런 곳이다.
상주시 낙동면 운평리에 자리한 의암고택은
상주를 알고 싶어지게 만든 곳이다.
돌담길을 굽이 돌아 서면
옛날로 돌아갈듯 시간을 잊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걸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얼마나 걸었을까?
문뜩 고개들어 마주한 안개 내린 먼 산자락이
의암고택 뒷산이 되어 눈앞에 와있다.
고택앞의 커다란 바위가 갑자기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 바위가 탕건 모양으로 탕건석 또는 의암이라 부른다고 한다.
의암(依巖)은 조범구(趙範九 1834~1896)선생의 호이며
선생은 당대 널리 알려진 유학자로써 그의 덕망을 기리기 위해
거처하던 이곳을 의암고택(依巖古宅)이라 부른다고 한다.
대문간채는 그리 크지 않으나 쓰임새 있는 짜임인듯 하다.
흐린날의 고택 사랑채는 더욱 짙은 위엄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리 크지 않는 사랑채 누마루를 보니
이곳에 거처하던 주인의 소박한 성품을 읽어낼수 있을듯 하다.
사랑채 뒷편으로 ㄱ자 모양이다.
안채로 들어가는 문은 동선을 고려한듯
실용성이 여기에서도 엿보인다.
의암고택의 사당
안채
안동의 양반 가옥은 보통 ㅁ자 형태가 많은데
이곳은 사랑채와 안채가 마치 다른 집인듯 뚜렷이 구별되어 있다.
안채와 마주한 곳간채
곳간채의 크기로 보아 이집의 살림살이 규모를 짐작할수 있을듯...
별도의 뒤주채는 정말 아담하고 어여쁜 모습으로
눈길을 길게 사로 잡는다.
너른 마당과 독립적인 사랑채와 안채
사랑채는 학문하는 선비의 모습이고
안채는 살림살이 넉넉한 부잣집의 모습이다.
첫 만남의 어색함을 애써 감추려 분주히 걸었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고택이 들려주는 고요한 이야기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기에~
아쉬운 마음을 쓰다듬어 누르고
다음을 기약하는 마음을 남기며~
의암 고택의 돌담길을 돌아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