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있어서 가장 설레고 반가운 순간 중의 하나가,

바로 눈에 익숙한 곳을 마주하게 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무슨무슨 영화 촬영지, 무슨무슨 드라마 촬영한 카페 등을

일부러 찾아가고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곳에서, 익숙한 풍경 뿐만이 아니라 내가 마치 그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듯한 환상에 잠시 취해볼 수 있을테니까요^^

만약 그곳이 해외라면,

특히 전세계 사람들이 모두 다 아는 장소보다는

우리나라 사람들만이 아는 반가운 곳,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모두가

찾아가 볼수는 없는 먼 곳이라면, 더더욱 반갑고 한번 쯤 꼭 가보고 싶을 거 같아요. 그래서 준비해 봤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만 아는 해외의 명소!! Aki의 <만나러 갑니다> 시리즈

============================================================================

의 촬영지 멜버른을 가다

"너, 밥 먹을래, 나랑 뽀보할래?

밥 먹을래, 나랑 잘래?

밥 먹을래, 나랑 살래?

밥 먹을래, 나랑 죽을래?"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하다>의 남자 주인공 차무혁(소지섭 님)의 명대사. ㅋ

사실 저는 이 드라마가 한창 방영될 당시 외국에 잠시 나가 있어서 보지는 못했지만

워낙 유명한 드라마여서 대충의 스토리와 ost <눈의 꽃>, 그리고 감각적인 포스터는 알고 있었습니다.

ㅋㅋ 바로 이 포스터죠?!

그리고 물론, 이 드라마의 첫회와 마지막 회가 호주의 대도시중하나인 멜버른에서 촬영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요.

그래서 멜버른에 가게 되었을 때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 바로 이 골목이기도 했습니다^^

이 드라마를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죠?

그래서 첫날, 멜버른 시내를 돌며 드디어 찾아가게 되었지요.

이 그래피티 골목(호지어 골목)은 FEDERATION SQUARE 건너편/ ST. PAUL 성당 몇 블럭 옆에 있기 때문에

시내 구경을 하면서 살짝 들르기 아주 좋은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쓰레기 통이 있었다면 그 옆에 저도 한 번 저렇게 쪼그려 앉아 봤을텐데 아쉽네요^^;

그새 그래피티들이 약간 바뀐 거 같기도 하지만, 반갑기는 마찬가지네요.

잘 정리된 깨끗한 거리를 지나 이 골목으로 들어서면,

골목 끝부터 끝까지 가득 그려져 있는 그래피티들 때문에 살짝 흥분이 되기도 합니다^^

보이시죠?

저 골목 끝에 은채가 가방도 도난 당하고 망연자실한 채로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한국어로 "너 한국인이야?" 라고 묻는 무혁이를 처음 만납니다.

기억나세요? ㅋ

저 끝의 철망.

아마도 은채의 캐리어를 훔친 깡패들이 가방을 뒤지며 즐기고 있던 중에,

은채의 여권을 발견하는 장면이 촬영된 곳이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확실친 않지만요;;

무혁이가 "너, 한국인이야?" 라고 묻자, 은채가 반가워 좋아 죽는 장면입니다.

골목 끝의 초록색 구조물 보이세요? 저것이 바로 FEDERATION SQUARE에 있는 건물입니다.

여기 맞죠? ^^

지금 보니, 촬영할 당시에는 그래피티가 지금만큼 많진 않았네요.

쓰레기통 옆에 쪼그리고 숨었던 빨간 벽돌 외에는 거의 없네요.

하지만 지금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가~득! 기발하고 멋진 그림들이 가득차 있답니다.

왠지 그게 더 잘 어울리는 골목이에요.

5년 쯤 전엔, 그림도 없는 평범한 골목이었는데

이곳에서 촬영을 하려고 섭외한 pd의 감각이 돋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차무혁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리고, 지금도 기억에 남는 감각적인 포스터 배경으로도 적격이었고 말이죠.

골목에서 나와 바라본 모습이에요. Flinders Street입니다.

왼쪽에 보이는 건물은 FEDERATION SQUARE 에 있는 Australian Centre와 NGV Australia이고,

가운데 노란색에 돔이 있는 건물이 Flinders Station이에요.

오른쪽 길을 따라 역쪽으로 걸어가시면 바로 St. Paul 성당이 나오지요.

골목의 정확한 주소는 알 수가 없어서^^;

눈에 잘 익혀 두신다면 찾아가기가 수월하실거에요.

그리고 이 길로 City Circle Tram(무료)이 지나가기 때문에 이 트램을 이용하신다면

지나가면서 찾을 수 있을지도^^

==================================================================

사실, 제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에는 드라마를 제대로 보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 반가움과 감동이 덜했답니다.

하지만, 멜버른에 다녀와서 <미안하다 사랑하다>를 제대로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몇 년이 지나서야 다시보기로 첫회부터 마지막회까지 눈이 벌개지도록 빠져들어서 모두 봤지요^^;

첫회와 마지막회에 멜버른의 시내가 나오는데,

'어, 저기 내가 갔던 곳인데?'를 연발하게 만들만큼 익숙한 곳들이 많았어요.

제대로 다 보고 나서야, 이 드라마에 푹 빠져들어서는 헤어나오질 못했는데.

미리 보고 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뒤늦게 밀려오더라구요^^

어떻게 그 <미/사>를 제작한 PD는 멜버른에서 촬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까요?

사실, 우리나라에는 호주의 수도가 '시드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태반일 만큼

호주의 다른 도시보다도 유독 시드니가 더 유명하고,

저 역시 그 전까지는 호주,라고 하면 코알라, 캥거루와 시드니 밖에 떠오르지 않았으니까요. ^^;

게다가 촬영할 당시에는 멜버른까지 가는 직항도 없어서 한국에서 가는게 매우 어려웠을테고

제가 멜버른에 갈 당시에야 비로소 대한항공의 직항이 막 생긴지 얼마되지 않은 때여서

여전히 낯설기만 한 도시였답니다.

물론, 대부분 해외로케 촬영한 드라마가 그렇듯

첫회와 마지막회만 멜버른에서 촬영하고 주인공들이 모두 한국으로 귀국해 버려 아쉽긴 하지만,

멜버른에서 촬영하고자 했던 PD의 감각이 돋보이는 헌팅이었단 생각은 여전하네요^^

어쨌든,

아쉽지만 반가웠던 <미안하다 사랑하다> 투어는 이쯤에서 접을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