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다...
사라진다...
그리 다정한 말들은 아니다.
역사는 그렇게 잊혀지기도 하고 또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작은 흔적이라도 발견하게 된다면
그 흔적을 되살리려 애쓰게 될 것이다.
그 사라진 흔적을 찾아 되살린 조문국 사적지(召文國史蹟地)를 찾았다.
안동에서 출발할 때 맑았던 날씨가 의성에 들어서니 검은 구름이 가득 몰려온다.
그 사이 푸른 잔디밭에 옹기종기 자리잡은 조문국 사적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의성 금성산 고분군(義城金城山古墳群)은
경북 의성군 금성면 대리리, 학미리, 탑리리 일대에 있는 삼국시대의 고분군을 일컫는다.
경북기념물 제128호 지정되어 있으며 고분군이 200여기에 이른다고 한다.
이곳 조문국사적지에는 40여기의 고분이 있다.
깔끔하게 정돈된 조문국 사적지(召文國史蹟地)
여기저기 고분들이 있지만
사라진 역사를 어떻게 읽어내야 할까?
고분 거님길 발길을 옮긴다.
그저 가벼운 산책 나온 걸음처럼 느긋하지만
마음은 궁금증으로 인해 구름색보다 더 검은빛이 되어 간다.
고분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지금 보아도 놀라운데...
그 사라진 왕국은 정말로 존재 했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조문국(召文國)은 삼한시대의 부족국가로
현재의 경상북도 의성군 금성면 일대를 도읍지로 하여 소국으로 성립되었다가
185년(신라 벌휴왕 2년)에 신라에 편입되었다고 하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짧게 언급되어 있을 뿐 문헌자료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경이로운 일이다.
의성에도 이런 왕국이 있었다는 사실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지금은 작은 도시지만 한때는 시절을 호령했을 것이다.
조문국의 어느 누군가도 이 길을 걸었겠지?
그 시대와 지금을 이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고분들 사이로 들어 난 하늘색이 더 검은빛을 띠기 시작한다.
검은 구름 사이로 하늘색이 사라지듯
어느 순간에 조문국도 그렇게 묻혔으리라.
조문국의 경덕왕릉(召文國景德王陵)으로 추정되는 1호고분
1725년(영조 원년) 고을 현령이 경덕왕릉을 증축하고 하마비(下馬碑)를 세우고
그때부터 왕릉제사를 지냈으나 일제 강점기에 중단되었다가
경덕왕릉보존회가 구성되어 다시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이곳 고분군에는 각각의 이런 명찰을 달고 있다.
나는 이곳 조문국에 대해 알지 못했고
처음 만났다.
경덕왕릉 앞쪽에서는 여전히 발굴작업이 계속 되고 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왕국이 이제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1960년부터 발굴작업이 시작 되었다고 한다.
토기와 금동관등 장신구, 철제 무기류, 마구류등 많은 유물들이 출토 되었으며
이 유물들은 국립대구박물관과 경북대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유물들을 이곳에서 볼 수 없음이 다소 안타깝다.
세월을 넉넉히 견뎌낸 나무들과
새롭게 자라나는 나무들이 함께 자리한다.
사라지고 태어나고
역사도 그런 것이 겠지?
아직 제대로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그 흔적들만 품고 있는 곳도 있다.
가장 길게 나를 잡아 둔다.
무엇을 보거나 살피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수 천년 전의 역사가 말없이 오늘 이렇게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 속에서 서서히 밝은 빛으로~
역사는 사라지지 않고 묻혀 있을 뿐인가 보다.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곳 아래에도 어떤 역사가 숨겨져 있을런지
드러내 숨쉬지 않아도 존재할지도 모를 일이다.
영원히 잊혀지거나 사라지는 건 없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이지~~
그렇길 간절히 바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