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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보다 잔혹한 댓글…'얼굴없는 살인자' 잡아라 더팩트 23.05.29 00:00:50 25읽음


청소년 5명 중 1명 '악플 가해자'
일반인 대상 악플도 증가 추세
전문가들 "침묵·방관하지 말아야"


악플은 유명인의 잇따른 죽음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으나 악플 문화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모양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악플은 유명인의 잇따른 죽음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으나 악플 문화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모양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앞으로 악플 조치 들어가겠습니다. 제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여러분들께서도 예쁜 말, 고운 말, 고운 시선으로 보일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네요. (중략) 우울증 쉽지 않은 거예요. 아픈 마음 서로 감싸주는 그런 예쁜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요?" (고 구하라 씨)

지난 5월 23일은 '악플 없는 날'이었다. 하루만이라도 악플 없이 서로 배려하는 선플을 달자는 의미에서 선플운동본부가 지정한 날이다. 하지만 이날도 온라인에는 조롱과 비방, 욕설이 넘쳤다. 악플은 유명인의 잇따른 죽음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

◆일반인 대상 악플 증가…청소년 5명 중 1명이 '악플러'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 규정에 따르면, 악플은 '타인에 대한 욕설과 비방,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 저작권 침해, 폭력이나 사행성 조장, 성매매 알선, 음담패설, 광고·도배글'을 말한다. 과거에는 악플도 관심의 일종으로 취급됐지만 지난 2008년 배우 고 최진실 씨가 악플로 고통받다 사망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일반인을 타겟 삼은 악플도 늘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사이버 모욕 및 명예훼손 관련 신고 건수는 2만9258건이다. 2019년 1만6633건, 2020년 1만9388건, 2021년 2만8988건으로 오름세다.

악플은 누가 다는 걸까. 지난 3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발표한 '2022년 사이버 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5명 중 1명이 악플 가해자였다.

청소년의 경우 지난 2021년에는 사이버폭력 가해 경험률이 14.1%였으나 지난해에는 20.6%로 증가했다. 이들은 가해 동기로 '상대방이 먼저 그런 행동을 해서 보복하기 위해'(38.4%), '상대방이 싫어서'(24.2%) 등을 꼽았다.

성인의 경우, 3.7%가 악플 가해 경험이 있었다. 지난 2021년 7%보다 3.3%p 감소했다. 다만 성인의 가해 동기는 '재미·장난'(39.2%)이었다. '보복하기 위해'(31.2%), '상대방이 싫어서'(13.0%)도 이유였다.

5월 23일은 '악플 없는 날'이었다. 선플재단 선플운동본부가 하루만이라도 악플을 달지 말고 서로 배려하는 선플을 달자는 취지에서 선포한 날이다. 사진은 지난해 4월 19일 선플재단 주최 '악플없는 날' 선포식. /뉴시스
5월 23일은 '악플 없는 날'이었다. 선플재단 선플운동본부가 하루만이라도 악플을 달지 말고 서로 배려하는 선플을 달자는 취지에서 선포한 날이다. 사진은 지난해 4월 19일 선플재단 주최 '악플없는 날' 선포식. /뉴시스

◆신체 폭력만큼 심각…전문가들 "방관 말아야"

전문가들은 악플러의 특징으로 크게 네 가지를 꼽는다. 자기도취적 성향의 '나르시시즘'과 사회적 공감 능력 결여의 '사이코패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조종하려는 '마키아벨리즘', 다른 사람의 불행에서 즐거움을 얻는 '샤덴프로이데' 성향이다.

지난 2021년 미국 브리검영대학교(BYU) 연구진은 악플러들에게 이같은 성향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관찰해 즐거움을 얻는 게 특징이다. 자기중심적이고 개인주의적이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행동도 한다.

누군가가 별생각 없이 내뱉는 말일지라도 듣는 사람에게는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긴다. 경우에 따라서 언어폭력은 신체폭력보다 더 큰 고통을 안길 수 있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악플을 받으면 불특정 다수가 자기를 공격하는 느낌이 든다"며 "온라인에서의 악플은 오프라인의 인간관계까지 영향을 미친다. 다른 사람이 (악플 내용을) 알고 있는 것 같고 (피해받고 있다는) 상상이 들어 불안감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백명제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악플 1~2개가 조리돌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며 "2차, 3차 피해로 확산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로 이어지기 십상이고 심한 경우 자살까지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2010년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마틴 H. 타이처 정신의학과 교수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언어폭력을 경험한 이들은 정신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됐다. 연구는 육체적·성적 학대를 받은 경험이 없는 만 18~25세 성인 70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참가자 모두에게 어린 시절 언어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지 물었다. 63명이 '당한 적 있다'고 응답했고, 이들의 정신건강을 검사한 결과, 언어폭력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우울과 불안,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의 수준이 높았다.

숨진 채로 발견된 가수 고 구하라의 일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 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관계자가 조문객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더팩트 DB
숨진 채로 발견된 가수 고 구하라의 일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 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관계자가 조문객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더팩트 DB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의 악플 노출을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유명인은 뉴스 등을 피하고, 일반인은 SNS 등을 잠시 중단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시민사회 역할도 중요하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악플 확산은) 다수의 침묵하는 방관자들 때문"이라며 "주로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이 (악플을) 작성한다. 많은 중간자들이 침묵하니 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방관하지 말고 중립적인 의견, (악플에) 반대하는 의견 등을 적극적으로 노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털 사이트의 댓글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 교수는 "유튜브나 SNS에서 (악플이) 삭제가 중요하다. 포털도 댓글을 적극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다음)는 다음 달부터 포털 뉴스 댓글 서비스를 개편한다. 네이버는 다음 달 1일부터 댓글 이용이 제한된 사용자의 경우 프로필에 해당 상태를 노출하는 등 규정 위반 댓글 작성자 대해 제재를 강화한다.

카카오도 다음 달 중 실시간 소통에 중점을 둔 댓글 서비스 사용자경험(UX)을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일부 이용자의 댓글이 과대 대표되거나 부적절한 내용의 댓글이 사라지지 않는 등 댓글의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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