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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소리' 나는 섭외비… 대학가 축제는 '케이팝 공연장' 더팩트 23.05.28 00:00:38 79읽음


"등록금 낭비" vs "연예인 볼 수 있어 좋아"
다양·차별성 실종…"문화로 존중해야" 의견도


2000년대 들어 시작된 대학 축제의 '연예인 공연장'화는 최근 더욱 강해지는 추세다. 사진은 지난해 경기대 축제의 모습. /이새롬 기자
2000년대 들어 시작된 대학 축제의 '연예인 공연장'화는 최근 더욱 강해지는 추세다. 사진은 지난해 경기대 축제의 모습.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이장원 인턴기자] 요즘 대학 축제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연예인이다. "누가 오냐"는 질문이 뒤따른다.

2000년대 들어 시작된 대학 축제의 '연예인 공연장화'는 갈수록 강해지는 추세다.

지난 12일 성균관대 축제에서 그룹 마마무 멤버 화사의 퍼포먼스 논란이 불거지며 '연예인 섭외'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축제 분위기를 띄우는 데 연예인 공연이 최고라는 데 별 이견이 없다. 다만 예산이 낭비되고 다양성이 사라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 "축제 티켓 사요"…암표가격 최고 20만원까지

'아카라카를 온누리에'(아카라카)를 하루 앞둔 1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는 축제 분위기가 물씬했다.

아카라카는 고려대 축제 '입실렌티 지·야의 함성'(입실렌티)과 함께 대학 축제의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축제 당일 공개되는 연예인 라인업은 웬만한 음악방송보다 화려하다. 지난해 아카라카에는 이른바 '신 걸그룹 3대장'이라 불리는 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이 모두 출연하기도 했다.

아카라카를 앞두고 연세대 온라인 커뮤니티의 장터 게시판은 시끌벅적했다.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재학생들이 암표 거래까지 뛰어들었다.

지난해 10월 기준 연세대 신촌캠퍼스 학부생은 외국인 유학생을 제외하고 총 1만8200명이다. 그러나 올해 티켓은 1만1200장 정도. 약 7000명의 학부생들이 표를 구할 수 없는 셈이다.

티켓 정가는 1만7000원이지만 온라인상에선 평균 10만원, 최고 20만원까지 치솟았다. 웬만한 콘서트 로열석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아카라카를 온누리에' 축제를 앞두고 연세대 온라인 커뮤니티는 암표 거래에 한창이다. 정가가 1만7000원인 티켓 가격은 최고 20만 원까지 치솟았다. /연세대 에브리타임
'아카라카를 온누리에' 축제를 앞두고 연세대 온라인 커뮤니티는 암표 거래에 한창이다. 정가가 1만7000원인 티켓 가격은 최고 20만 원까지 치솟았다. /연세대 에브리타임

연세대 철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A(28) 씨는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신입생들이 아카라카에 굉장히 목말라 있었던 것 같다. 또 작년에 뉴진스나 아이브, 르세라핌 등 인기 있는 아이돌들이 다 오다 보니 기대감도 컸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암표거래를 두고 '학생들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한 발 물러나 있다.

일부 학교는 암표 거래가 적발되면 경찰 신고 및 법적 대응 등으로 대처한다. 다만 익명으로 거래가 이뤄지면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 근본 해결이 아닌 사후 대책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실제 20일 진행된 아카라카에 재학생이 아닌 사람이 암표로 VIP석에 들어왔다는 이야기가 연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했다.

◆ '억' 소리 나는 섭외비… "등록금 아까워" 주장도

'연예인 라인업' 문제도 고민거리다. 학생들의 기대를 충족할 만한 연예인을 섭외하려면 적잖은 비용이 든다. 라인업 구성은 주최 측의 역량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지난 2019년 고려대 축제는 비용 대비 초청된 가수들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회계 비리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연예인 축제 섭외비는 대개 공개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섭외 비용은 한 팀당 50만~4000만원. 4~5팀의 연예인이 출연한다면 억대 비용이 드는 셈이다.

대학 축제가 '연예인 공연장'으로 바뀌면서 대학 간 다양성이 사라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만 장점도 있기 때문에 새로운 문화로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시립대 대동제에서 학생들이 공연 리허설을 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대학 축제가 '연예인 공연장'으로 바뀌면서 대학 간 다양성이 사라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만 장점도 있기 때문에 새로운 문화로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시립대 대동제에서 학생들이 공연 리허설을 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연세대 아카라카와 고려대 입실렌티는 각 학교의 응원단에서 티켓 판매 수익으로 섭외비를 충당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대학은 총학생회 예산을 사용한다. '등록금 낭비'라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연세대 재학생 김소현(22) 씨는 "축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한 팀이나 두 팀 정도 부르는 건 괜찮아 보인다"면서도 "연예인을 섭외하는 데 너무 많은 돈을 쓰는 건 별로다"고 말했다.

반면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건국대 의상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함유진(20) 씨는 "그래도 축제인데 아이돌이나 유명한 가수들이 와야 좋은 것 같다"며 "(섭외비로) 제 등록금 바로 드릴 수 있다. 전혀 아깝지 않다"고 했다.

◆ "차별성·다양성 사라져"…"새로운 문화로 존중해야" 의견도

대학 축제가 '연예인 공연장'으로 바뀌면서 대학 간 다양성이 사라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만 새로운 문화로 존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1990년대만 해도 대학 축제마다 색깔이 있었다. 인디든 마이너든 민중가요든 상관없이 대학에서만 볼 수 있는 가수들이 등장했다. 2000년대 이후 콘서트장, 방송에서 볼 수 있는 인기 가수들이 축제에 노출되면서 대학 간 차별성이 없어졌다는 지적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대학 축제가 케이팝을 수용하면서 획일화되고 개성이 없어지면서 문화적 다양성이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총학생회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상황도 벌어진다"며 "대다수 가수는 출연료를 자기 평가와 관련해 생각하기 때문에 (출연료에) 굉장히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대학 축제가 '연예인 공연장'으로 바뀌면서 대학 간 다양성이 사라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만 장점도 새로운 문화로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새롬 기자
대학 축제가 '연예인 공연장'으로 바뀌면서 대학 간 다양성이 사라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만 장점도 새로운 문화로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새롬 기자

다만 연예인 선호와 축제 상업화를 대학 문화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현실론도 설득력을 얻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학마다 예산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대학에는 특급 아티스트들이 출연한다면 다른 데는 그렇지 못해서 비교가 된다. 청년 문화가 상업주의와 분리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도 "한쪽 손을 들기는 어렵다. 축제에 대학 특유 문화가 드러나야 하는 것은 맞지만 연예인 공연도 지금의 문화 안에서 충분히 공존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bastianle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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