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여행을 하다 보면 아침 이른 시간에 딱히 찾아갈 곳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하루 종일 도쿄의 도심을 헤매고 다니다 보면 시원한 자연속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찾아가 볼 수 있는 좋은 장소 중의 한곳이 바로 메이지신궁 입니다.

 

메이지신궁(明治神宮 메이지 진구)는 도쿄 시부야구의 번화가 하라주쿠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도쿄의 순환선인 야마노테선 하라주쿠역이나 도쿄 메트로 메이지진구마에역과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럼 직접 찾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라주쿠역이나 진구마에역에서 나오면 커다란 육교가 있는 방향으로 아주 조금만 걸어갑니다.

 

 

그곳에서 모퉁이를 돌아가면

 

 

 

진구바시라는 곳이 나옵니다.

 

 

 

 

 

진구바시는 평일이나 보통의 시간때에는 그냥 평범한 통행로라고 할 수 있지만

주말에는 코스프레를 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하라주쿠의 명소로 탈바꿈 합니다.

이번에는 그냥 평일날 오후에 찾아갔기에 하라주쿠를 찾아온 젊이들의 모습만 간간히 볼 수 있습니다.

이 진구바시를 지나서 아주 조금만 가면... 

 

 

 

커다란 나무기둥으로 만들어진 출입문이 있는 공원과 같은 곳에 도착을 합니다.

이곳이 바로 오늘의 목적지 메이지신궁 입니다.

 

 

 

메이지신궁 앞에 세워져 있는 거대한 나무기둥 문은 '도리이(鳥居)'라고 부르는 일본의 전통적인 문입니다.

도리이는 보통 일본의 전통 사찰인 신사의 입구에 많이 세워져 있습니다.

커다란 기둥을 양쪽에 세워두고 그 위로 가사기(笠木)라고 부르는 가로목이 놓여져 있는 모습이 일반적입니다.

대부분은 나무로 만들어져 있으며, 주홍색으로 칠을 한 곳이 많이 있습니다.

도리이는 사람들이 사는 일반 세계와 신들이 머무는 신성한 곳, 즉 신사를 구분하는 경계가 되는 출입구 입니다.

 

 
 

 도리이가 세워진 바로 옆으로는 이곳이 어떤 곳인지를 설명해 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메이지신궁은 일본의 메이지(明治) 천황과 그의 아내인 쇼켄(昭憲) 황태후의 영혼을 모신 신사입니다.

일본인들 입장에서는 '천황'이라고 부르지만 우리 국민 감정상 앞으로는 '일왕'이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일왕 메이지가 1912년에, 왕후인 쇼켄이 1914년에 사망하자

이들의 영혼을 기리기 위해 신궁을 건설하여 1920년 11월에 완공을 하였습니다.

일본인들은 그들의 왕인 소위 '천황'이 하늘에서 내려준 왕이라고 믿기에  

죽은 뒤에는 신이 된다고 하여 '신궁'에 모시는 것 입니다.

 

 

 

메이지 일왕은 현대 일본의 첫 '천황'으로 1852년에 태어나

 메이지유신의 시대를 거쳐 일본의 근대화 시기를 거쳐간 인물 입니다.

이시기에 일본은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고 국력을 키웠고,

강력해진 국력을 바탕으로 아시아 각국을 침략하기 시작합니다.

우리에게 치욕의 역사이기도 한 일본의 강제 점령기도 바로 이 메이지시대에 이루어 졌습니다.

결국 이곳은 우리에게는 원수인 메이지일왕이 잠들어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 장소 입니다.

 

 

 

메이지신궁은 약 70만 제곱미터의 넓은 부지에 12만 그루의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일종의 인공의 숲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 심어진 나무는 일본각지와 아시아 각지에서 바쳐진 것이라고 하는데

억울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에서 뽑아간 나무들도 심어져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원하게 솟아 오른 아름드리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이곳은 도심속의 산림욕장과 같은 기능을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도시중의 하나인 도쿄의 중심부에 있지만

이곳에 들어오면 깊은 산속의 수풀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줍니다.

덕분에 많은 도쿄 사람들에게 편안한 산책코스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메이지신궁은 크게 내부의 나이엔과 바깥쪽의 가이엔으로 구성됩니다.
나이엔은 신궁의 내부이자 일왕의 유품을 모아 놓은 박물관이 있는 곳 입니다.
가이엔은 신궁의 외부로 일왕과 관련된 미술품이 전시된 메이지기념 미술관이 있습니다.
또한 국립경기장을 포함한 운동 시설도 마련된 꽤 넓은 지역 입니다. 

 

 

 

 

 

 

 

 

 

 

 

넓고 깨끗하게 닦여진 통행로에는 자갈이 깔려 있어서 걸을 때 마다 돌 밟는 소리가 납니다.

돌을 밟으며 마음속의 잡념을 날려 보내고 정신을 깨끗하게 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조금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현대식 건물과 함께 넓직한 광장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잠시 다리를 쉬며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이곳에 있는 건축물들은 2차 세계대전 중에 훼손이 되어 1958년에 다시 지어졌다고 합니다.



저 바깥쪽으로는 하라주쿠역과 연결되 개찰구가 보입니다.

평소에는 사용되지 않으며 연초에 참배객들이 많이 찾을 때에만 임시로 사용하는 개찰구라고 합니다.

  

 

 

다시 발길을 돌려 원래 걷던 길로 되돌아 갑니다.

 

 

 

길가에 세워진 커다란 통들이 다채롭습니다.

이 통들은 술을 만드는 회사들이 자신들의 술이 잘 만들어지고 잘 팔리도록 기원하기 위해 바친 술통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효험이 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습니다. ^^

 

 

 

 

 

계속해서 걷다 보면 또다른 도리이가 나타납니다.

자세히 보면 도리의 상단에는 황금빛 장식물이 부착되어 있습니다.

 

 

 

도리이에 새겨진 황금 장식물은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국화의 문양 입니다.

일본의 역사 문화를 다룬 유명한 책인 '국화와 칼'에 나오는 국화는 이러한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존재를 말합니다.

 

 

 

조금더 안으로 들어가자 저 만치로 또 다른 도리이와 함께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이렇게 생긴 샘터 같은 곳이 있습니다.

간혹 이곳이 약수터라고 생각하고 시원하게 벌컥벌컥 물을 마시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부분 한국 관광객들 입니다.

왜냐하면 이곳은 약수터가 아니라 참배전에 손과 입을 행구는 곳으로 일본인들은 이곳의 물을 먹지 않습니다. ^^

 

 

 

도리이를 통해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신궁의 본당 건물이 나옵니다.

 

 

 

본당 앞마당에는 엄청나게 커다란 아름드리 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안쪽으로 나있는 문을 통해 들어가면 또다른 넓직한 마당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우연하게도...

 

 

 

일본의 전통 결혼식을 구경하게 됩니다.

전통복장으로 곱게 차려 입은 신랑 신부와 가족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 생각 보다 신랑 신부의 나이가 좀 들어 보이기는 합니다 ^^

 

 

 

그리고 그 바로 옆으로는 하객으로 참석한 지인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여성들은 전통 의상인 화려한 기모노를 갖춰 입고 왔습니다.

메이지진궁에서는 주말에 전통 혼례 행사가 자주 벌어지곤 합니다.

행사의 분위기는 대충 이런 느낌 입니다. ^^

 

메이지신궁에서는 이러한 전통결혼식 뿐만이 아니라 월별로 다양한 전통 행사들이 개최되고 있습니다.
연초의 신년행사로 시작하여 2월과 5월에는 아이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축제가 열리고
칠석축제나 성년식, 추수감사 축제 등의 계절별 행사가 끊이지 않고 이어집니다.

 

 

 

결혼식 구경을 간단하게 마치고 본당의 가장 안쪽까지 들어가 봅니다.

차분하게 경배를 올리는 참배객의 모습이 보입니다.

 

 

 

 

 

 

 

건물 이곳 저곳을 둘러 보다 보면 눈에 뜨이는 복장의 여성들이 보입니다.

이곳에서 제사를 담당하는 무녀들입니다.

가끔 일본 애니메이션 만화에서 보기는 하지만 실물로 보기는 그리 쉽지 않은 장면 입니다. ^^

 

 

 

마당 한켠에 있는 커다란 나무 주위에 쳐진 울타리에는 나무로된 판자들이 빽빽하게 붙어 있습니다.

 

 

 

이 판자는 '에마'라고 하는 것으로 소원을 적어서 걸어 놓는 기원문 입니다.

유달리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믿음이 강한 일본인들은
유명한 신사에 가면 이런 식으로 소원을 적은 에마를 걸어 놓는다거나

영험한 부적을 사서 몸에 지닌다거나 하는 다소 의외의 기복적인 행동을 합니다.

가끔 이 곳에 한글로 적혀진 에마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를 침략했던 일본왕 귀신에게 무언가 소원들 빈다는 것이... 왠지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본당 주변은 역시나 나무도 건물들고 깨끗하게 잘 꾸며져 있습니다.

천천히 구경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이만 메이지신궁 구경을 마치고 돌아가기로 합니다.

 

 

 

발길을 돌려 처음 들어왔던 출구쪽으로 향하는 길에 아까 결혼식에서 봤던 하객들을 다시 발견 합니다.

경사스러운 행사에 예쁜 전통복장을 차려 입고 참석해 축하해주는 모습을 보며

우리도 저런 모습을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도쿄의 최고 번화가 하라주쿠의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메이지신궁

이곳에서는 화려하게 발전해 가는 도쿄의 최첨단 문화와 일본 전통문화가 공존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가슴아픈 우리의 역사의 단편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장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