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사하라 사막에 도착했다. 사하라에서 맞는 첫 밤, 서쪽 하늘로 태양이 지고 있다.
내 등 뒤로 사막은 완전히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다. 태양이 사라지자마자 기온은 급격히 떨어져 한낮의 열기만큼이나 우리를 극한으로 내몬다. 그런 다음에는 그야말로 마법 같이 신비한 아침이 찾아온다.
코스는 자갈길과 모래밭,
가만히 있으면 나를 집어 삼킬듯한 모래언덕인 듄으로 이뤄져 있었다. 처음엔 자갈길을 한참 동안 달려야 했는데, 고르지 못한 노면과 배낭 무게 때문에 자꾸 중심을 잃었고 몸이 휘청거렸다. 부지런히 다리를 움직여봤지만 1킬로미터도 채 가지 못하고 나는 완전히 지쳐버렸다. 정말이지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숨을 쉴 때마다 뜨거운 열기가 입속에 가득 들어차 숨쉬기도 힘들었다.
“내가 진짜 미쳤지. 집사람이 말릴 때 못 이기는 척하고 들을걸. 아이고, 죽겠네!”
이런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미 와버렸는걸. 사막에 도착해서 처음 든 생각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사막을 실제 달리고 보니 완주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큰 욕심이었음을 깨달았다.
완주는 고사하고 며칠만이라도 버틴다면 대단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체면이 있지, 첫날부터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오늘 하루, 아니 첫 번째 CP까지라도 가자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사나이의 오기는 절반도 못 가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사막은 지난 1년간 내가 계획하고 준비한 모든 것이 얼마나 사치스럽고 허황된 것이었는지를 단 하루 만에 알려줬다.
매 순간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참아낼 것인지 그대로 주저앉아 포기할 것인지를 선택하게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나는 달려야 했다. 끝까지 달려야 내가 사막에 온 이유를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로코 사하라사막 마라톤대회에서 나의 최종 성적은 46시간 00분 47초, 평균 시속 5.28킬로미터, 종합순위 408등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기록이 조금도 부럽지 않았다. 완주했다는 것만으로 가슴이 터질 듯했다.
이번 대회에서 탈락한 38명 중에 내 이름이 끼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감사했다.
그 무자비한 고통을 이겨내고 골인 지점까지 왔다는 사실에 나 자신이 한없이 자랑스럽고 대견했다. 누군가 내게 사막에 왜 왔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사막을 경험하기 위해서’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다.
7일간이나 극한을 체험하고도 내가 왜 여기 왔는지, 여기서 무엇을 느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어쩌면 지금 당장은 알 수 없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는 5박 7일의 절박했던 이 모험이 내 인생에 어떤 선물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그날을 위해 나는 내가 살아온 익숙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위 글은 명진출판에서 출간한 <미쳤다는 말을 들어야 후회 없는 인생이다>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 글/제공 : 명진출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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