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통틀어 2번째로 높은 산

눈이오면 장관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곳

꽃 중의 최고라 불리는 눈꽃을 찾아 한라산을 향해 출발!

 가을이 온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하지만 벌써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가을을 지나 겨울로 들어가는 시기이지만 제주도 한라산에는 이미 하얀 눈꽃 축제가 벌어졌다. 해발 1950m. 한반도를 통틀어 백두산 다음으로 높다는 한라산. 등산 매니아들은 한해 중 한라산의 아름다운 눈꽃을 보기 위해 이 시즌만을 기다린다고 한다. "숲길을 해치고 나와 칼 바람이 부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그 매력이란 어떤 것과도 비교 할 수 없다"고 경험한 이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외친다. 그 매력을 찾아 지금 바로 출발!

# 한라산국립공원

 제주도 섬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한라산국립공원. 한라산국립공원에 조성되어 있는 탐방로는 가볍게 등산할 수 있는 어리목코스와 등산의 참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관음사코스, 장시간의 체력을 요하는 성판악코스를 비롯해 총 7곳의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다. 이 7곳의 코스 중 한라산의 백미라 불리는 백록담과 마주 할 수 있는 코스는 관음사코스와 성판악코스 밖에 없다. 이번 취재는 장시간의 인내와 체력을 필요로 한다는 성판악코스를 택하여 오르기로 하였다.

▲ 한라산국립공원 탐방코스 

 성판악은 한라산국립공원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성판악 출발점은 방문하는 등산객들보다 주차시설이 협소해 대부분 길가에 차를 세우고 그 곳에서부터 출발을 한다. 성판악입구에는 허름한 작은 휴게소 건물이 하나 위치하고 있다. 아침을 챙기지 못했다면 이곳에서 아침식사를 하거나 간식을 두둑이 준비하여 챙기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이 곳을 무시하고 그냥 지나쳐버린다면 출발지점에서 7.3km를 걸어야 진달래대피소 매점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물과 소정의 간식은 꼭 준비하기 바란다. 필자는 이 충고를 무시하고 진달래대피소까지 생수 한 통 없이 걸어 탈진증상을 경험했다. 성판악출발지점에서 진달래밭대피소까지 12시전에 도착을 해야 백록담을 오를 수 있다. 그 이후부터는 안전을 위해 입산을 통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백록담을 마주하고 싶다면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을 해야 한다.

▲ 왼쪽 위쪽에서부터 성판악 입구, 나무데크길, 속밭대피소

 성판악코스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초반 나무데크길. 양 옆으로 펼쳐진 제주 자생 식물들과 나뭇잎이 떨어진 수목들. 속밭대피소까지 이어지는 4.1km의 구간은 완만하고 이어지는 반복된 길에 등산 좀 즐긴다고 하는 등산족들에게는 자칫 지루함을 줄 수 있지만 정상에서 마주 할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하며 발걸음을 이어간다. 속밭대피소에서 진달래대피소까지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용무가 있다면 미리 이곳에서 이용하길 바란다. 속밭대피소를 지나서부터 이제 제법 산행 길다운 코스를 마주 한다. 크고 작은 언덕을 넘어 돌계단을 오르며 이제 제법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몸에 나는 열기로 이제 추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어느 정도 길을 걸었을까. 작은 샘터 하나가 나를 반기며 보기만해도 갈증이 사라질 것 같은 시원한 물 줄기를 뿜어낸다. 이곳에서 잠시 목을 축이며 숨을 돌린다. 한라산에서 솟아나는 샘물이라 그런지 맛도 아주 기가 막힌다. 이 곳을 지날 때에 꼭 한번 물 맛을 보고 산행을 이어가길 추천. 

 샘터를 지나 다시 산행을 이어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판악코스의 숨어있는 아름다운 곳이라는 사라오름 전망대 갈림길을 마주한다. 해발 1326m에 위치하고 있는 사라오름은 제주도 내에 위치한 386개의 오름 중 가장 높은 오름이다. 신기하게도 백록담처럼 물이 고여 있어"작은 백록담"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갈림길에서 전망대까지 거리는 600m 밖에 되지 않지만 경사가 험하기 때문에 체력적 부담과 시간적 부담을 줄 수 있어 많은 등산객들이 이곳에서 고민을 한다.

 백록담은 변덕스러운 날씨로 유명하다. 많은 등산객들은 함께 등산을 했지만 조금의 시간차에 의해 갑작스런 안개로 백록담을 보지 못하고 내려오는 사람들도 많다. 시간적 문제도 있어 사라오름을 지나쳐 진달래밭대피소를 향해 걸음을 이어 나간다. 사라오름을 지나 1시간 정도 걸었을까 점점 바닥에 쌓인 눈과 저 멀리 정상이 보이기 시작하며 진달래밭대피소에 도착한다. 우선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정신 없이 매점으로 들어가 수분을 보충하기 위한 이온음료와 다양한 간식들을 구매하였다. 그 중 최고는 바로 컵라면. 한바탕 땀을 흘리고 찬바람을 맞으며 먹는 컵라면의 맛은 지상 최고의 맛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둘러 앉아 컵라면 한 그릇에 행복한 웃음들을 짓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땀이 식으며 엄청난 추위가 몰려온다. 해발 1,500m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곳이라 바람이 거세게 불어왔다.땀에 장갑도 젖어 손마저 시리다. 이런 것을 대비해 겨울산행은 여벌의 장갑과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옷을 꼭 챙겨서 갈아입어야 체온을 유지하며 산행을 계속할 수 있으니 유의하기 바란다.

 

 백록담 정상까지는 앞으로 약 2.3km를 걸어야 도착한다. 이제부터가 진짜 한라산 눈꽃을 볼 수 있는 곳이기에 힘을 내어 걷는다. 물론 한겨울에 눈이 내린다면 출발지점부터 수북이 쌓인 눈들을 마주 할 수 있겠지만 이 날은 한라산에 첫 눈이 내린 다음날이다. 봉곳이 솟은 백록담 봉우리가 걸으면서 너무나 매력적으로 멋지게 보인다. 하얀 눈들이 쌓여 그 아름다운 자태를 더 빛나게 하는 듯한 느낌이다. 조금씩 쌓인 눈길을 한참 걸으며 어서 빨리 화려한 눈꽃을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에 힘든 것은 잊고 쉴새 없이 걸음을 이어간다. 빽빽한 나무 숲을 지나 하늘이 보이며 드디어 넓게 펼쳐진 새하얀 눈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겨울에만 피어나는 아름다운 눈꽃. 이 아름다움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왜 그 고생을 해서 그걸 보로 가냐고 하지만 눈꽃의 매력에 빠진 이들은 하나같이 세상에 이보다 아름다운 꽃이 어디 있겠냐고 외친다. 나무계단으로 만들어진 길을 걸으며 천천히 눈꽃을 감상한다. 햇빛에 반짝이는 눈꽃은 하나의 보석과도 같아 보인다. 모두들 가는 길을 멈추고 이곳 저곳에서 카메라 셔터소리가 연신 들린다. 백록담이 얼마 멀지 않았지만 이미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아름다움만으로도 모든 걸 다 얻은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이제 곧 펼쳐질 백록담은 어떤 모습으로 나를 마주할지 기대감에 부푼다. 

 눈꽃들을 뒤로하고 백록담을 향한다. 백록담의 이름은 옛 선인들이 이곳에서 백록(흰 사슴)의로 담근 술을 마셨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눈 내린 백록담은 녹담만설이라 하여 제주 10경 중 하나로 꼽힌다. 백록담에 다다르는 마지막 길은 돌 길로 조금은 위험하기에 조심해야 한다. 이 길을 지나면 드디어 커다란 분화구 바로 백록담을 만난다. 백록담에 서서 눈 쌓인 모습을 둘러보면서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본다. 엄청나게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에 이곳 저곳에서 눈물도 흐르지만 아름다움을 만난 감탄의 눈물이라 생각하고 싶다. 해발 약2,000m에서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신비의 섬 제주. 왕복 8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는 산행이지만 바로 이 눈 내린 하얀 모습을 보기 위해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이곳을 오르고 있다. 관음사코스를 이용해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도 저마다 백록담의 아름다운 경치에 빠져 감탄사를 연발한다. 

 비록 많은 양의 눈은 아니었지만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정상에 세워진 비석과 함께 인증 사진을 남기려 비석 주변은 줄지어 사람들로 가득하다. 감상에 젖어 있었던지 어느덧 해가 기울기 시작한다. 산행은 하산길이 부상위험이 더 크기에 시간적 여유를 두고 하산해야 한다. 이 아름다운 눈꽃이 가득한 한라산을 뒤로하고 산을 내려간다.

 한 겨울 수북이 눈 쌓인 한라산은 이보다 더 멋지고 아름다울 것이다. 비록 긴 시간 추위와 고통이 따르겠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올 겨울 한라산에 과감히 도전한다면 그 어떤 겨울보다 특별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자신 있게 추천하며 한라산 눈꽃 이야기를 정리한다.

한라산탐방코스지도 출처: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

글· 사진 = 신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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