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개봉작입니다. 그간 원래 개봉작에 대한 말이나 리뷰 등등은 광고도 많이 하고 포털사이트 여기저기, 영화프로그램마다 나오고 해서 웬만하면 개봉작은 뒤로하고, DVD나 VHS(비디오테잎)으로 출시된 영화들을 위주로 소개 했습니다.

영화의 2차 시장이라 볼 수 있는 대여점이나 DVD판매 시장으로 영화가 나오면 홍보도 그렇고 소식도 별로 없더라구요. 간간히 신문 쪼가리 뉴스나 나오긴 하지만 별로 노출이 적어서 잘만든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극장 상영당시 빛을 보지 못하고 2차 시장으로 나오면서 묻혀지는게 너무 안타까워서 개봉작 보다는 지금 개봉하고 있는 개봉작보다 좋은 영화들을 위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뭐 가끔은 비추천 영화도 소개를 하기도 하구요. 좋은 영화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ㅎㅎ

그래도 가끔은 개봉작을 소개하고자 해서 오늘은 저번주 목요일 개봉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지금으로 부터 12,008년전 이야기인 <10,000 B.C>를 소개할까합니다.


기원전 만년이라... 지금으로 부터 12008년전이란 이야긴데... 신석기 시대이겠죠? 왠지 원시인들이 나와서 이사람들 '우가우가'로 대화하나? 그렇게 생각듭니다.

'롤랜드 에머리히'. 이 빅스케일 전문 감독께서 이번엔 기원전 선사시대로 가셨습니다. 과연 어떤 빅스케일을 보여줄지... 기원전 만년이라하면 감이 잘 안오니까 쉽게 설명을 해본다면 군대를 5천번 갔다오면 만년입니다. 아... 위가 발끝으로 가는 듯해... 여성분들은 잘 모를테니까... 한달 한번 마술을 12만번 걸리면 만년. 음.. 이느낌은 잘 모르겠습니다. 뭐 여튼, 원래 숫자가 커지면 커질수록 감은 줄어들죠. 잡설은 그만 하고 기원전 1만년의 세상으로 가보겠습니다.


줄거리

『메머드를 잡는 사냥꾼들의 '야갈'부족. 그곳에 파란눈을 가진 어린 여자아이가 들어온다. 부족의 정신적 지주이며 신과 소통하는 '위대한 어머니'는 그녀가 전설의 영웅의 여자가 된다고 한다. 몇년 후 그 파란눈의 여자아이 '에볼렛'과 前부족장의 아들 '들레이'는 연인이 되지만 어디선가 나타난 다리 네개짜리 악마에게 붙들려간다. 그녀를 되찾아오기 위해 떠난 들레이. 이제 전설이 시작된다.』

역사물의 기운을 풍기는 <10,000 B.C>(이하 <만비씨>). 하지만 역사물은 아닙니다. 그리 만년전 같지도 않구요. 역사극은 아니고 판타지입니다. 이름하야 '원시 판타지'. 마법이 나오는건 아니고, 신비한 현상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전설을 토대로 그 내용을 이어갑니다. 가면 갈수록 판타지 스럽기도 합니다. 여기에 장르를 하나 더 붙이면 '영웅 어드벤쳐'. 영웅물이기도 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모험도 하니까.
우려했던 대사는 '우가우가'는 아니었습니다. 영어입니다. 뭐 미국영화니...(심형래감독의 <아기공룡 쭈쭈>에서는 '우가우가'했었는데...) 그래도 다른 부족의 말들은 죄다 '우가우가'입니다.(사실 아프리카 원주민 말 같기도 하구요) 약간은 웃긴게 야갈부족외의 모든 부족은 죄다 말이 통합니다. 야갈은 왕따였던 것인가... 아니면 영어로 말하는 야갈이 우수하다는 건가... 약간은 좀 그랬습니다. 또 한가지. 이건 그냥 괜한 생각인지 몰라도 주연이 백인이라 그런지 몰라도. 영웅시되는 백인, 그리고 그 영웅을 따르는 사람들은 모두 유색인종이라는거. 그리고 절대권력으로 신이라 불리던 사람과 그의 부족들은 백인. 제가 과민반응일지 몰라도, 그냥 계속 영화보는 동안 그렇게 보였습니다.

스케일은 역시나 'Big'입니다. 크고 큽니다. 이정도면 극장서는 봐줘야하는 스케일이죠. 아이맥스서도 괜찮고. 당시의 자연은 말할것도 없이 자연 그자체였으니 그 자연을 광범위한 앵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장관입니다. CGV 4Way관에서 봤는데 사운드도 짱짱합니다. 꼭 4Way여서라기 보다는 그 원판의 사운드가 좋습니다.(앞에서 안본게 다행) 이정도 스케일이라면 <반지의 제왕> 맞먹고, 롤랜드 감독의 전작 <투모로우>를 넘죠.
이 영화에서 또 볼만한게 CG입니다. 메머드떼와 클라이막스부터 나오는 피라미드(?)등에는 상당한 양의 CG가 쓰였습니다. 사실 처음 메머드떼 등장씬은 약간 실망했습니다. CG가 약간 붕뜨는 느낌은 어쩔수가 없었죠. 하지만 CG는 후반부로 갈수록 그 퀄리티가 높아집니다. 감독도 CG에 관한한 오랜 노하우가 있으니 어느정도 잘 뽑아냈습니다. 이질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좋다는 것도 아니구요. CG의 정교함은 살아있지만 생동감이 없습니다. 그리고 현저히 떨어지는 실사와의 싱크로율.

사실 영화에서 집고 넘어가고 싶은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연기입니다. 아... 원래 영어로 연기하면 그 대사의 억양을 잘 모르니까 표정이나 이런걸로 보고 대충 연기력 판단하겠는데, 이 영화는 뭐랄까... 대사 없어도 판단할 정도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마음으로 느낀 주연들의 연기력은 정말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연기 이상한건 <디워>이후로 처음인듯 합니다. 주연들의 얼굴에서 긴장감이 전혀 안보입니다. 원시인이 영어를 해서 그런가... 특히 아역들의 연기를 보고있노라면... 첫대사부터 어색함 몰려와 주십니다. 오히려 주연보다 주연들은 받쳐주는 다른 부족들이 연기를 더 잘합니다.

이번엔 내용. 내용은 뭐 볼것도 없습니다. 굉장히 단순한 구조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잡혀갔으니 되찾아오자. 뭐 그런거죠. 상당히 1차원적인 구조입니다. 모든일이 술술 풀립니다. 막힘이 없습니다. 시나리오는 그리 탄탄하지 못하고 신경쓸게 안되죠. 처음부터 볼거리 위주로 제작된 영화라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스토리입니다. 그런데 어쩌나... 볼거라곤 광범위 스케일을 보여주는 화면 정도인데... 주연들이 잘생기고 이쁜것도 아니고... CG가 감탄할만한 것도 아니고...

또 보다가 의문이 든건 기원전 1만년에 피라미드가 지어질만한 뭐 그런 기술력 그런게 있었을까요... 역사는 잘 모르지만 그때면 철기시대도 아니고, 걍 돌, 나무 이런걸로 밥해먹고 살던땐데 잘나가는 부족은 천으로된 옷도 입고, 금 같은걸 제련해 쓰기도 하고, 좀 당황스러운 시대설정입니다. 이게 제가 이 영화장르를 '판타지'라고 한 이유중 하나입니다.
사실 처음에 별 3.5개했다가 쓰다가 보니까 영화가 참 별로라서 별반개 내렸습니다. 그래도 3개라도 준건 그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케일 때문입니다. 여기서 스케일은 내용의 스케일이 아니라 화면 앵글의 스케일이니 그점 오해없길 바랍니다.

뭐 공짜표로 본거라 돈생각은 안났습니다. 돈내고 봤다면....음.... 썩 재미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이 사람들 연기는 정말 성의없었습니다. 그리고 난무하는 황당설정도. 롤랜드 감독 이러지 않았던거 같은데...

P.S 공교롭게도 커플사이에 홀로 보게 됐는데, 왼쪽 커플은 조용히 잘 보는데, 오른쪽 커플. 짜증 지대였습니다. 극장서 가장 싫어하는 유형이 영화보면서 떠드는 사람인데, 그 커플이 그랬으며 계속 감탄사 내뿜으며 보고, 전혀 안웃기고 진지한 장면에서 둘만 웃으면서 의자들썩이고... 영화 즐기는 건 좋지만 다른 조용히 보는 사람 생각도 좀 해줘야지... 이건뭐 둘이만 보는 것도아니고. 이야기하려면 둘만 들리게 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