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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과도 같은 한용숙 씨의 화이트 하우스

셰비시크 스타일에 일가견이 있는 한용숙 씨가 꾸민 주택. 그곳의 공간 콘셉트와 설계는 아이디어가 넘치고, 가구와 소품은 그녀가 추구하는 프렌치 스타일로 꾸몄다. 미학적인 그녀의 공간을 들여다보자.

작년 이맘때쯤 화이트 인테리어 화보 촬영 장소를 물색하던 차에 한용숙 씨의 집을 알게 됐다. 평소 이국적인 셰비시크 스타일을 대한민국의 어떤 주거 형태가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을지 의심하던 터였는데, 그녀의 집은 셰비시크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게 해준 신세계였다.
그녀의 집은 인천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아파트촌 건너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하고 있다. 결혼 전 인천의 주상 복합에 살았던 그녀는 오래 살던 공간을 대대적으로 리노베이션했고, 이후 살면서 불편한 점들을 보완하고 보충하는 리노베이션을 이어오다 아예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오랫동안 셰비시크 스타일을 좋아했던 터라 기왕이면 그 스타일과 완벽하게 어우러질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존 공간은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는 그녀가 원하는 널찍한 주방과 다이닝룸, 드레스룸, 일하는 공간 등 가족의 라이프스타일과 눈높이를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했고 구조 또한 단조로웠기 때문이다.

1 커다란 셰비시크 스타일의 거울에 비치는 거실 모습이 가히 이국적이다.
2 현관에 들어서면 한 벽 가득 짜 넣은 신발장과 작은 휴식 공간을 양쪽으로 둔 기다란 복도가 시작된다. 복도를 따라 올라가면 부부를 위한 공간이 기다리고 있다.
3 3층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바라본 작업 공간. 한가운데 놓인 커다란 테이블을 덮은 캉캉치마를 연상시키는 테이블클로스는 그녀가 직접 디자인해 맞춤 제작했다.
4 드레스룸 한쪽에 놓인 셰비시크 스타일 화장대.
그 위는 그녀가 아끼는 빈티지한 코즈메틱 용기들과 아기자기한 액세서리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5 복층 구조인 3층에서 내려다본 거실 풍경. 넓고 시원하게 트인 거실에는 여럿이 함께 앉을 수 있는 넉넉한 크기의 소파를 놓아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거실을 중심으로 드레스룸, 주방, 침실로 이어지는 구조로 짜여 있다.

여자들은 집을 고치는 과정을 통해 다시 꿈을 꾼다. 남자들은 집을 고치는 일이 그저 결과인 경우가 많지만 여자들에게는 과정인 것이다. 그녀가 집을 지은 과정에는 얼마나 많은 사연과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집터를 알아보고 집을 세우고 내부를 꾸미는 데 1년이 걸렸어요. 사실 지금도 미완성이라 조금씩 손을 보고 있어요. 작업은 마쳤지만 자꾸만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집에 대한 애착, 인테리어에 대한 욕심이겠죠. 처음에는 전문가에게 의뢰해 집을 지어야 하나 고민했지만, 어떻게 꾸며야겠다는 콘셉트가 정확했기 때문에 혼자 하는 것이 한결 마음 편하겠다 싶어 과감하게 도전했어요. 하지만 혼자 시공까지 해보니 엄청난 시간과 기술이 필요한 일이더라고요. 공사하는 내내 가장 신경 쓰이고 어려웠던 일은 자재 공수와 시공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었어요. 이런 건 하면 불편하다, 누가 이렇게 하고 사느냐 등의 부정적인 의견을 끊임없이 내놓았죠. 그렇게 주문하는 저를 보며 뭘 모르는 사람이 전문가 앞에서 고집 피운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그러다 보니 결국 시안과 너무도 다르게 나온 곳이 몇 군데 있어요. 볼 때마다 속상하죠. 다음으로 어려웠던 것은 자재 공수였어요. 집을 새로 짓는 것이었기 때문에 디테일을 놓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바닥재부터 몰딩, 손잡이, 심지어 욕실에 들어가는 부속품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썼는데, 제가 원하는 스타일로 완성하려니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을 통해 구할 수밖에 없었어요.”

집을 꾸밀 때 가장 놓치기 쉽고 이만하면 됐다고 넘겨버리기 쉬운 부분이 공간 구석구석의 작은 디테일들이다. 겉은 아무리 잘되어 있어도 디테일이 약한 집은 집주인의 개성이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 재미없는 집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집을 좀 더 특별한 공간으로 한층 업그레이드시켜주는 것도 그녀만의 감각과 개성, 발품이 남긴 디테일 덕이다.
디자인부터 시공까지 모두 그녀 스스로 해결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충분히 집에 대해 생각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드림 하우스의 실체를 또렷이 그려낸 집주인. 그녀가 보낸 12개월이라는 시간은 그 공간을 그녀의 색으로 온전히 채워 그만의 고유한 빛과 느낌을 만들어냈다. 그러니 이 집에 대한 애착은 그녀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이렇게 완성된 그녀의 집은 그녀가 꿈꾸던 프렌치 스타일의 셰비시크 집을 연상시킨다.

1 얼마 전 결혼해 신혼의 단꿈에 빠져 있는 그녀. 바쁜 탓에 요리를 자주 하지는 못하지만 여자의 공간인 주방을 위해 주방의 ㄴ자형 싱크대와 이동이 가능한 아일랜드 조리대, 그릇 선반은 모두 동선을 고려해 맞춤 제작했다.
2 3층에 자리한 디스플레이 룸. 비스듬한 천장이 마치 뾰족한 박공지붕 아래 로프트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공간은 꼭대기 층이라 가능하다.
3 이 집의 백미는 드레스룸. 양문을 열고 들어서면 벌어지는 드레스룸은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속 캐리 브래드쇼의 드레스룸을 연상시킬 만큼 실용성뿐만 아니라 미학적인 면까지 갖췄다.
4 2층 입구에 있는 화장실은 손님들을 위해 만들었다. 이 집을 찾는 이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수전부터 세면대, 욕실 액세서리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주인의 감각이 엿보인다.
5 거실에서 바라본 주방 전경. 통로의 아치형 구조는 심플한 몰딩으로 느낌을 살렸고, 온 식구가 앉아 식사할 수 있는 셰비시크 스타일의 익스텐션 테이블로 주방의 실용도를 높였다.

3층으로 지은 집은 1층은 부모님이 거주하는 공간, 2층은 부부를 위한 공간, 복층으로 이뤄진 3층은 작은 작업 공간으로 꾸몄다. 디스플레이 룸과 작업실이라는 2가지 역할을 훌륭히 해내는 알토란같은 공간을 만든 것이다.
집은 전체적으로 화이트가 주를 이루지만 지루해 보이지 않도록 같은 화이트라도 소재와 톤을 달리해 변화를 주었다. 세련된 디자인의 가구나 트렌디한 마감재를 선택한 덕분에 살아갈수록 끌리는 집이다. 바닥은 흰색 우드와 무광 타일을 깔아 느낌을 주었으며, 주방에는 아일랜드 테이블을 비롯해 화이트 하이글로시 소재와 우드를 사용했다. 곳곳의 문도 몰딩으로 디테일을 달리한 화이트 컬러다. 여기에 공간을 부드럽게 만드는 로맨틱한 패브릭과 칠이 벗겨진 낡은 가구들로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실용적이고 편안한 스타일을 연출함으로써 단번에 셰비시크 스타일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셰비시크 스타일에 관심 있다면 그녀가 집을 짓고 꾸민 이 공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무엇보다 이 집의 백미는 드레스룸이다. 양문을 열고 들어서면 벌어지는 드레스룸은 <섹스 앤 더 시티> 속 캐리 브래드쇼의 드레스룸을 연상시킬 만큼 실용성뿐만 아니라 미학적인 면까지 갖췄다. 일반 붙박이장의 목적이 한정된 공간에 최대한 많은 수납을 하는 것이었다면, 그녀의 드레스룸은 수납뿐 아니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공간인 것이다. 또한 목욕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도 사용하는 만큼 그녀에게 욕실은 아주 중요한 요소였다.
“넓고 편안한 방 같은 욕실을 꿈꿨어요. 욕실로도 이용하고, 드레스룸의 실용성도 갖추고, 굳이 문을 닫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아름다운 공간을 가지고 싶었죠.”
창밖으로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어 드레스룸은 완벽한 휴식 공간이 된다.
여자에게 집은 가족과 함께 머무는 울타리이자 패션과도 같다. 멋을 위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옷은 외면받기 마련이고, 활동하기 좋지만 스타일이 살지 않는 옷도 답이 되지 않는다. 공간을 내 몸에 꼭 맞는 옷처럼 멋스럽게 변신시킨 그녀의 열정. 외관부터 집 안 곳곳, 작은 소품 하나까지 아쉬움 없이 만족할 만한 집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1 1층에서 올라와 중문을 지나면 거실을 시작으로 주방, 침실, 드레스룸으로 이어지는 공간이 나타난다. 거실에는 ㄱ자형 커다란 소파를 배치해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패밀리 룸의 역할을 주었고, 한 벽을 가득 채우는 셰비시크 스타일의 커다란 거울을 놓아 이국적인 분위기를 냈다.
2 한 벽면을 가득 채운 신발장이지만 몰딩으로 디테일을 준 덕분에 좁은 복도 공간이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3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1층의 휴식 공간을 명확하게 구분 짓는 내력벽이 공간감을 준다.
4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코너 공간에 놓은 셰비시크 스타일의 가구와 조명.
5 2층 입구의 코지 코너까지 그녀는 허투루 쓰지 않았다. 프렌치 스타일의 가구와 액자로 시선을 잡아 내부로 이어지는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6 부부 침실 안에 자리한 욕실은 천장에 만든 샤워 커튼과 독립형 욕조를 사용해 유러피언 스타일로 완성했다.
7 외부에서 보이던 세모난 박공지붕이 2층 침실에 오르자 그 실체를 드러낸다. 2층의 거실을 지나 부부 침실로 들어가면 높게 솟은 세모난 천장이 나오는데, 시선을 압도하는 화이트 셰비시크 스타일 침대와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자료제공ㅣ리빙센스
진행: 김지영 기자 | 사진: 박순애 | 촬영 협조: 핑크쉐비(www.pinkshabb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