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는 3년여 만났고 끊임없는 구애 끝에 결혼이라는 구체적인 그림을 그렸습니다.
솔직히 저는 결혼은 천천히 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사랑하지만 결혼이라는 커다란 책임을 지기에는 저 자신의 부족하고 결혼자금을 넉넉하게 모아두지 않아서 결혼을 미뤘습니다. 그렇지만 남자친구는 저의 부족한 점을 감싸주고 가끔은 욱하지만 자상한 성격을 믿고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예비시댁과의 관계였습니다. 남자친구는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딸 같은 성향을 가진 아들로 예비 시어머니에게는 각별한 애정이 있었습니다. 형제 중에 막내로 애교도 있고 가끔 철부지처럼 이것저것 어머니에게 일상을 서슴없이 말하는 성격입니다. 가족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집안입니다. 형제로는 결혼한 형님이 계십니다. 참고로 저는 남자친구 성격과 집안 분위기와는 정반대입니다. 남자친구는 아무 이야기나 던지고 잘 주고받으면 된다고 하는데 어른들이라 조심스럽습니다. 그러고는 본가에 자주 찾아뵙고 친해질 계기를 많이 만들자고 합니다.
핑계인지 모르지만, 어려운 발걸음으로 찾아뵈면 남자친구를 통해서 너무 예의 차린다, 격을 차리는 것 같아서 안쓰럽다, 편하게 말해라라는 등의 말을 하셔 관계에 진전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명절 때 선물을 보내드리면 너무 부담스럽다고 보내지 말라고 합니다. 저를 걱정해주시고 편하게 하려고 말하신 것도 이해가 되나 그래도 섭섭한 감정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호의를 표현을 하면 정색하시고 잘 보이고 싶은 제 마음을 몰라주시는 거 같아서 기분이 썩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형수가 될 분은 쾌활한 성격이라서 남자친구 집과 잘 어울립니다. 덩달아 형수 부모님과 남자친구 부모님과 따로 만나서 식사도 하시고 여행도 갑니다. 전에 형님 부부와 남자 친구 부모님 이렇게 모여서 식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쾌활한 성격인지 알았지만 어른들 앞에서 전혀 개의치 않고 말하는 태도에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때 남자친구 부모님의 언굴 빛이며, 목소리 톤이 당연하지만 저와 대하시는 게 틀려서 많이 서운했습니다. 성격도 싹싹하고 본인 며느리여서 그러셨겠지만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면서 이 자리에 있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추후에 끼어들지 못한 제 잘못이라고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남자친구가 어머니의 말에 잘 휘둘립니다. 어머니는 우리보다 오래 사셨기에 지혜로우신 분이고 아버지 때문에 눈물을 많이 흘리셨다며 어머니를 잘 보살펴야 된다는 마음이 극진한 효자이자 어머니는 법인 사람입니다. 아버지와 불화 때문에 외로우신 분이라며 자기 일상 그리고 저와 있었던 일들을 다 이야기하고 또 해왔던 것처럼 자기와 가족 이야기 등 온갖 일을 저에게 해줍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거르고 양 쪽에 되도록 좋은 인상을 주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걸 전혀 못하는 사람입니다. 정말 사실 그대로 전달하고 거기서 오해가 많이 발생하고 싸움이 잦습니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웃어주신 적 없고 항상 잘못된 것만 지적하시니 어머니가 나를 마음에 들지 않으시냐고 물어보면 바로 어머니에게 물어보고 제가 개선해야할 사항들을 들고 옵니다. 결론은 제가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않고 이야기를 주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둘이 결혼에 대한 생각을 정하면 집에 다녀오면 말이 다 바뀝니다. 이렇게 의견이 대립하고 싸우고 화내고 울고 빌고 이런 패턴이 잦으니 너무나도 지칩니다.
아직 본격적인 결혼준비를 하지 않았지만 모든 과정 속에 남자친구의 가족이 다 관여하고 따라야할 상황이 부담스럽습니다. 제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지 어머니의 기준에 못 미쳐 자격지심에 걱정근심이 많은 건지 예비 시댁 얘기만 나오면 눈물콧물이 다 쏟아집니다. 솔직히 그동안 저희 가족에게 이런 일련의 에피소드를 말하지 않았는데 말하고 나니 안 해도 상관없다고 저의 의사에 맡기겠다고 하십니다.
결혼을 하면 다 해결될 일인지 아니면 정말 이건 아닌지 제가 앞으로 어떻게 처신을 해야 상황이 나아지는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