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능력도 없지만 자상하고 말을 이쁘게 하는 남편을 둔
늦은 나이에 첫 애를 가진 주부입니다.
남편이 시어머님 닮아서 완전 초딩 입맛이고
매우 짜고 달게 먹어요.
입맛은 뱃속에서 형성된다는 말 완전 적용되는 시댁식구들입니다.
시뻘건 음식, 오뎅, 돈가스, 햄버거, 피자, 빵, 햄, 소세지 이런것만 좋아합니다.
입 짧고, 몸 작고, 굉장히 약합니다.
30 중반에 절 만나 결혼하기 전까진 수시로 병원신세 지고, 2년 주기로 신장결석이 생겼대요.
저랑 결혼하고 신장결석도 안생기고 몸 많이 좋아졌고요.
10년간 애가 안 생긴 이유도, 남편의 정자에 문제가 있어서 그랬던 거구요.
저희 둘이 외국에서 살때는 어쩔수 없이 제가 해주는 건강식만 먹다가
요새 한국 와서 점심은 맨날 사먹게 되고
저희가 한국에 오면서 급하게 원룸텔에 들어오면서 제가 예전처럼 요리를 못해줬는데 (6평에 살다가 지금은 9평으로 이사옴)
오늘 아침 삼삼하게 무친 나물들 여러가지 반찬을 줬는데
도저히 싱거워서 못먹겠다며 저더러 젓갈좀 달랍니다.
나: 여보, 젓갈 주는건 괜찮은데, 여보가 외국에서 살때보다 입맛이 많이 짜졌나봐 자꾸 외식하다 보니까.. 이젠 의식적으로라도 싱거우면 싱거운대로 만족하고 먹으려고 애써봐요. 그나저나 우리 애가 나중에 아빠 입맛 닮으면 안되는데
남편: (갑자기 화를 버럭 내며) 진짜 아이씨! 자꾸 그러지좀 말라고
나: 뭘?
남편: 미리 걱정하는거!
나: 여보가 자꾸 짜게 먹으려고 하면 내가 아무래도 그거에 맞추게 되니까 애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닮아가겠지.
그리고 둘이 아침내내 말을 안했어요. 뭐, 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수도 있는 짧은 일이었고 평소에 너무 다정한 사람이었어서 이 정도에도 놀라냐고 뭐라 하실 분도 있지만, 그냥 눈물이 나네요. 어려운 처지랑 겹쳐서 그런가, 애도 불쌍하고요. 마침 인간극장을 보는데 우리 남편과 완전 반대되는 (키 크고, 잘생기고, 자상하고, 돈 잘 벌고, 듬직하고, 부지런하고) 노부부가 나오는데, 그 할머니가 부럽네요. 간만에 헤어지고 싶은 기분도 들고요, 이게 정상적인 감정이 맞는건지 아니면 호르몬 때문인지 모르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