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 이효재라는 한복디자이너 분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인 알음이 아니라 피아니스트 임동창의 아내인데 꾸미는 걸 무지 좋아한다고 TV에서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 들어앉아볼까 궁리를 하던 나는 그러려면 살림이라도 잘 해야겠단 생각에 이효재씨의 저서 <효재처럼>을 사서 읽었다.
당시 결혼 2년차였고 초보주부가 가장 쉽게 끓인다는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가장 어려워하며, 함께 살던 시동생이 끓여준 고추장 찌개에 반해 그것만 주구장창 끓여대고 있을 때였다.
콩나물 무침에도 소금과 참기름만 넣어 간 맞출 자신이 없어 미원을 몰래 털어넣는 만행도 서슴치 않았었던 내게, 시멘트바닥인 마당에 부직포를 깔고 규조토를 뿌려 일반 마당처럼 탈바꿈시킨 효재의 살림법은 죽어도 따라갈 자신이 없었다.
시어머님이 당시 살림이며 집까지 놓고 시아버님과 함께 강화의 노인요양시설로 일을 하러 들어가셨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른 채 시집 온 나는 어머님의 살림을 그냥 물려받아 쓰고 있었다.
그 살림을 나 이전에는 어머님이, 이후에는 시누이가 썼을 밥솥에 밥을 짓고, 찌개를 끓였으니 효재의 그릇욕심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그러다 둘째를 임신하고, 가세(?)가 기울면서 어쩔 수 없이 직장생활을 지속할 수밖에 없어 <효재처럼>은 절대로 되지 못할 생활이 이어졌다.
큰애가 학교에 입학한다는 핑계로 재작년 가을, 겨우 집에 들어앉으면서 연차대로 붙은 살림솜씨가 이제는 그녀를 이해할 정도가 되니 갑자기 효재의 보자기 예술과 여행에 관한 책이 나왔다.
여행과 손으로 뭘 만드는 부분은 요즘 버닝중이신 나의 취미와도 맞닿아 너무나 반가웠다. 거기다 살림법의 스승이자 멘토로 삼고 싶은 이효재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부분이라니..
책에는 4개의 챕터로 36곳의 여행지와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살림꾼인 효재조차도 야단만 맞았던 술빚는 할머니, 도자기를 구우며 커피콩을 볶는 도예가, 종택을 보존하며 사는 종손과 종부의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 아아. 바람 좋고 나무 좋다! 오지 중에서도 오지, 그마저도 산 속에 들어가니 하늘과 산, 두 가지만 존재하는 듯 하다. 시야에 인공적인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고 냄새도, 소리도 자연의 것만 존재하는 곳. 그래서 사람도 자연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요즘 우리 남편은 나이 먹어 퇴직하면 시골에 자리잡고 농사 지으며 살자고 한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걸 무지 부러워한다고 해야 하나? 도심에서도 마당을 만들고 시냇가를 만들고, 씽크대 대신 앉아서 작업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내던 효재이기에 이런 자연속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리라 예상해 본다.
효재의 눈과 마음으로 본 우리나라의 여행지가 잔잔히, 그러면서도 거의 모든 책장을 빽빽히 메우던 에피소드들을 보며 내가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동경이 일었다.
이 리뷰는 이지데이와 출판사 시드페이퍼의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