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여행칼럼 - 여성포털이지데이

6년 10월 14일 일본 오사카 _ 여행 26일차
11. 오사카

오사카를 향하여

아침 8시. 집 식구들 모두 밖으로 나가신다. 다들 출근을 하시는 듯 했다. 이런 저런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사실 책을 보고 몇개 미리 연습을 해 두긴 했다) 나오는 말이라고는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다" 이거 뿐이다. 소심한 스캉 한국이라고 했어도 고맙습니다. 이말 뿐이 못했을것이다. 으이그 바보 스캉.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서긴 했는데, 그러고 보니 어디로 가야 하나? 163번 도로를 찾아가야 하는데, 어제 밤 역 근처에 있는 지도를 대충 봐서 말 그대로 대충 길을 알뿐이라서 제대로 찾아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덕분에 길좀 헤매다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오사카" 하고 물어보고 그 사람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열심히 달리니 163번이 나와 줬다. 제일먼저 날 반기는 이정표에는 오사카 36Km 라는 표시가 보인다. 직선거리로는 나고야에서 150Km 도 안될거 같았는데, 길이 구불구불해서 그런지 실제 달려보니 꽤 멀었다. 어제 확 그냥 오사카까지 달릴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그랬으면 중간에 포기했을거 같다.

오사카 까지는 고작 36Km 남았으니 오늘 점심 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오늘 이상하게 달리기가 싫다. 잠을 잘 못 잤나? 그렇지도 않은데 이상하게 다리에 힘을 주는거 자체가 싫은 날이다. 가끔 이런날이 있기는 한데 오늘은 유독 증상이 심했다. 오사카가 가깝다는 걸 알아서 일까? 정신적으로 해이해 진듯 했다.
힘이 없으니 뭔가 먹을게 필요하다. 마침 아침에 나오는데 받은게 있었다. 어제 스캉을 제워줬던 그 집에, 한 2~3살 정도 돼 보이는 애가 있었는데, 애 먹일려고 사놓은거 다 나 싸준거 아닌가 모르겠다.

오늘 달린 163번 도로도 계속 산길이 이어진다. 그런데 이렇게 달리기 싫고 웬지 힘도 들고 할때는 차라리 오르막길이 좋기도 한데, 이유야 뭐 내리막길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르막길에서는 맘 편하게 걷고, 내리막에서는 타고, 그냥 그렇게 천천히 오사카로 향했다. 그렇게 아무생각 없이 달리다 보니 교통표지판에 어느새 오사카가 사라졌다. 오사카에 들어온것이다. 피곤하다 얼릉 숙소 잡고 쉬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잡은 숙소는 코니텔 민박으로 스캉이랑은 상관 없이 때 마침 오사카에 관광을 오시는 분이 이곳이 숙소라고 하셔서 나도 그곳으로 잡기로 했다.
민박집에 도착해서, 우선 자전거 손을 봤다. 타이어도 갈고 이것저것 정비를 해 줬다. 여행 시작해서 제대로 정비하는건 이번이 처음인거 같다. 그렇다고 뭐 제대로 할 수 있는건 없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데 까진 다 해 주고 신라면을 끓여 먹었다. 이 민박집 취사 시설도 있고 라면도 판다. 그리고 저번 도쿄에서 처럼 도미토리도 아니고 독방이라서 편하게 쉴 수 있다. (도쿄에서도 도미토리긴 하지만 손님이 없어서 거의 혼자 독방으로 써서 편하긴 했다) 라면 가격은 100엔. 한국에선 신라면이 얼만지는 잘 모르겠지만 800원이면 뭐 비싸지는 않은듯. (근처 시장에도 파는곳이 있는데 90엔에 판다)
그런데, 한국 음식을 너무 오랜만에 먹는가 보다. 신라면이 이렇게 매운 라면이었나? 여행 26일 만에 먹어보는 한국 음식이라 그런가 입안이 얼얼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 근처까지 갈 정도로 맵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한국 음식을 먹으니 막 힘이 솟는거 같다. 유럽여행때는 거의 매일 고추장에 된장에 직접 음식을 해 먹었기 때문에 한국 음식이 그립거나 그러지 않았는데 이번 여행은 내내 한국 음식이 그립다.
그래도 한국 식당엔 가지 않기로 했다. 비싸기도 하지만, 일본에 왔으니 일본 음식만 질리도록 먹어줄것이다. 한국에 가면 분명 그리워 질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