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사이인역 앞에서 204번 버스에 몸을 옮겨놓는다
잘 만들어진 세트장을 연상시키는 거리와 건물들 사이를 조금은 어색하게 왼쪽도로를 달린다
얼마지나지 않아 은각사로 오르는 길옆 정류장에 도착한다
좀전 보다도 더 깨끗하게 느껴지는 공기가 숨과 함께 섞여 들어온다
작은 잎사귀들이 흔들거리는 나무들은 더할나위없이 초록이고 하늘은 더할수없이 맑다
천천히 걸음을 재촉하는데 약간의 소란한 말소리가 들려온다
낭랑한 아가씨의 새침한 목소리와 걸걸한 사내의 고음이 섞여서 귀를 이끈다
아마도 가격을 흥정하는 듯.... 아니면 말구...
약간의 대화가 끝나자 두사람의 제각각 즐거운 표정으로 좀전과는 다른 억양으로 수다를 떨어댄다
서로 좋게 해결되었는지... 인력거꾼의 발걸음은 기분좋은 고양이처럼 사뿐거리고 뒤에 앉은 아가씨는 여염집 규수처럼 낮은 웃음소리를 길위에 뿌려댄다
나야 뭐... 좋은 볼거리를 만난것으로 족하지만 말이다
인력거의 꽁무니를 따라 얼마나 갔을까 작은 마을 하나가 소담하게 마중을 한다
수작업으로 나무조각을 하는 가게도 있었는데 카메라를 들고 들어서는 나에게 손사레를 친다
어쩔수없이 조심조심 뒷걸음으로 가게를 빠져나온다
이리저리 뻗어있는 골목길에 들어서자 걸음을 쉽게 옮기지 못하게 된다
촌스런 이방인을 사로잡는 붉은색이 구석에서 손짓을 한다
유난히 자전거를 좋아하는 나는 업드렸다가 까치발을 했다가 앉기도 했다가 ... 내가 이렇게 자전거를 좋아했던가?
골목길에서 만난 이 두녀석은 일본여행 내내 나를 따라다녔다
여행이 끝나고 필름들을 살펴보는 빨강옷을 입은 의자와 자전거가 얼마나 많이 담겨져있던지 나도 놀랄정도였다
일본하면 생각나는 나만의 이미지 이기도 하다
다시 천천히 걸음을 시작한다
얕은 오르막길을 하나도 안힘든척 하면서 오른다
그때 일본에서의 두번째 행운이 찾아온다
"넌... 누구니?"
키티가 가득한 상점앞에서 렌즈를 만지고있는데 뷰파인더 안으로 머리하나가 쑥~하고 들어온다
깜짝 놀라서 어찌 못하고 있는데 이녀석 씩~웃더니 손브이를 만든다
무슨 말이라도 해보고싶은데 일본말이라고는 '오이씨'와 '마꾸 도나르도'가 알고있는 전부인지라 눈만 웃고 있는데
요녀석 또 뭐라하면서 씩~웃는다
"나 한국에서 왔어... 한국아니? 코리아 몰라?"
".............. ^......^..................."
대답은 안하고 또 씩 ~ 웃기만한다
어쩐지 나도 웃음이 났다
머리한번 쓰다듬어 주고는 카메라를 들이대고 손브이를 했더니 고개를 갸웃한다
한번더 뷰파인더 안으로 녀석을 손짓하자 이제야 알아들었는지 손브이를 하면서 자세를 잡는다
"어...어..."
막 찍으려는 순간 녀석이 눈앞에서 사라진다
저쪽에서 선생님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요녀석을 빼앗아가버렸다
뛰어가던녀석이 뒤돌아보더니 손을 좌우로 흔든다
"잘가~ 너무 빨리 뛰지말고..."
나도 손을 더크게 좌우로 흔들며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전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아니 여행내내 요녀석 사진이 안나왔으면 어떻하지하며 조바심을 냈다
다행히도 간신히 담아냈다
잊을수없는 낯선곳에서의 짜릿한 추억을 만들어준 요녀석에게 너무도 고맙다
"고마워! 키티소녀야!"
2010. 교토를 거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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