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정말 못된 인간 같습니다.  

그냥 저의 얘길 들어주실래요?

저는 작년에 직장을 정년퇴직한 62세 여성입니다.

남편은 지방에서 근무하며 금요일 저녁에 집에와서 월요일 아침에 출근합니다.

두 아들이 있는데 큰 아이는 결혼해서 따로 살고, 둘째 아들은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두 아들 나이 차이가 10년이 됩니다.

집에는 저(62세)와 시어머니(83세)가 같이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가 맞벌이라 시어머니께서 두 아들을 키워주셨어요.

시아버지는 27년전에 돌아가셨구요.

저는 퇴직후의 생활에 대하여 계획을 세우고 실행중에 있었는데(수영, 댄스, 영어) 그만 코로나로 인하여 2개월도 못하고 중단되었습니다. 저는 배우는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대학과 대학원을 55세에 시작하여 작년 8월에 졸업하였습니다.

저도 곧 노인이 될거라 대학원에서 노인복지를 전공했습니다.

제가 대학을 55세에 간 이유는 앞으로 100세시대를 살거라는 여러 책을 읽다가 54세에 버킷리스트를 작성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공부였습니다.

제가 대학을 1년 다니던중 시어머니(당시 77세) 께서 더이상 살림을 못하시겠다고 하셔서 제가 살림하면서 직장다니고

공부를 했습니다.

같이 공부하는 20대를 따라가겠다는 목표로 공부를 했는데 공부가 너무나 재미 있어서 잠을 줄이면서 열심히 한 결과 1등으로 성적장학생이 되었습니다.

암튼 주경야독으로 살다가 살림까지 하다보니 힘에 부쳐서 남편에게 도와달라고 했다가 크게 싸웠습니다.

남편은 살림은 못도와주겠다는거였죠.

힘들게 대학 3년을 보내다가 대학원 공부가 욕심이 나서 또 도전을 했습니다.

대학원은 다행히 대학때보다는 과목이 많지 않아서 덜 힘들었습니다.

마지막 학차에서 대학원 원우회장도 했는데 코로나로 인하여 학교를 안가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해서

살림에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제가 집에 있다보니 시어머니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신경쓰이는겁니다.

아니, 시어머니의 게으름이 싫습니다.

시어머니는 제 아들도 인정하는 게으른 사람입니다.

그 이유는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대 아들의 담임을 만났더니 개인가정환경조사서에 아들이 엄마의 장점을

부지런하다. 할머니의 단점을 너무 게으르시다로 쓴걸 봤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움직이는걸 싫어 하세요. 병도 많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인슐린을 맞아만 식사할 수 있는 당뇨환자.

매일 불면으로 어느날은 눈감고 침대에서 내려오다 넘어져서 허리 수술로 요양병원에 7개월 있었구요.

골다공증이 심해서 자주 넘어지셔서 집에 목발이 2개씩이나 있으며

당뇨합병증으로 눈 수술을 세번 했습니다. 또 발바닥 모세혈관이 당뇨로 인하여 감각이 없으십니다.

관절수술도 하셨었구요.

그외 고혈압, 좌골신경통..... 등등으로 장기요양보험 혜택으로 요양보호사로부터 매일 3시간씩 2년전부터 케어를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가 직장다니느라 바빠서 어머니의 생활습관 식습관을 신경쓰지 못했는데
코로나로 인하여 제가 밖에 나갈 일이 별로 없다보니 어머니의 생활식습관을 제대로 보게 된거죠.

어머니는 원래가 늦게 일어나십니다.

큰 아들은 본인이 알아서 일어나서 저와 같이 아침 먹고 학교 갔었는데 둘째 아들은 아침잠이 많습니다.

제가 직장다니면서 어머니를 깨우고 출근하면, 어머니가 둘째 아들을 깨워서 밥을 먹이고 학교를 보냈었죠.

아들이 중학교때까지는 동네에 학교가 있어서 괜찮았는데, 고등학교는 차 타고 가야 하는 조금 먼 거리에 배치되었습니다. 제가 출근해서 어머니한테 확인 전화를 하면 그때 정신차리고 일어나서

아이를 깨우고 밥 먹을 시간이 촉박하다보니 아들이 고등학교때부터 아침밥을 안먹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전화를 해도 안받는 날도 있어서 제가 직장에서 택시타고 집에 가보면(40분거리) 둘이 자고 있습니다.

이럴때는 정말 제 속이 뒤집어집니다. 아들은 지각이죠.

그런 시간들을 보내고 지금은 어머니와 저만 있는데, 저는 직장을 40년 다니면서 삼시세끼 먹는게 습관이 되어

지금은 늦어도 아침 9시면 아침을 먹습니다.

어머니는 인슐린 맞고 식사시간이 10시30분 이후가 됩니다.

그럼 서로가 점심시간이 달라집니다.

저녁시간만 같이 먹게 되죠.

어머니는 혼자 식사차려 드실 수 있습니다.

드시고 싶은 반찬도 만드십니다.

그리고 노인이라고 무조건 가만 계시게 하면 모두 퇴화되기에 잔존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움직이셔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실제로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입원하셨다가 7개월만에 퇴원하셨는데 인슐린 맞는것을 잊으시고,

밥통에 밥하는것도 잊으시더군요.

저도 아침을 같이 먹으려고 일찍 깨웠지만 어머니가 밥맛이 안난다고 싫다고 하시네요.

몇 개월 전에는 저녁 밥상에서 크게 싸웠습니다.

어머니는 젓가락에 고춧가루가 묻든, 밥알이 묻든 상관안하고 그 젓가락으로 이반찬 저반찬을 뒤적거립니다.

제가 몇 번 부탁했습니다. 그럴때마다 내가 더럽냐 화를 내곤 햇죠.

그러다 결정적으로 밥과 고춧가루 묻는 젓가락으로 식탁에서 먹고 있는 반찬 두가지를 섞는겁니다.

왜 먹다말고 섞으냐 물으니 그게 어쨌다는 거냐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어머니의 젓가락이 지나간 반찬은 저는 안먹게 되고 그저 얼굴 안쳐다보고 먹는게 저의 건강을

위한거라 싶어 고개 숙이고 저는 후다닥 먹고 일어납니다.

그러니 제가 소화가 제대로 될 리도 없죠.

이런 말은 남편에게도 안했습니다.

사실, 남편도 어머니의 비위생적인 식사습관으로 몇 번 고쳐달라고 했었는데 그때뿐이었습니다.

먹는건 그렇다치고 하루에 한번만 부딪히면 되는데 어머니가 씻지를 않습니다.

물도 하루에 총 3컵을 드시는데 컵도 닦지를 않고 식사때 방에서 들고 나오고 식사 끝나면 다시 물채워서 갖고 들어갑니다.

제가 씻겠다고 해도 막무가내이십니다.

컵을 2개로 번갈아 쓰게 해도 도로아미타불.

식사후 양치도 안해서 요양보호사가 마스크를 벗질 않습니다.

코로나 생기기 전에도 요양보호사는 어머니의 몸과 입에서 나는 냄새로 마스크를 쓰니 양해해 달라고 저에게

말해서 알았다고 했었는데, 지금 제가 어머니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안방문이 열리면 그 냄새가 거실로

쏟아져 나옵니다. 요양보호사가 환기를 하겠다고 하면 화를 내셔서 못합니다.

하도 냄새가 심해서 요양보호사에게 월,수,금 샤워를 부탁했습니다,

어머니는 샤워를 싫어하고 뜨거운 물에 몸 담궈서 때를 불리고 미는 목욕탕 스타일을 고집해서 요양보호사가

못하겠다고 그만두겠다고까지 했습니다. 요양보호사가 때를 미는것 까지 시키면 안되는거죠.

그래도 살림은 제가하고 요양보호사는 어머니 방 청소와 씻기고 한의원에 침 맞으러 가는것 까지만 합니다.

세탁은 어머니가 요양보호사를 못믿겠다고 직접 세탁기를 돌리시는데 저도 어머니의 냄새나는 세탁물(가끔 변이 묻어 있는 속옷도 나옵니다)과 저의 세탁물이 섞이는게 싫어서 저도 따로 합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잠이 안온다고 새벽 2~3시까지 거실에서 TV를 보시는데 볼륨이 높아서 제가 잠을 잘 수가

없어 한밤중에는 안방에서 TV 보시라고 말을 해야 들어가십니다.

또 전등 끄는걸 자주 까먹어서 제가 안방화장실 베란다 전등을 하루에도 몇 번씩 끕니다.

시간이 가면서 이젠 며느리 너는 떠들어라 난 모르겠다 하는 표정이 역력해지네요.

지난주에는 불면증으로 잠이 안온다고 수면제를 드시고는 오전 11시에 잠결에 침대에서 내려오다 넘어지셔서

갈비뼈 한대가 부러졌습니다. 저녁에 남편이 왔기에 오늘 어머니가 잠결에 넘어지셨다고 말했더니 어머니는

무슨 없는 소릴 하냐고 저를 타박하는 겁니다.

다음날 어머니가 갈비뼈가 너무 아프다고 해서 남편이 병원에 모시겠다고 했더니 괜찮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월요일 도저히 안되겠다고 해서 정형외과엘 모시고 갔더니 갈비뼈 1대가 부러졌다는 겁니다.

요양보호사가 넘어지셨다고 하셨는데 기억 안나시냐고 물으니 '내가 그랬어?'하고는 넘어갑니다.

물론, 나이 먹으면 고집도 세지고 기억도 깜빡 합니다.

어머니는 키가 153cm. 체중이 65kg. 배는 만삭의 배 입니다.

배가 너무 많이 나와서 옷을 사드려도 폼이 나질 않습니다.

그런대도 제가 입은 옷 같은걸 사달라고 하십니다.

저는 직장다니는 사람인데 저하고 같은 수준의 옷을 원하니 기가찰 노릇입니다.

어머니는 식탐이 강합니다.

외식을 할때는 저의 거의 2배로 드십니다. 

집에서도 항상 밥공기 가득 밥을 담아야 하고, 맛있는 반찬이 있으면 더 드십니다.

움직이는건 거의 없으시면서....

그런 시어머니와 24시간 있으려니 어느날은 두통으로 시달립니다.

겨울 내내 안방의 온도는 30도입니다.

어머니는 여름 반팔 옷을 입고 사십니다.

오늘은 거실 소파에서 늘어진 배를 내밀고 주무시는데 저도 모르게

집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에 지금은 제가 시립도서관에 나와서 이지님들에게 저의 못된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냥 10살짜리 아이로 생각하고 살자....

도 닦는 시간으로 여기며 살자.... 별의 별 생각을 다하고 기도하고 삽니다.

저는 매일 환기를 3회 하는데 어머니는 안방 환기를 못하게 하시네요.

당뇨환자는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당뇨안내책자에도 있습니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요.

그리고 드시는 걸 보면 탄수화물을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

같이 늙어가는데 제가 언제까지 스트레스 받아가며 살아야 하는지...

남편은 어머니가 사시면 얼마나 사신다고 그러냐

당신이 참아라 하는데....

마음의 안정을 어디서 찾아야하는지 고민입니다.

혹시, 무슨 대안이 있으면 알려주실래요?

따로 살 형편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