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후닥닥 저녁먹고 치우고서
모처럼 호연이와 마주 앉아 밀린 과제들을 했네요. ㅎㅎ
호연이에게 먼저 반원 그림을 보여주었더니 "와~ 엄마 이게 뭐야?"
"응 이건 모두 반원들이야." "이걸로 뭐 할건대???"
"호연이와 그림 그리면서 이야기 만들려고..." "무슨 이야기를 만들지?"
이렇게 호연이와 대화를 하면서 반원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먼저 이야기 해보았지요.
"엄마, 밥그릇도 옆에서 보면 반원이다. 그치?" "오~ 그래... 그렇다."
"ㅋㅋ 나 또 생각났어요. 입... 민서누나 입. ㅋㅋㅋ"
호연이의 사촌누나 중 민서누나가 있는데, 왜 하필 민서누나의 입이 생각났냐니까
평소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를 귀담아 듣던 호연인지라,
치아가 듬성듬성 난 웃긴 누나의 웃는 입이 떠올랐답니다. ㅋㅋ
그 외에도 컵, 반달, 새, 변기, 축구장, 바구니, 강아지꼬리등등
호연이는 머리 속으로 많은 것들을 연상하고 있었지요~
그 중 몇 가지만을 그림의 반원을 이용해 그려보자고 하고서
마음껏 그리도록 했습니다.
밥그릇을 멋진 무늬로 꾸며주고는 밥도 수북히 그린 호연,
이렇게 많이 먹어야 키가 잘 큰다며 그렸답니다. ㅋㅋ (실제로는 먹기 싫어하면서 말이에요...ㅠ.ㅠ)
반달을 그리면서 크레이터도 그려줘야 한다며 동글동글 동그라미로 표현해준 호연이...
별도 그려야 하는데 그릴 줄 모른다기에 함께 연필쥐고 그렸습니다.
또 새도 그려야 하는데, 새는 못 그리고 독수리는 그릴 줄 안다더군요. ㅠ.ㅠ
그래서 독수리 그려보라 했더니 독수리는 날개도 꼬리 날개도 모두 크다며 길고 크게 표현했습니다.
변기를 그리면서는 어찌나 키득거리던지요... ㅋ
그림에서도 똥냄새가 나면 어쩌냐고 농담도 했답니다. ㅍㅎㅎㅎ
그림을 완성하고서 호연이가 그린 그림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했더니
한참을 고민하고 나서는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내가 너무 배가 고파서 밥그릇에 밥을 많이 담아 입을 크게 벌려 밥을 먹고, 어...
컵에 있는 물도 마신 후에 하늘에 떠있는 반달을 보고 있는데, 어...
갑자기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와서 축구장 골대 위에 앉은거야.
그래서 한 참 독수리가 뭐하나 보고 있는데, 어...
내가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서 화장실 변기에 소변을 누웠어. ㅋㅋ"
오호~ 어쩜 그리도 말이 되게 이야기를 만들었는지~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를 호연이가 만들어서 엄마가 즐거웠다는 칭찬을 해주었더니
입이 헤벌레 벌어지며 좋아하더라고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제목을 짓지 않았네요.
그건 내일 다시 제목을 지어 달라고 부탁 해야겠어요~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