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던 공포의 실체, 호환(虎患)"

​조선시대에 호랑이는 경외의 대상인 동시에 백성의 생명을 시시각각 위협하는 공포의 실체였다. 『조선왕조실록』 태종 2년(1402)의 기록에 따르면 "경상도에서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사람이 수백 명에 달한다."라고 하였으며, 성종 시대에는 호랑이가 대궐 안까지 침입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 『승정원일기』를 비롯한 여러 사료의 기록을 통해 확인되는 바에 의하면, 조선 초기부터 일제강점기 '해수구제(害獸驅除)' 정책이 시행되기 전까지 호랑이로 인한 피해는 국가적 재난 수준이었다. 관아에서는 '착호갑사(捉虎甲士)'라는 특수 부대를 운용하며 대응했으나, 산세가 험한 영남과 관북 지방의 백성들은 여전히 밤마다 문을 걸어 잠그고 호식(虎食)의 두려움에 떨어야만 했다.

2. "​영남의 명포수 신한흥, 의기로 호랑이에 맞서다"

​최근 서울의 한 고서 경매전에 출품된 '착호사적(捉虎事蹟)'은 1736년(영조12, 건륭 병진) 경북 예안에서 활동했던 초관(哨官) 신한흥(申漢興)의 실제 호랑이 사냥 기록을 담고 있는 귀중한 필사본이다. 신한흥은 어려서부터 활과 총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던 인물로, 이 문헌은 그가 고을을 어지럽히던 악호(惡虎)를 사살하고 그 공으로 관직에 오른 과정을 생생하게 전한다.

​1736년 음력 9월, 예안현(禮安縣) 의동면(宜東面) 항곡산(項谷山) 중턱에 거대한 호랑이 두 마리가 출몰했다. 이 맹수들은 은밀하게 잠복해 있다가 나물을 캐던 무고한 백성 6명을 차례로 물어 죽이는 참혹한 일을 저질렀다. 면임(面任)의 급보를 받은 관아는 발칵 뒤집혔고, 사또는 급히 신한흥을 불러들였다.

​"자네는 총 쏘는 재주가 남다르니, 즉시 군사들을 이끌고 나가 저 흉악한 짐승들을 처단하라!"

​명령을 받든 신한흥은 별포수(別砲手) 정원(丁元) 등 정예 포수들을 거느리고 항곡산 깊은 숲으로 향했다.

3. ​항곡산의 혈투: "경거망동하지 말라, 단 한 발이다!"

​수색 끝에 바위 아래 웅크리고 있는 거대한 호랑이 한 마리를 발견한 순간, 적막하던 산속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관군들의 인기척을 느낀 호랑이가 이내 몸을 일으키며 천지를 뒤흔드는 포효를 내질렀다.

​"크워어엉~~"

​순식간에 4~5인(仞, 약 10~12미터)을 박차고 뛰어오른 호랑이가 바위 위에 우뚝 섰다. 그 기세가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하니, 곁에 있던 포수들은 넋이 빠져 벌벌 떨며 소리쳤다.

​"아이고~~저것은 짐승이 아니라 귀신이오! 우리는 이제 다 죽었소!"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신한흥은 추호의 흔들림 없이 소리쳤다.

​"모두 제자리를 지켜라! 조금이라도 경거망동하지 말고, 신중하게 조준하여 발사하라!"

​그는 별포수 정원에게 눈짓을 보냈다. 거리는 불과 오십 보. 정원은 떨리는 숨을 몰아쉬며 총신을 고정했다.

"탕!"

고요를 깨는 총성과 함께 탄환은 대호(大虎)의 왼쪽 귀를 정확히 관통했다. 거구의 맹수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바위 아래로 고꾸라졌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도 잠시, 갑자기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화약이 젖어 더 이상의 추격이 불가능해지자 나머지 한 마리를 놓친 채 하산해야 했다. 이후 남은 호랑이 한 마리가 마을 길을 횡행하며 인가에 피해를 주자 신한흥의 시름은 깊어졌다. 그는 오직 백성의 근심을 덜고자 하는 마음으로 다시금 끈질긴 추격에 나섰고, 결국 남은 호랑이까지 모두 소탕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에 사또는 감탄하며 말했다.

​"훌륭하도다! 다른 이들은 작은 새끼 호랑이 한 마리만 잡아도 공을 다투거늘, 그대는 오직 백성을 위할 뿐 상을 구하지 않으니 그 마음이 실로 가상하구나!"

4. "관아의 보고와 조정의 포상: 『본관보장』과 기록들"

​신한흥의 공적은 1736년 10월 12일 자 예안현감(禮安縣監)의 첩보(牒報)인 '『본관보장(本官報狀)』'에 더욱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본 현에서는 수년 동안 호환이 없었으나, 뜻하지 않게 지난 9월 19일 의서면(宜西面) 용수사(龍壽寺)의 승려 계환(戒還, 68세)이 목화를 따러 나갔다가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고, 20일에는 북면(北面) 신정리(新井里)의 봉보(烽保) 이수례(李守禮, 40세)가 감을 따러 나갔다가 역시 변을 당했습니다. 나무가 우거져 잡지 못하고 밤낮으로 근심하던 차에, 이번 달 11일 밤 사나운 호랑이가 고을 아래까지 내려와 개 9마리와 관아의 돼지 1마리를 도륙하였습니다. 이에 담력과 재주를 겸비한 초관 신한흥이 출동하여 마침내 세 마리의 호랑이를 모두 붙잡았습니다."

​이후 호랑이의 사체는 길이를 재고 관인을 찍은 뒤 병영으로 보내졌으며, 병조(兵曺)의 승인을 거쳐 신한흥에게는 필목(疋木) 3필의 시상과 함께 논공행상이 이루어졌다.

​본 문헌에는 이 외에도 문경새재와 운제산(雲梯山) 등지에서 호랑이를 잡은 이언신(李彦臣)의 공적을 다룬 『착호계초(捉虎啓草)』, 신한흥의 종제 신윤흥(申潤興)이 형의 환갑을 맞아 호랑이 사냥의 영광을 기록한 『수연시기사(壽宴時記事)』, 그리고 여러 문인이 칠언율시로 그를 찬양한 『경헌시초(敬獻詩草)』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5. "역사적 교훈으로 비추어 본 공동체의 안녕과 과제"

​290여 년 전 신한흥이 조우한 것은 백성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앗아가는 물리적 맹수였다. 필자는 이러한 과거의 기록을 통해 오늘날 우리 공동체의 안녕을 저해하는 보이지 않는 위협들을 성찰해 보고자 한다. 심산유곡의 호랑이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공동체 시스템의 이완과 안전을 담보하는 기본 원칙에 대한 안일함이다.

​첫째, 국가 안보와 국익 수호는 타협할 수 없는 공동체의 근간이다. 현재 OECD 38개국 전역은 국가 기밀 보호와 산업 보안을 위해 엄격한 법적·제도적 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이념의 문제를 넘어 국가의 존립과 직결된 생존 기제이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안보의 보루가 흔들린다면 사회 전체가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원칙을 잃고 혼란에 빠질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스스로 방어벽을 살피지 않는 공동체에게 안정된 미래란 담보되기 어렵다.

​둘째, 대외 개방과 교류의 확대에는 반드시 철저한 관리 역량이 병행되어야 한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개방 정책은 환영할 만한 일이나, 그 이면에는 보건 안보의 위협과 핵심 기술 유출이라는 중대한 리스크가 내포되어 있다. 국가의 문을 열 때는 반드시 그 문을 지킬 수 있는 역량(力量)이 전제되어야 하며, 국익을 해치는 유무형의 위협에 대하여 추호의 빈틈도 허용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셋째, 민생의 근간인 의료 체계의 안정은 공동체 유지의 필수 조건이다. 최근 의료 현장에서 목격되는 위기는 누적된 구조적 모순이 한계치에 다다른 결과이다.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에게 지워진 과도한 사법적 부담을 완화하고, 비현실적인 의료 수가(醫療酬價) 체계를 현실화하는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헌신적인 의료진이 사명감을 가지고 현장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 토대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생명 안전망은 과거의 호환(虎患)보다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우리는 상식에 기반한 지혜의 금강저(金剛杵)로써 이러한 시대적 과제들을 풀어가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서 있다. 신한흥이 보여주었던 단호한 결단과 애민(愛民) 정신을 거울삼아 사회 전반의 불안 요소들을 세심히 살피고 정비함으로써, 진정한 평온과 안녕이 도래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Column] "Silencing the Roar of the 'Evil Tiger' (惡虎) That Devoured the People — 'Chakhosajeok' (捉虎事蹟) by Shin Han-heung"

By Seung-man Kim, Ph.D.

Ph.D. in Literature, Korea University (Classical Translation)

Specialist in Ancient Manuscripts & Fine Arts, Kobay Auction Co., Ltd.

​1. The Reality of Terror: Ho-hwan (虎患) Threatening Human Life

​In the Joseon Dynasty, the tiger was an object of profound awe (敬畏) and a tangible entity of terror that constantly threatened human life. According to the Annals of the Joseon Dynasty (Joseon Wangjo Sillok, 朝鮮王朝實錄) in the second year of King Taejong (1402), "hundreds were killed by tigers in Gyeongsang Province," and during the reign of King Seongjong, a tiger even infiltrated the royal palace. Historical records, including the Diaries of the Royal Secretariat (Seungjeongwon Ilgi, 承政院日記), confirm that from the early Joseon period until the "Harmful Animal Eradication" (害獸驅除) policy of the Japanese colonial era, tiger attacks were a national disaster. While the government operated a special unit called the Chakhogapsa (捉虎甲士), the people of the rugged Yeongnam (嶺南) and Kwanbuk (關北) regions still had to lock their doors every night, trembling in fear of being preyed upon (虎食).

​2. Shin Han-heung, the Master Hunter: Facing the Tiger with Righteousness

​The Chakhosajeok (捉虎事蹟), recently showcased at an auction in Seoul, is a precious manuscript recording the actual tiger hunt of Shin Han-heung (申漢興), a local military officer (Chogwan, 哨官) in Yean, Gyeongbuk, in 1736. Blessed with a natural talent for archery and marksmanship, Shin recorded his feat of slaying the "Evil Tigers" (Akho, 惡虎) that plagued the village, an achievement that led to his official appointment. (Displayed at the Kobay Auction "Traces of Life" in July 2025).

​In the ninth lunar month of 1736, two giant tigers appeared in Mt. Hanggoksan (項谷山), Yean-hyeon (禮安縣), killing six innocent villagers. Upon receiving the urgent report, the local magistrate summoned Shin and ordered, "You have an extraordinary talent; lead the soldiers immediately and eliminate those heinous beasts!" Shin set out with elite hunters, including the special marksman (Byeol-posu, 別砲手) Jeong Won (丁元).

​3. The Battle of Mt. Hanggoksan: "Only One Shot!"

​Upon discovering a giant tiger, Shin remained unshaken even as it let out a roar (咆哮) that shook the earth. The beast leaped nearly 12 meters (4~5 仞) onto a rock, appearing as if it were flying. Terrified soldiers cried out, "It is a ghost, not a beast! We are all dead!" In this desperate moment, Shin shouted, "Hold your positions! Do not move rashly (輕擧妄動), and fire with absolute precision!"

At fifty paces, a single shot pierced the tiger's left ear, felling the beast instantly. Driven solely by the welfare of the people rather than rewards (賞), Shin continued the hunt until every threat was eliminated. The magistrate praised him, saying, "Admirable! Your heart is truly commendable."

​4. Official Reports and Royal Rewards: Records of Achievement

​Shin's feat is detailed in the Bongwanbojang (本官報狀, Magistrate's Report) dated October 12, 1736. It records the tragic deaths of villagers like the monk Gye-hwan (戒還) and the guard Lee Su-rye (李守禮), and Shin's successful hunt of three tigers. Following this, he was rewarded with three rolls of cloth (疋木) and official recognition (Nongong-haengsang, 論功行賞). The manuscript also includes the Chakhogyecho (捉虎啓草) and poems celebrating Shin's 60th birthday (Suyeonsigisa, 壽宴時記事; Gyeonheonsicho, 敬獻詩草), signifying that his deeds were preserved as a source of family honor.

​5. Historical Lessons for the Stability and Tasks of the Community

​Nearly 290 years ago, Shin Han-heung confronted a physical predator that directly claimed the lives of the people. Through these historical records, I wish to reflect upon the invisible threats that undermine the stability of our community today. What we should fear more than a tiger in the deep mountains is the loosening of our collective systems and the complacency toward the fundamental principles that ensure our safety.

​First, national security and the protection of national interests are the non-negotiable foundations of a community. Currently, all 38 OECD countries maintain strict legal and institutional frameworks for the protection of state secrets and industrial security. This transcends mere ideology; it is a mechanism for national survival. In a rapidly changing international landscape, we must recognize that if the bastions of security falter, society as a whole risks losing its core principles of justice (Saphil-gwijeong, 事必歸正). A stable future cannot be guaranteed for a community that fails to inspect its own defenses.

​Second, the expansion of international exchange and openness must be accompanied by robust management capabilities. While policies for openness aimed at economic revitalization are welcome, they also entail significant risks, such as threats to public health and the leakage of core industrial technologies. The capacity to protect a door must be a prerequisite for opening it. No vulnerability should be permitted toward the tangible or intangible threats that undermine national interests from the shadows.

​Third, stabilizing the medical system, the bedrock of public welfare, is an essential condition for maintaining the community. The recent crisis witnessed in the medical field is a result of accumulated structural contradictions reaching their limit. To end the tragedy of patients dying on the road, proactive measures are required to alleviate the excessive legal burdens on medical staff and to rationalize the unrealistic medical fee (Uiryo-suga, 醫療酬價) system. Without an institutional foundation where dedicated medical professionals can fulfill their calling with a sense of mission rather than despair, our social safety net will inevitably face a crisis greater than the tiger attacks of the past.

​We stand at a critical juncture where we must address these contemporary tasks with the "Vajra (金剛杵) of Wisdom" based on common sense. By reflecting on the decisive spirit and love for the people shown by Shin Han-heung, and by meticulously inspecting and reorganizing the unstable elements within our society, I look forward to the arrival of true peace and well-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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