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잊을 거야.”
KT 위즈의 외국인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35)는 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송별회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KT를 떠난다니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2019년부터 7시즌간 KT의 에이스로 활약한 그는 올 시즌 깊은 부진에 빠지는 바람에 팀을 떠나게 됐다. 쿠에바스는 “내가 원하는 만큼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지만, 언젠가 일어날 일이었을지 모른다. 비즈니스이지 않은가”라며 의연하게 말했다.
쿠에바스는 KT의 상징적인 투수였다. 그는 통산 149경기에서 55승45패, 평균자책점(ERA) 3.93으로 활약했다. 2020년에는 KT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PS) 진출을 이끌고, 이듬해는 창단 첫 통합우승에도 크게 기여했다. 특히 2021년에는 삼성 라이온즈와 정규시즌 1위 결정전에 단 이틀만 쉬고 등판해 7이닝 무실점의 초인적인 역투를 펼치기도 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정말 중요한 큰 경기에는 원래 능력의 120% 이상을 발휘한 투수였다”며 “쿠에바스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쿠에바스를 위해 송별회를 마련했다. 쿠에바스는 20일 경기를 앞두고 전광판에 띄워진 자신의 활약상을 본 뒤, 동료들에게서 감사의 뜻이 담긴 선물을 받았다. 이날 구장 곳곳에선 프런트 직원들은 물론, 응원단, 팬들도 쿠에바스와 뜨거운 인사를 나눴다. 쿠에바스는 “나 역시 KT를 잊지 못할 것”이라며 “너무도 긴 여정이었다. KT의 모든 사람들이 내겐 형제고, 가족이다. 잊지 못할 추억도 참 많다”고 돌아봤다.
쿠에바스는 KT와 인연이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최근 대만프로야구(CPBL) 구단들의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대만과 멕시코, 미국에서 연락이 왔다. 지금은 선수로 계속 뛰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서도 “그래도 은퇴가 아니니 언제든 KBO리그로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나와 우리 가족에게 제2의 고향”이라며 “어떻게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다시 볼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수원｜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사등록시간: 2025-07-21 00:00:00
